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에게도 과외가 필요할까?

by 조아로운

새벽방송을 할 때였다. 워낙 박봉인 방송작가의 세계에 입문한 나이 많은 서브 작가는 투잡을 뛴다고 했다. 투잡이라고 해서 다른 일이 아니라, 새벽방송이 끝나면 10to7 개념의 회사로 출근한다고 말이었다. 그 회사도 콘텐츠를 다루는 곳인데 처음부터 별다른 가르침 없이 구성안을 써 오라고 해 곤혹스러웠다는 것이었다. 정말 가르쳐주지 않고 업무를 시작했는지, 그 후배의 그저 그런 고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민하는 후배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당시 새벽방송은 모 경제 채널의 주식방송이었기에 모두가 경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앵커, 캐스터, 피디, 작가, 조연출 할 것 없이 돈을 버는 일에 참 관심이 많았다. 보통 방송 일을 할 때 한 프로그램만 하면 생활이 안 되다 보니 여러 프로그램을 문어발처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통 그렇게 일을 할 때는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한다고 소문이 날 경우,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 왠지 소홀할 것 같다는 편견이 팽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또, 방송프로그램이 장수할 경우는 상관없지만 시즌제가 되거나 방송국에서 해당 방송을 담당했던 윗선들이 인사철을 맞아 이동할 경우, 제작진들이 이른바 물갈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 다른 프로그램들을 문어발식으로 하고 있다면, 다른 작가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다른 활동들을 조용히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 일했던 경제 채널에서는 오히려 어떤 일을 더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면서 다음 날 방송 준비는 방송 후 점심 전까지 빠르게 끝내놓고 경제적으로 일을 했던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오후에 국내 주식장이 마감한 후에 필요한 일들도 있어서 오전과 오후 둘 다 일을 해야 해서 결과적으로 그리 경제적이지 못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어 그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그 일을 발판으로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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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할 때 다양한 사진을 찍어놨으면 좋았으련만 글만 쓰기엔 따분한 것 같아 챗GPT에게 글과 어울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할미로 그려버렸다.



그렇게 서브 작가에게 방송에 필요한 것들을 1주일간 과외를 해 주기 시작했다.


1. 섭외와 출연자 관리

2. 아이템 선정

3. 구성안 작성

4. 신문을 보고 발제문을 하나 정해 스크랩한 뒤 생각 글로 정리

5. 홍보문 작성



이렇게 과외를 해 줬는데 그 서브 작가가 말하길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작가 원고료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무슨 과외까지 받아 가며 일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회의감마저 들었지만, 사실 나 역시 돌이켜보면 입봉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답이 없는 일이기에 꼭 글을 다 쓰고 나면 그건 아니라는 메인작가들의 날카로운 모니터링에 시달렸다.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보통 방송 아카데미에 등록하지만, 사실 방송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쓸 일은 많지 않아. 그것보다는 방송 아카데미에서 사귄 동료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며 서로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일이 많았는데 그런 것 때문에 필요했을 뿐 업무적인 것들은 소용이 없었다. 정작 입봉해서 글을 써야 할 때는 아이템을 찾고 그 아이템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며 구성안을 쓰는 방법부터 나레이션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쓰는 방법은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다. 요즘에는 그런 걸 알음알음 과외로 배운다니, 그것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정답이 없는 일이고 방송이란 일이 블루오션에 접어들어 이제 이른바 고인물들에게는 돈을 버는 일로만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하지 않을까? 20년 넘게 일해 온 어느 방송작가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글을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