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와 권태기에 빠졌다.

by 책봄

발태기에 빠졌다.


'발태기'란 발레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취미발레인들이 만든 말이다. 발레에서 오는 흥미를 잃고 권태로움에 빠진 상태를 뜻한다.


아이의 겨울방학, 설연휴, 감기로 한 달 정도 강제 휴식기를 가졌다. 하는 일 없이 쉬다보면 빨리 발레도 하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막상 쉬어보니 이건 또 이거대로 괜찮다. '어라?' 편하고 좋은데. 권태기에 빠진 것이 틀림없다.


취미생활은 의무가 아니다. 그만둔다고해서 말릴 사람도 없다. 오히려 그만두면 돈 아낀다고 은근히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 돈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수도 있고 말이다. 이대로 그만 둘까?


하지만 내가 육아를 하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배운 사실이 하나 있다. 지금 이 시기를 극복하면 더 좋은 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 육아나 결혼은 흥미가 없어졌다고 그만둘 수가 없었다. 시시하고 재미없으면 의무감으로라도 계속 해야만 했다. 그래서 하다보니 권태로움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하더라. 긴 가정보육,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생긴 지루함을 견디는 내면의 힘으로 글쓰기, 운동,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는 내가 그 증거다.


권태로워졌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긴장을 한다. 그 긴장감은 설렘을 함께 동반하고 있다. 설렘에 집중해 일을 지속하다보면 어느새 긴장감은 차츰 사라진다. 대신 그 자리에 안정감이 찾아온다. 안정감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기는 일을 할 때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때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새로운 설렘은 점차 사라지고 안정감만 남는 시기가 온다. 이때가 바로 권태기다.


따라서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새로운 자극을 주는거다. 다시 처음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안정감과 긴장감 사이의 균형을 거듭 찾는거다.


취미발레인들 사이에서는 발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새로운 레오타드를 산다.

둘째, 그냥 참고 계속 한다.


새로운 레오타드를 샀지만 발레를 그만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새로운 자극이 효과가 있으려면 일단 그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대게 권태기를 견디고나면 성장의 순간이 온다. 모든 배움은 계단식이라서 정체기가 있기 마련인데 그 정체기를 견디는 사람에게 수직 상승의 기회가 오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성장을 위해서는 권태기도 묵묵히 견디며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이 견디는 시간을 조금 더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레오타드를 사고, 학원도 바꿔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일뿐.


나는 발태기를 극복하고자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활동량을 늘려 체력도 기르고, 체중조절도 하면 발레할 때 동작도 더 예뻐보이고 힘도 덜 들겠지 그럼 다시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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