그는 정말 우연히 지나가던 자였을까?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구레네 시몬’에 대한 또 다른 해석

by We Young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던 날.

땀과 피, 조롱과 침묵이 뒤엉킨 그 길 위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불려 나온다.

구레네 사람, 시몬.

성경은 이렇게 적고 있다.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 그에게 억지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워 가게 하였더라.”

- 마태복음 27장 32절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그는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먼 구레네(오늘날 리비아 근처)에서 예루살렘으로 온 순례자였고, 때마침 그 자리에 있었기에 십자가를 억지로 진 것이라고.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그날 그 길 위에서 벌어진 일들이 과연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구레네에서 예루살렘까지는 1,200km가 넘는다.

지금처럼 비행기나 기차가 있던 시대가 아니다.

몇 주, 어쩌면 두세 달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

그런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예루살렘까지 오는 데에는 그만한 신앙과 결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왜 굳이 사형수가 끌려가는 골목 어귀에 서 있었을까.

로마의 십자가형은 당시 가장 잔혹한 형벌이었다.

사람들은 그 잔혹함을 피했고, 구경을 꺼렸다.

그런 자리에, 타지의 순례자가 ‘우연히’ 있었다?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사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예수가 체포되던 밤, 제자들은 모두 도망쳤다.

두려움, 절망, 배신, 죄책감.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던 밤 이후,

예수가 끌려가는 길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 사람이 있었다.

아리마대 요셉.

공회의원, 유대 지배층.

겉으론 예수를 비판하던 쪽에 속해 있었지만,

속으로는 예수를 믿던 숨은 제자였다.

그는 예수의 죽음을 미리 예감했고,

자신의 무덤을 내어줄 정도로 준비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신분상 공개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예수의 마지막 길을 지켜볼 수 있었을까?

한 가지 방법.

누군가를 대신 보냈을 가능성.


예수의 죽음을 예견한 요셉이 충직한 사람 하나쯤 곁에 붙여두지 않았을까.

예수가 쓰러질 때 곁에서 부축하고,

그의 마지막 숨결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구레네 시몬’은, 어쩌면 그런 인물일 수 있다.

그는 단지 지나가던 나그네가 아니었다.

예수를 돕기 위해 준비된 자, 혹은 보내진 자.

그의 십자가를 대신 진 자이자,

예수가 안치될 무덤의 준비까지도 함께 한 자.

그는 비밀을 알고 있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예수의 고통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침묵 속에서 신이 보낸 자의 운명을 지켜본 증인.


정말 시몬은 그 자리에 우연히 있었을까?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건 단순히 무거운 나무를 짊어지는 일이 아니다.

예수의 고통을 함께 지는 일이다.

예수의 침묵을 이해하는 일이며,

예수의 붉은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일이다.

구레네 시몬은 그 길 위에서 우연히 불려나온 인물이 아니라,

메시아의 죽음을 준비한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예수의 비밀’은 이 낯익은 장면을 낯설게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묻는다.

“그날 그 자리에, 너는 왜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