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과 지휘관은 다르다!

LG트윈스 염경엽 감독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by 멋쟁이 소방관

3년 전, 광주소방학교 지휘역량팀 근무 때다.

화재 시물레이션 훈련이 끝난 뒤, 복기(디브리핑)하는 과정이었다.

교육생의 매끄럽지 못한 지휘에 나도 모르게 굳은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나 보다.


쉬는 시간,

교육생 중 평소 친분이 있던 선배 소방관이 찾아왔다.


"너 불은 꺼봤냐? 현장경험 없지 않나?"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던진 질문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긴장했다.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웃음으로 넘어갔다.


그 선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의 태도 나의 말투 때문은 아니라 나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는 걸


17년 차 소방관, 현장경험은 5년 남짓.

관창 한 번 제대로 잡지 못 한 내가 지휘를 논한다는 게, 어쩌면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LG트윈스 염경엽 감독: 통상 타율 0.195 / 51타석 무안타

현장활동이 많다고 모두가 유능한 지휘관이 되는 것인가?
현장활동이 적다고 유능한 지휘관이 될 수 없는가?


LG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선수시절 KBO리그 최장 51타석 무안타 기록과 150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에서 역대 최하위의 통산 타율(0.195)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염경엽, 2025,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자신의 초라한 성적에 염경엽 감독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벤치를 지키며 야구계를 떠날 결심을 하지만,

다시 한번 프런트와 코치, 단장 등 다양한 이력을 통해 키움, SSG, LG까지 굵직한 실적을 내며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벼랑 끝까지 자신을 내몰아 혹독하게 분석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최고의 스포츠 선수가 최고의 감독이 된 적이 있던가?

선수와 감독의 영역은 어쩌면 처음부터 시작점이 다르지 않을까?


3년 전으로 돌아가 그 선배 소방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현장활동이 많다고 모두가 유능한 지휘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와 감독이 다르듯, 대원과 지휘관은 다르다.

대원이 나무를 본다면, 지휘관은 숲을 봐야겠죠.

대원은 임무중심으로 지휘관은 전술, 전략으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경험이 없다고 무시하지는 마십시오.


현장 경력이 짧더라도 누군가는 염경엽 감독처럼 더 혹독하게 분석하고 더 연구해 유능한 지휘관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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