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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an 11. 2024

육아휴직을 결심한 이유 1. 돈

남편이 육아휴직을 결심하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돈'이었다. 


"생활비는 어쩌고? 애들 학원비는?"


에둘러 조심스럽게 묻는 사람도 있었고 대책없이 무슨 생각이냐며 따지듯 묻는 사람도 있었다.(팀장님 화나 신게 아니라 걱정이었던거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9년차 외벌이. 남편의 소득이 없어지면 우리 가족의 수입이 사라진다는 걸 주변사람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직을 준비하는거냐고 묻고, 다른 수입이라도 생긴거냐며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로서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휴직이었지만 남들에게는 돌발행동으로 보였던 것 같다. 보통 출산직후나 초등입학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나이라서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은 가장 궁금해했던 두가지 질문 중 첫번째.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8년을 주말부부로 지내다 2년 전, 남편의 직장이 있는 지방도시로 거처를 옮기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비록 변두리라고 해도 곧 죽어도 서울에 살아야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부동산 정책으로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도망치듯 지방으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울에서 전세를 빼니 지방에서는 10평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고, 집에 맞물려 있던 대출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집에서 남편 회사까지 거리가 가까워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했고, 출퇴근하며 들던 왕복교통비와 주유비도 아낄 수 있었다. 아낀 돈으로 적금을 들었다. 


욕심 많은 나는 하나뿐인 아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불안감을 견디며 엄마표영어로 유치원비를 아끼고, 유행하는 비싼 전집 대신 저렴한 중고 전집을 구해서 읽히고, 고급 장난감 보다는 몸으로 뒹굴고 놀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새로 이사한 동네는 지방이어도 교육열이 높은 곳이라서 6~7살에도 이미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학원이라면 결사 반대하는 아들의 고집과 엄마의 뜻이 맞아 학원에 많이 보내지 않았다. 운동하나만 시켰다. 1학년, 12시 하교라는 무시무시한 미션에도 불구하고 학원비에 들어갈 돈을 아껴 적금을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돈으로 남편의 10년된 차를 바꾸는 대신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대신 미루어 두었던 어학원에 보내는 대신 우리는 다같이 놀기로 결정했다.


타고나길 불안이 굉장히 높고,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타입인 우리는 태어나 처음으로 용기를 내 조금은 무모한 선택을 했다. 모아놓은 돈을 까먹으면서 사는 1년을.


솔직히 불안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으니까. 산 입에 풀칠은 하고 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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