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만 아직 우산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내 마음의 지도

by 영웅

스트레스에 낙관적

얼마나 경이로운 말인가


보약도 필요 없는 타고난 마음가짐이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마인드 컨트롤을 외친다.

마음조정 마음조정

심란하게 울렁이는 마음에 마음조정이란

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를 치는 것처럼 간단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 뚜렷한 답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인간관계, 금전적 신체적 손해 등처럼 원인파악이 뚜렷한 감정이 아닌

어릴 적 깊은 상처나 인식할 수 없는 무의식 속에 계속 치고 들어오는 일상의 트라우마

당장 찾을 수 없는 서서히 스며든 감정과 불안의 변화는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가 참 어렵다.


직장에서 마음심리검사를 진행했다.

전문가와 1:1로 앉아 비 오는 날의 사람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빗속에 사람들이 앉아도 있고 서있고

굵은 빗방울이 한없이 떨어졌다.


머릿속에 비해 형편없는 그림실력은 내 머릿속을 다 그려내진 못했지만


질문이 오고 갔다.

A 아무도 우산을 쓰고 있지 않네요?

B 우산은 전혀 생각도 못한 것 같아요. 지금도 그리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A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B 그냥 사람들을 그리라 하셔서 불특정 다수를 그렸어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비 오는 날 밖에 있는 모르는 사람.

A 이 사람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나요

B 편안한 것 마음이 내려놓아지는 편안해지는 것 그런 것들을 보고 있어요.

촉촉하게 비를 맞고 있는 잘 꾸며진 공원 같은 것 들요.

A 편안해지고 싶나요 지금

B 마음이 조금 불안하긴 해요. 이 마음의 원인을 계속 찾고 있는 중이에요

A 왜 그런 마음이 있나요? 최근 무슨 일이 있었나요?

B 큰아이가 5학년인데 자꾸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동생과 차별한다던지

즐겁고 행복했던 일이 9라면 숙제나 동생과의 싸움문제에서 혼내게 되는데 그런 1의 부분을

도드라지게 자꾸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이런 상담이 처음이라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아침에 있었던 잠깐의 일상의 고민이 되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던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웃기지 별 것 아닌 이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툭 하고 났다.


A 숙제가 많은가요.

B 많지는 않아요. 그런 걸로 많이 트러블이 생기는 것 같아 최근엔 더 조율을 했거든요.

수학문제집 두장을 풀면 동생은 후다닥 풀고 나오는데 큰아이는 긴 시간 앉아있으면서

한 바닥도 제대로 안 하고 오는 편이에요. 그걸 차근차근해보려고 타이르면 버릇없는 말투로 대꾸하니까.

그런 부분들이 저를 화나게 하는 거 같아요. 버릇없는 말투가 참 참고 있기 힘들어요.

그러면서 반복하게 돼요. 참고 타이르다 끝끝내 고지에서는 울화가 치밀었다가. 아이와 같이 쿵쿵대고 있는

저를 발견하죠. 그러면 또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아이는 이미 더 토라져있고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돌아보고 또 후회하고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조절을 못하는 제 스스로가 참 안 좋게 느껴지죠

A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어떤가요? 말을 잘 듣는 부모 속 안 섞이는 잘 자라는 아이였나요?

B 이 세상에 부모 속 안 섞이고 자란 아이가 과연 있을까요. 마찬가지였겠죠.

A 그래도 특별하게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신 적은 없을 것 같아요.

B 뭐. 물론 특별한 탈선은 없었어요. 차근차근 큰 틀을 벗어나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잘못했으면 늘 잘못했어요라고 했던 것 같아요.

뭘 잘못했는지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만 혼나고 싶었거든요.

그런 기억이 있는데 큰아이는 따박따박 말만 하면 말대꾸이니 제가 더 화나는 걸까요?


A 동생이랑 공부를 같이 하나요?

B 저녁시간 시간에 하니까 각자 방에서 하거나 같이 하거나 비슷한 시간에 함께 하게 되는 거 같아요.

A 그렇군요. 큰 아이는 수학 말고 다른 것들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이 있나요?

B 언어. 큰 아이는 언어를 잘해요. 영어나 국어 잘하는 편이에요. 둘째 아이는 수학적으로 뛰어나고요.

A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럼 본인이 잘하는 것들을 할 때는 큰 아이는 적극적으로 하겠네요?

B 네 맞아요. 그렇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자신 있게 즐겁게 문장을 읽고 있는 아이얼굴이 떠올랐다.


A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아이들 돌보고 피곤하시겠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서운한 말만 쏟아내면 참 속상하죠. 큰 아이의 그런 반응에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차별한다거나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요.

B 억울함에 말문이 막힐 때도 있어요 속으로 수십 가지의 본인만 역차별한 좋은 일들이 떠오르거든요

그래도 그랬구나 너의 마음이 안 좋았구나 공감을 할 때도 있어요

A 공감을 해주면 아이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B 온갖 서운했던걸 다 쏟아내죠 또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무슨 서운한 게 그리 많은지 참


A 그건 아주 좋은 신호예요.! 입을 닫고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아직 엄마에게 신뢰가 있는 거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희망을 보는 거예요

이야기가 다 끝났을 때 그랬구나 그래서 서운했구나 힘들었겠다.라고 해줘 보세요

역으로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차별을 당했다 느끼거나. 그런 말들이 필요할 거예요.

B 아 저는 그걸 못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 아이가 저에게 다 쏟아냈을 때 어느 정도 쏟아내면 속으로 치.. 하며

유치해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니 그건 하고 변명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왕 듣는 거 그런 마지막 마음까지 토닥여줬어야 됐는데 마지막에는 꼭 저의 타당한 이유를 알리려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닌데 참 그게 뭐라고 오늘부터 실천해 볼게요.


A 본인을 점검하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계속 본인 스스로를 점검하고 잘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아이들에게도 전가돼서 아이는 엄마가 내 말은 안 들어주고 내 이야기에는 귀담아듣지 않고

틀에 가둔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B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저는 그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저 스스로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일어날 거라는 가정하에 제 마음을 자꾸 옥죄이는 것 같아요. 결과는 아무도 그 어떤 것도 그대로 있는데

말이죠.

매일 하던 숙제를 하루 안 해도 내일부턴 다시 열심히 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고 또 틀을 만들어요

불안해하죠 하루 숙제 안 하는 것 그게 뭐라고 며칠 푹 여행 다녀온 것 큰일이 날 것처럼 내가 이래도 되나

이러다 애들이 잘못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또 틀을 만들어 다짐을 해요 이제 놀았으니 내일부턴 다시 루틴을 잡을 거야!

내일부턴 다시 이 시간에 이것을 하고 이것을 할 거야.

오늘 저녁은 외식을 했으니 내일 저녁부터는 며칠 동안 열심히 다시 저녁을 만들어 줄 거야.

그렇게 안 해도 아이들은 스스로 잘 크고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말이죠


A 퇴근하고도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 공부까지 봐주시네요. 힘들지 않으신가요.

B 부모라면 다들 그렇지 않나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다 하는 거죠 뭐.

이런 작은 일상들이 저는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상에서 벗어날 때도 불안함이 온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친구들이 아이들과 남편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자고 하면 모두가 행복해하는 시간에

저는 또 불안이 몰려와요. 그래서 저는 결국 제가 편한 길로 불참을 선언하게 돼요. 저 참 바보 같죠?

A 소소한 일상이 행복으로 다가와서 그럴 수도 있죠. 아이들과 있는 게 더 행복한 것도 그럴 수 있죠.

B 얼마 전에는 회사에 친한 여성 동료들이 좋은 호텔을 아이들과 같이 주말에 놀러 가자고 제안했어요.

저는 그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들어온 건 불안이었어요.

A 어떤 걱정이 들었죠?

B 혹시나 아이들이 가서 또 투닥대며 싸우진 않을까. 회사동료랑은 사회생활로만 끝내고 싶은데

실수할지도 모르는 내 모습 또 우리 아이들의 컨디션 저조할 때의 모습 그런 나의 날 것을 보여준다는 게

영 내키지가 않으면서 일렁이더라고요.

A 다른 분들도 아이 키우는 엄만데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통제 불가능 한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집에 있으면 모두 내가 통제 가능한 선에 있으니 그것에 제일 안정감을 느끼시는 거고요.

B 그렇네요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래서 이 모든 불안이 오는 것 같기도 해요

제 문제있은 것 같다는 건 스스로 많이 느끼고 있었어요.

거절을 해야 되거나 부탁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해요.

아이들을 위해 부탁해야 되는 상황 회사에서 업무로 인해 부탁해야 되는 상황

결과론 적으로 그 누구도 모진 소리 하는 사람이 없는데 사소한 그런 모든 상황에서 불편한 결과를

상상하고 가정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해요.

A 계속 스스로를 점검하시니까요. 지금도 계속 본인문제라고 되풀이해서 말씀하시네요.

스스로 해내야지 하는 마음이 강하니 부탁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끄덕이고 있는 나를 보며

A 또 점검하고 계시죠 스스로를. 남편은 이런 일들에 대해서 도움을 많이 주는 편인가요.

B 센스 있고 알아서 척척해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늘 옆에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갸우뚱하고 있는 상담사를 보며 나는 아니라고 나왔나요? 하고 웃으며 물었다.


A 그런 건 알 수 없어요. 웃으며 답했다.

아마 하루아침에 나를 계속 점검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렇진 않아요.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나 뭐 어떤 성장과정에서의 어떤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성향을 만들었을 수도 있죠. 어릴 적에 책임감이 많이 주어졌다거나 그런 삶을 사셨을 수도 있고요.

점검을 인식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어? 나 또 나 점검하네 하고 인식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비가 잔뜩 오고 있는데도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모든 것들을 스스로 다 받아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이든


B 굳이 지금도 우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비를 맞는 게 불행하다는 생각도 없어요.

기쁜 마음으로 잔뜩 맞고 있는걸요?

A 비가 오는 여기에 뭘 더 넣으면 좋을까요?

B 사람들이요. 사람들이 막 뛰어다니는 걸 더 그리고 싶어요. 신나게

A 놀고 싶으시네요. 놀러 나가야겠네요. 오늘 잠깐이지만 어떠셨나요.

B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를 점검하고 있다는 말이 참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점검한다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저의 마음정돈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A 네 됐습니다.

멋지시네요.


멋지시네요. 한마디가 상담 내내 별말도 안 하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나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오늘 회사에서 처음 본 상담사에게 나의 이야기를 오롯이 다 할 순 없었지만


나를 매번 점검하고 있는 나.

그것을 깨우친 나.

잠깐은 평온이 온 나.

나는 안다. 나는 또 다른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안다. 그때도 나는 계속 나를 점검하며 해답을 찾아 나갈 것이라는 것을


우산은 필요 없다. 내리는 비는 고스란히 내가 가는 길에 떨어지는 것일 뿐이다.

나는 그 비를 온전히 맞고 내 것으로 만들고 다시 말리고 또 지나갈 것이다.


내리는 비도 햇살도 직면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갈 이유와 재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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