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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짱없는 베짱이 May 20. 2024

내 손 밖의 일들

[주간회고] ~ 5/20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밖에 나가고 싶다. 맑은 날 불어오는 바람은 내 몸에 머금었던 깊은 숨을 저 멀리 바다 건너까지 보내줄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어딘가의 향기를 다시 실어와 내 기분을 간지럽힌다. 이대로 고여 있을 순 없지, 나는 또 못 이기고 밖으로 나간다. 정작 밖에 나와서 걷다 보면 어디 풍광 좋은데 자리 잡고 앉아서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싶다. 어른의 취미란 왜 이렇게 시시하고 뻔한 건지.


약간은 답답한 마음으로 한 주를 보냈다. 나 또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며 지쳐갔던 것도 있고, 분명히 진전되어야 할 상황이 제자리걸음하며 생기는 짜증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순간을 참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감정의 동요로 이어졌을 텐데, 이제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자 한다. 어차피 사람의 일이란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어느 무리에나 답답한 사람은 또 생기기 마련이고), 다만 그 똑같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고, 혹은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보단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그걸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가장 답답한 것은 회사다. 나의 거취가 결정 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고, 이제 약 2주 뒤면 진짜 퇴사인데, 이제야 공식적인 인수인계 지침을 내려왔다. 덕분에 남은 2주를 인수인계만으로 아주 빠듯하게 보내게 생겼다. 아직도 간혹, 이래 봤자 나가면 회사에서는 내 노력을 알아주기보단 흠집 잡기에 나서는 것 아닐까 한 번씩 걱정이 된다. 이렇게 오래 다닌 회사와의 믿음이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그저 내 마음이 기우이길 바라면서 하루하루에 충실할 뿐이다. 어차피 나가고 난 뒤의 일은 내 손을 벗어난 일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나에 대한 편견 또는 의도 섞인 여론에 휩쓸리지 말자고 얼마 전에도 다짐하지 않았던가.


이런 와중에도 다행히 주변에서는 계속 나의 갈길을 안내하는 듯한 이정표가 희미하게 반짝인다. 다만 이렇게 느슨하게 걸어가도 괜찮은 걸까 한 번씩 의문이 들지만, 지금은 에너지를 제대로 보충해야 할 때 같다. 내가 맞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위안을 삼으며, 남은 2주를 그 어느 때보다도 잘 보내며 좋은 마무리를 하고 나와야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용기 있었고,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지만, 분명 이 끝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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