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잊은 나에게 (1)

by 요안

하루가 무너지는 이유는 10년 후가 기대되지 않아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방향을 잃은 사람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지 모른다는 말 같았다. 10년 전의 나는 겨우 지금의 내가 되려고 열심히 살아온 걸까 싶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박사 1년 차를 마친 지금, 뭘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끝난 것 같고,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 나날. 교수가 되어도 매일 보이지 않는 전쟁과 정치를 하는 것을 보며 나는 교수가 되려고 여기 있는 걸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매일 씨름하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회사로 가려고 여기 있는 걸까. 어디로 가든 기대할 것이 없고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갈수록 커졌다. 기대할 것이 없는데 나는 왜 유학을 와서 고생하고 가난하게 버텨야 하는가. 왜 하루를 충실히 살아야 하는가. 왜왜왜.


아침이 되어도 눈을 뜨기 싫고, 무엇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 요즘. 무기력증인가 설마 우울증인가 하면서 각종 책을 찾아보고 무료 테스트도 해봤으나 그 어떤 것도 설명이나 해답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 행복감이 충만했던 대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왜 매일 행복해했을까. 차이가 뭘까. 아, 내가 감사했었지.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속으로 감사함을 고백했었지.


감사함을 잊은 나에게 감사함을 다시 알려주고 싶다.

감사할 수 없어도 감사할 수 있음이 참 감사라는 걸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브런치로 돌아와 글을 써본다.


"감사하지 못하는 나를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감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할 것 없이 텅 빈 마음으로 하루를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빈 공간만큼 감사로 가득 채워지고 기쁨과 기대가 회복될 것을 미리 감사합니다.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깨닫게 해주시고 감사하기를 망설이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잠깐 감사했을 뿐인데 또 무엇을 감사하게 될지 앞으로가 궁금하다. 간만에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