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학원 가야 할까?

by 책봄


아이가 아플 때, 학원은 꼭 가야 할까? 쉬어야 할까?


"아파도 학교가서 아파라"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세대라면 자라면서 한번쯤 이 말을 들어보았을거다. 그 시절에는 부모님도 선생님도 학생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조퇴를 할지언정 아파도 학교가서 아픈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아플 때는 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아픈 아이는 집에서 돌보는 것이 매너가 되었다. 부모세대가 겪은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경험과 실제가 다르다 보니 가끔은 헷갈린다.


아플 때 쉬어야 할까? 보내야 할까?


헷갈리는 이유는 아프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기침 좀 하고, 콧물 좀 흘려도 아이가 잘 먹고 잘 논다면 아프지 않다고 간주한다. 반대로 환절기에 으레 하는 기침이나 콧물에도 쉬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때는 발열여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 열이 있으면 집에 있고, 열이 없으면 나갔다. 어떤 기준이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할 수 없다.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아플 때는 쉬어야 한다는 쪽이다. 평소와 다르게 기침이 잦고, 콧물이 흘러 아이가 힘들어 한다면 유치원은 그렇다치더라도 학원은 보내지 않는 편이다. 이런 나의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감싸고 도는 것으로 비춰지나보다.


지난 주 아이는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 아침부터 콧물을 훌쩍이는가 싶더니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줄줄 흐르고, 마른 기침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 아이스하키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게다가 이미 출발하려고 모든 준비도 마친 상태. 아이와 현관문 앞에 주저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때? 갈 수 있겠어?"

"모르겠어"

"힘들면 쉬어도 되고"

"...... 그럼 안 갈래"


챙겨놓은 짐을 다시 풀고, 감독님에게 연락을 했다.


'오늘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수업에 못 가게 되었습니다. 미리 연락 못드려 죄송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불참 소식을 알리는 연락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상황이 흔하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열이 오르기도 하고, 수시로 컨디션이 오락가락 하다보니 말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다음부터는 못 가면 미리 이야기해야 돼. 적어도 하루 전에는. 미리 연락을 못했다면 일단 출발하는거야. 알겠지?"

"알겠어"


다음 날,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아이 컨디션이 어떤지 물으시며 한마디 덧붙이셨다.


"어머니, 이제 00이도 아기가 아니예요. 많이 아픈게 아니라면 그냥 보내세요. 아이들 집에서는 아프다고 해도 나오면 잘 할 수 있어요."


'아차!'싶었다. 감독님 눈에는 내가 아이를 아기처럼 대하는 것으로 보였구나. 심각하게 아픈 것이 아니라면 그냥 보내라고 그럼 나와서 열심히 한다고 그러니 아이를 믿고 보내라는 말씀.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솔직히 어제도 엄마인 내가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운동을 갈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 조금 힘은 들었겠지만 2시간쯤은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망설인건 오히려 나고, 먼저 가지 말자고 제안한 것도 나였다. 그 이유는 아이 상태를 미리 걱정했기 때문이다. 추운 곳에서 땀 흘리며 운동했다가 괜히 감기가 더 심해져 고생할까봐 염려했다. 그래놓고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짜증을 냈구나.


어제의 내 선택은 옳았던 걸까?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하교가 늦은 날이면 엄마는 피곤하니 집에서 쉬라고 하셨다. 정작 나는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컨디션인데도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하니까 잘됐다 싶어 안 갔었다. 어느 날 학원에서 발표회를 하는데 아이들이 하모니카 연주를 했다. 알고보니 내가 결석하는 날이 일주일에 한번씩 하모니카를 배우는 날이었던거다. 집에서 쉬고 있는 나는 당연히 그 사실을 몰랐다. 피곤한 날은 무리하지 말라는 엄마의 배려 덕분에 푹 쉴 수 있었지만 대신 하모니카를 배울 기회는 놓친 셈이다.


나도 아이에게 어떤 기회를 뺏고 있지는 않을까?


뒤늦게 다짐한다. 미리 계획된 일이 아니라면 갑자기 수업에 빠지는 일은 없게 하자고. 열이 나고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은 가자고. 살다보면 언제나 100%의 컨디션에서만 활동할 수는 없으니까. 내일 또는 내일모레의 에너지를 미리 끌어와 쓰더라도 오늘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다짐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들아, 이제 우리 웬만하면 빠지지말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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