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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야 Feb 28. 2021

네가 사장이라면, 근로기준법에 몇 번 위반될까?

벗어날 수 없는 일터 이야기

[근무 조건]
- 시간 : 07시 30분 - 21시 30분 (14시간)
- 일자 : 주 7일 (월~일)
- 업무 : 수행 비서 (식사, 의복, 사회 활동 지원 / 교육, 건강 관리 / 촬영 및 배포, 이미지 관리)
[세부 사항]
- 연차 사용 시 반드시 사장, 동료의 사전 협의 필요 (동료에게 업무 전가)
- 야근, 새벽 출근, 퇴근 후 재출근 상시 필요
- 연봉 없음


이 회사, 악덕하다, 완전!

조건만 봐도 쉽지 않은 이곳에 2년째 근무 중이다. 그만 두고 싶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입사하기도 쉽지 않지만, 퇴사는 더더욱 불가능한 곳. 바로 '엄마'라는 일터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아릴 정도의 심한 몸살을 겪었다. 진통제를 몇 알 입에 넣어야만 오한이 잦아들 정도였다. 누워 있는 호사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조금만 앉아서 쉬고 싶었다. 그러나 23개월 된 나의 사장님은 허락하지 않았다. '엄마 아파'라고 말해도, 축 늘어져 있는 옷깃을 잡아끌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농땡이 피우는 직원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결국, 후들거리는 무릎을 짚고 일어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네가 사장이라면, 근로기준법에 몇 번이나 위배될까?





근로기준법

제17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근로 계약서 작성 불이행


43조.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임금(통화) 지급액 없음, 근로기준법 제3장 [임금]에 관한 부분 전체 해당


제50조.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일평균 14시간 X 7일 = 98시간 근로 (주 52시간 근무 기준, 46시간 초과근무)

 

제55조. 사용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

제60조.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제73조.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해당 사항 없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항목이 있다. 최근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다. 아이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제76조.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엄마의 일터는 이토록 열악하다

먹고, 자고, 싸는 최소한의 생활조차 보장받기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도망치고 싶다.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엄마'가 된 것이지만,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것도 '엄마'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사표 쓸래?

열악하다 못해 악덕한 나의 일터, 그래도 내 답은 언제나 "NO"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더라도 본업은 항상 '엄마'이고 싶다. 유일한 사장님의 복지가 이 말도 안 되는 모순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복리후생
- 어떤 어려운 순간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웃음
- 자질이 부족하더라도 절대 없을 부당 발령 및 권고사직
- 어떤 실수를 해도 모두 용서해 주는 마음








참고사항

현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기업에 해당합니다. 글 작성자의 경우, 상시 근로자 3인으로 법규에 해당하지 않으나, 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부득이하게 적용하였음을 알립니다. (2021.01월 개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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