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싫어서 생일날 숨바꼭질을 한다면? 어릴 때는 생일을 광고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자체 음소거 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비교되기도 하고 생일이면 유독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 있어서인 것 같다. 애매한 기프티콘 릴레이와 허울뿐인 축하가 싱거워서 카톡 생일을 꺼두고 잠수를 타기도 한다. 약 5년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올해도 평소처럼 생일을 어물쩍 넘길 계획이었는데 주변에서 어떻게들 알고 미리 축하를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얼떨결에 오늘도 축하를 받았다. "Thank you (but no thank you)..."
가족이 생일 선물로 27인치 모니터를 보냈다. 지금까지 모니터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편하다. 눈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살 걸. 이제 공부만 잘하면 딱이네. 딱.. 될 수 있겠지.
한 지인은 대뜸 전화를 하고선 생일인 줄은 몰랐는데 전화 걸고 보니 곧 네 생일이네 한다. 이거 뭐 고맙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고선 2시간을 떠든다. 반가우면서도 귀가 아프다. 누구를 위한 통화인지가 궁금하다.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는 생일이었으니 나를 위한 축하가 맞는 듯하다.
몇 시간 후면 생일날이 시작되는데 기분이 묘하다. 마치 당장 그날이 시작될 것 같은데 파우치에 여성용품이 하나도 없는 느낌. 당장 뛰어가 좋은느낌을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런 날에는 어떤 감사를 할 수 있을까.
"태어난 날이 있고 축하를 받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니터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의 필요를 알고 채워주는 가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와중에 2시간을 그리고 개인의 스토리를 나눠주는 지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일이라는 나의 시작점을 알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수 있지만요. 나의 끝날의 때는 모르지만 그 마지막점을 위해 매 순간이 부단히 이어져가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생일을 슬퍼하지 않는 기념으로 소주 딱 한 잔만 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