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글에서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선하다고 믿는다는 '자기 선(善)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누구도 스스로를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이기적인 사람조차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고 선하다고 여긴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보자.
자기 선(善)의 기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상대방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나만이 옳고 선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모든 것은 잘못되고 그른 것이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치욕스러운 것이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 '악인'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나를 왜 나쁜 사람 만들어?" 이 말의 의미
주변에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배우자에게, 직장 동료에게, 친구에게 "나를 왜 자꾸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라고 소리치는 사람. 이 말은 단순히 화를 내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강한 자기애(自己愛)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에게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은 자신의 존재 가치와 자아를 뿌리째 흔드는 위협이다. 스스로를 절대적인 선으로 여기는 그에게, 타인에게 '악'으로 비춰지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치욕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선함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중이다. '나를 나쁘게 보는 네가 잘못됐다'는 무언의 외침인 셈이다.
모든 갈등의 시작, '내로남불'의 그림자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무리 선한 의도로 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악'으로 인식될 수 있다. 나의 합리적인 선택이 타인에게는 이기적인 결정이 될 수 있고, 나의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각자의 '선한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라는 주연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셈이다. 주인공이 선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나의 선한 의도와 상대방의 선한 의도가 충돌할 때,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해서 "저 사람은 왜 나를 이해 못 할까?"라며 상대방을 탓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또 다른 형태의 자기애, '착한 사람 콤플렉스'
간혹 이 '나쁜 사람'이 되기 싫다는 강박 때문에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절하지 못하고, 남에게 무조건 베풀고, 심지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착한 사람'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다. 돈을 빌려주거나, 내키지 않는 부탁도 거절 못하는 행위들이 여기에 속한다.
겉보기에는 선행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것 또한 '나는 나쁘지 않고, 언제나 선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기애이자 자기 방어 기제일 뿐이다.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두려워 무조건적으로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쓰는 것이다. 타인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내면을 지키려는 노력인 셈이다.
나도 누군가의 '악'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인간관계에서 진정으로 평화를 찾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나도 타인에게는 '적'이 될 수 있고, '나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
내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상대방의 시선에서는 나의 행동이 그에게 해가 되거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인정은 나를 '선한 나'라는 고립된 성에서 벗어나게 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한 시야를 선물한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나를 왜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라고 소리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세상에서 당신의 행동이 '선'이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을 뿐이니까.
나도 누군가의 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불필요한 싸움을 멈추고, 더 성숙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