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인간

by 유연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흔히 하는 말이다. 훌륭한 인간의 표본으로 삼는, 오늘날 ‘인간다움’을 규정짓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사회인으로서 개인의 역할에 대한 암묵적 동의. 과연 그럴까.


사람의 가치를 쓸모로 평가해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람이 쓸모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나. 쓸모없는 인간의 말로는 어떠한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쓸모없는’ 인간상이란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되거나 그런 나이가 되거나 갖은 사회적 제약을 통해 더는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쓸모’를 판단하는 바탕에는 한 개인을 사회의 소모품으로 인식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인간이란 혼자 살 수 없고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진실을 향한 의문과 강한 반발심이 머리를 든다.


인간이 꼭 쓸모가 있어야 하나. 꼭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하나. 어린아이에게 “아무나 되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끊임없이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쁜 와중에도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한다. 쓸모가 없어져서 버림받지 않으려면, 쓸모의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사람을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가리는 것. 그것을 통해 발전을 이루는 세상 속에서 쓸모를 잃어가는 사람들과 외면받은 사람들. 그리고 그 상실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직시한 이 순간,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쓸모를 증명할 것인가. 쓸모에 휘둘리지 않으려 저항할 것인가. 쓸모를 다할 때까지 나를 착취할 것인가. 그저 존재함으로써 만족할 것인가.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란 고독하면서도 고독 밖의 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나의 쓸모로 나의 가치를 확인하려 든다. 쓸모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의 가치란 무엇일까. 그 가치를 좇는 일 또한 쓸모를 판가름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면, 나의 가치를 찾는 일 역시 무의미하다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 묻는다. 그리고 그 방향성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가치가 아닌 삶 자체에 있다는 데 확신이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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