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뭔가 만들어보자
*제 돈으로 제가 충동구매하여 조립하였습니다.
*그냥 우주가 보고 싶어서요.
1. 우주를 보고 싶다.
서울의 밤하늘은 까맣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밤하늘은 TV에 나오는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이나 영화에 나오는 은하계가 떠다니는 밤하늘이다. 코딩 공부를 하겠다면서 컴퓨터 검은 화면만 보고 있을 수 없고 우주에 가고 싶다면서 시커먼 밤하늘만 보면 흥이 돋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 나는 항상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싶었다.
2. 플라네타리움을 만들 수 있다고? - [어른의 과학]
기계를 만들겠다고 이것저것 검색하다 발견하게 된 [어른의 과학]이라는 잡지. 물론 잡지를 읽으려고 잡지를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관심이 있는 것은 잡지에 딸려오는 잡지 부록이 그 목표 아니겠는가?
원래 일본에서 시작된 잡지 [어른의 과학]은 여러 가지 기계 물품들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키트를 부록으로 준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순위권에 드는 잡지가 바로 플라네타리움 편이었다. 정말로? 정말 우주를 내 방으로 옮겨 올 수 있다고? 정말일까 의구심이 들어 주문하기 전에 미리 철저한 검색을 해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평은 다양했다. 좋다. 나쁘다. 천구 필름 붙이는 부분이 까다롭다 등등(나중에 만들어 보니 진짜 까다롭긴 했다.)
이렇게 호불호가 갈려 고민은 깊어져 가는데 밤도 같이 깊어져가다 보니 어느 틈에 이성이 날아가 구매해버렸다.
(한밤 중 쇼핑이 이렇게 지갑에 해롭다.)
3. 키트가 도착했다!
일본판 키트가 원조이지만, 나는 일어를 못하니 한국판 키트로 주문하였다.
잡지에는 만드는 방법과 별자리 같은 내용이 쓰여있었지만 내 손은 오직 조립 키트! 어서! 조립해보고 싶어!
하며 키트부터 뜯었다.
개봉하니 아래와 같이 흥미진진한 조립 키트가 들어 있었다.
4. 본격적인 조립
조립은 딱! 흥미진진한 정도의 난이도였다. 너무 쉽잖아!라고 생각하는 순간 톱니바퀴를 거꾸로 꽂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부 꺼내 다시 꽂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으니 아주 난이도가 낮다고 할 수는 없다. 잡지에 나와있는 설명서대로 하나하나 꽂으면 하룻 저녁에 만들 수 있는 난이도였다.
자 먼저 천구가 돌아가도록 톱니바퀴를 꽂고, 회로를 연결하고(무섭지 않다, 그냥 선만 한두 개 꽂으면 된다), 건전지를 넣으면 빛이 들어온다!
5. 까탈스러운 천구
찾아본 후기에 반 정도는 천구를 붙이는 부분이 까다로웠다고 되어있었는데, 설마 얼마나 까다롭겠냐고 콧웃음 쳤던 나는 반성하고 겸손해졌다. 절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별자리에 손자국이 찍히지 않게 손끝으로 살살 돌려가며 양면테이프로 정12면체(사실 바닥은 전구랑 연결해야 해서 뚫려있기에 정11면체)를 연결해야 한다.
매우 수고로운 작업이다.
사실 톱니가 있는 본체 부분을 연결하는 것은 정말 금방이었다. 이 천구 조립에 비하면...
6. 드디어 완성
퇴근 후 시작하여 밤늦은 시간까지 애쓴 끝에 하룻밤 만에 완성! 좋아 이제 그럼 밤하늘을 볼까?
하고 전원을 켜고 방안의 불을 켰는데... 흐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내 미래처럼!!
이 키트는 사기야. 난 이 늦은 밤까지 테이프와 씨름하면서 뭘 한 거야. 우주가 보고 싶었는데. 그냥 그것뿐이었는데라며 넋두리를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천장에 하나 둘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 뭐지 했는데 음악을 켜놓고 가만히 누워서 천천히 돌고 있는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점점 더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음악 하나가 끝나갈 때쯤 벽에 은하수가 비쳤다.
네모난 나의 방에 조금 맞지 않는 둥근 우주는 조금 이지러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흘러가는 별과 음악소리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 키트로 만든 이 우주는 정말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그냥 늘 똑같던 하얀 천장에 그렇게 빛망울 몇 개 매달려 있다고 가슴이 뛰다니 사람은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밤하늘이 다 도는 15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이걸 만들기 전에 많은 후기를 찾아보았다. 어떤 사람은 별로다. 어떤 사람은 아내와 아이가 좋아했다 등등 그래서 나는 이 쓰잘 때기 없어 보이는 조명을 왜 사고 싶은 건지 스스로에게 꽤 오랫동안 되물었고 사는 것을 지체해 왔다. 하지만 완성한 뒤에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15분 동안 한 바퀴를 돌아오는 밤하늘을 보고 나는 이것이 할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별거 아닌데 엄청나게 힐링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은하수를 바라본다는 것. 서울에서만 살았던 나에게 은하수는 처음이었다.
힘들면 바라볼 하늘이 생겨서 기뻤다.
7. 두 달 후
사실 이 내용을 브런치 서랍에 저장을 해두고 발행하기를 잊어버려 두 달이 넘게 흘렀다. 그래서 두 달 후 후기를 남겨보자면 건전지가 생각보다 빨리 닳았다. 그리고 내구성이 많이 좋지는 않은 편이라 청소하다 떨어뜨렸더니 빛이 약간 깜빡거리거나 연결이 약해져서 은하수가 진동하거나 흐릿흐릿해지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켜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 이 리뷰를 보고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면 위 부분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어땠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그래도 처음 은하수를 본 감동과 몇 주간 우주유영을 하다가 잠든 기억이 꽤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서 플라네타리움을 만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