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억울하다

by We Young

부부는 다 상대적이다. 똑같은 성격을 가진 부부는 없다.

한쪽이 덜렁거리면 다른 한쪽은 예민하고, 한쪽이 적극적이면 다른 한쪽은 소극적이다.

신기하게도 균형은 그렇게 맞춰진다.


그리고 부부는 절대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다.

태양이 둘일 수 없듯이, 집안의 태양은 항상 한 명뿐이다.

남편이든 아내든, 둘 중 하나가 태양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그 주위를 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태양이면 아빠 중심으로, 엄마가 태양이면 엄마 중심으로 돌아간다.


쉽게 말해, 당신의 집 TV 리모컨은 누가 잡고 있나?

리모컨의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결국 그 집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 메뉴도, 여행지도, 심지어 저녁 드라마 채널까지 말이다.


가정의 주도권은 힘으로 쥐는 게 아니다.

어떤 집은 남자가, 어떤 집은 여자가 쥔다.

그리고 놀라운 건, 쥐려는 사람과 잡혀 사는 사람이 서로 기가 막히게 짝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마치 조물주가 인간의 뇌에 ‘부부 매칭 칩’을 심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 집은 아내가 태양이다. 모든 주도권은 아내가 쥔다.

나는 잡혀 산다.

나는 아내랑 여태껏 살면서 TV 리모컨을 쥐어본 적이 없다.

내 손에 리모컨이 들어온 건, 배터리 갈아줄 때 정도다.

나는 그저 아내가 돌리는 채널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아내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

보고 있던 채널을 이리 돌렸다가 저리 돌렸다가, 다시 원래 채널로 갔다가…

마치 리모컨 산책이라도 시키는 듯하다.

나는 옆에서 그저 묵묵히 따라본다. 아무 말 없이.


음식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 식단은 거의 전적으로 아내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나는 특별히 고집이 강한 편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식당에 가서 메뉴를 고를 때도 내 선택권은 사실상 없다.

메뉴판은 그냥 장식일 뿐,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내가 원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메뉴다.


물론 이런 것 때문에 부딪힐 때도 있다.

대체로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걸 해야 하는 상황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지, 태양이 지구를 따라 돌지는 않는다.

결국 바뀌지 않을 것을 억지로 바꾸려다가는 괜히 힘만 빠진다.

차라리 미련을 버리고 중심을 인정하는 게 결혼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길이다.


그래서 억울하냐? 아니다. 원래 성격대로 사는 거니까 억울할 게 없다.

다만, 단 한 가지 억울한 점은 있다.

내 인상 때문이다.

나는 좀 차갑고 날카롭게 생긴 탓에, 사람들이 나를 보면 ‘저 집은 남편이 잡고 있겠네’라고 단정한다.

반대로 아내는 너무나 순한 인상이라 누가 봐도 잡혀 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 오해. 이것만큼은 정말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