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들보다 자신을 모를 때가 있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접점 없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발견하곤 한다.
우리는 나보다 다른 존재에 관심과 시간을 쏟을 때가 많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보다 다른 이를 위한 일에 매달리곤 한다. 그렇게 나는 너무도 쉽게 묵살되고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일 앞에서 나는 무뎌진다. 나라는 인간은 점점 베일에 싸인다.
나 자신을 알기란 어렵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일이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듯하다. 다른 사람의 속내는 읽어도 내 속은 도통 모르겠는 날이 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학습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깨우치는 것과 나를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를 탐구하는 일이 일생의 과제라면 그것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에 막막함이 드리우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래도 나아간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것투성이고 그 속에 나 하나쯤 모르고 산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까.
나를 아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었다면, 이 세상엔 통달하고 득도한 사람으로 가득했을 것이고 이 세상에 어리석은 일이란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오늘도 나를 마주본다. 피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