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학을 하면 엄마의 모든 일상은 정지된다.
발레학원에 가는 대신
아이를 위해 삼시세끼를 차리고,
틈틈이 글을 쓰는 대신
중간중간 간식을 챙겨야 한다.
시간 맞춰 학원에 보내거나 숙제를 시켜야 하고,
먹고, 자고, 씻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아이를 향해
"씻어라, 먹어라, 그만 자라" 잔소리도 빠질 수 없다.
아이의 겨울방학 3주 동안
아줌마리나의 발레도 강제 방학을 맞았다.
안그래도 약 때문에 살이 쪄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강제로 발레를 쉬려니 마음이 불안하고 억울한 생각도 든다.
그 억울함은 괜시레 죄없는 아이에게 향한다.
"000!! 숙제는 하고 게임하는거야???!!!!!!"
배와 엉덩이가 쳐지고,
잘 맞던 바지가 허벅지에서 걸리고,
체중계의 숫자가 매일 신기록을 갱신하던 그 때.
드디어 방학이 끝났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자마자 발레학원부터 갔다.
오랜만에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선율에 맞춰
몸을 풀며 나에게 집중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전신거울 앞에 다시 섰다.
불어난 살을 감추려 검정색 레오타드를 입고
스커트와 각종 워머로 곳곳에 붙은 살을 감췄는데도
삐져나온 살들이 까꿍하며 나를 놀리는 듯 하다.
늘 하던 운동인데 오늘따라 더 힘들다.
땀이 흐르고, 목이 탄다.
바 순서는 그새 다 잊어버렸다.
센터는 더 엉망진창.
왈츠를 추는데 나 혼자 탈춤을 추고 있다.
발랑세 발랑세 대신 얼씨구 절씨구를 외쳐야 할 판.
수업을 마치고 가빠진 숨을 쉬며
패딩을 걸쳐 입고 나오는데
찬바람이 쌩하고 불었다.
운동 후에는 찬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집에 돌아왔는데 허벅지, 종아리가 쑤신다.
오랜만에 운동했더니 근육도 놀랐나보다.
폼롤러로 열심히 근육을 풀어주고 마사지를 한다.
다시 나만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줌마리나의 발레는 아이의 일상에 맞춰
자꾸 맥이 끊기고 감을 잡을만하면 강제휴식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완전히 놓지만 않는다면 어제의 나보다는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