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답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살을 빼는 방법을 원하신다면 이 글에는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체중계 숫자는 변하지 않아도 체형은 변할 수 있습니다. 내일모레 마흔을 앞둔 취발러 아줌마가 보장합니다. 저는 발레를 하는 1년 동안 키는 2cm 자랐고요, 바지사이즈도 하나 줄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끝까지 읽어보시겠어요?
기억나세요? 출산 후 체중.
3kg이나 되는 아이가 나왔고 양수도 빠졌을 텐데 왜 몸무게는 그대로인지... 부기가 빠지면 돌아올까 모유수유를 열심히 하면 빠질까 고민했었죠. 그래서 얼마나 빠지셨나요? 몸무게?
소싯적 입던 옷들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한 뼘짜리 옷을 어떻게 입고 다녔던 걸까요? 허벅지에서 걸리는 걸 우격다짐으로 끌어올렸더니 마침내 엉덩이에서 찢어지더라고요.
배는 늘어지고 엉덩이는 처지고 허벅지와 팔뚝은 출렁출렁 했습니다. 아!! 그 와중에 근육이 생긴 부위도 있었어요. 승모근. 아기를 안고 업고 하다 보니 목 옆으로 승모근만 불쑥 솟더라고요. 무릎에도 살이 찐다는 걸 아시나요? 심지어 발바닥에도요. 허벅지 탄력이 떨어지니 살이 처지면서 무릎 위에 쌓이는 거예요. 발바닥 아치가 무너지면서 평발처럼 변하니 신발 사이즈도 커지더라고요. 그뿐인가요? 허벅지, 엉덩이 주변으로 눈에 띄게 셀룰라이트가 생겼습니다. 옷 사이즈는 한없이 커지고 무슨 옷을 입어도 태가 안 나더라고요. 자주 입던 니트스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는데 올록볼록하게 나눠진 뱃살, 옆구리살, 엉덩이 아랫 살을 보고는 충격! 전신 거울을 안 보고 살았습니다.
'아기 엄마들이 다 똑같지 뭐...' 하면서 무시하려고 애썼어요.
온몸에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쌓인다는 건 생각보다 위험했어요. 늘 기운이 없고 맥이 빠지고 아픈 곳도 많아졌어요. 코어에 힘이 없으니 자세가 안 좋아지고 목, 어깨 통증을 달고 살았습니다. 목과 어깨 통증이 심한 날에는 두통이 동반되었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조금 많이 걸은 날에는 무릎관절도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한결같았습니다. 운동만이 살 길이다. 발레를 시작한 건 다이어트보다는 살기 위해서였어요. 운동을 싫어하는 저에게 그나마 재밌어 보이는 운동이었거든요.
출처 : backintelligence.com
발레를 시작할 때 제 자세는 위의 오른쪽 그림과 비슷했어요. 배는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꺾은 채 엉덩이를 내밀고 다니는 자세요. 오리궁둥이 아시죠?
발레 첫 수업 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제 인생을 바꿉니다.
"본인이 오리궁둥이인 줄 알았죠? 아니에요. 자세 교정하면 고칠 수 있어요. 발레 꾸준히 해봐요."
저는 속으로 '네? 평생 오리궁둥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요?' 하며 반신반의했습니다. 선생님은 수업 내내 외치셨어요. "아랫배에 힘주세요. 골반 세우고. 엉덩이는 내려야죠. 다시 다시."
네. 지금 한번 해보세요. 벽에 기대서서 허리와 벽 사이에 틈이 없도록 서는 느낌이면 됩니다. 어떠세요? 저는 이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 등에서 땀이 흐르더라고요.
그런데 이 자세가 발레의 기본자세입니다. 이 상태에서 엉덩이에 힘을 주고 그 힘으로 허벅지부터 종아리, 발목을 지나 발가락 끝까지 턴아웃으로 서는 것이 기본이죠. 이 자세를 유지한 채 다리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고 점프를 하고 턴을 돕니다. 끝이 아니에요. 상체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요.
보통 발레 클래스는 매트, 바, 센터로 구성되는데 전체 수업이 70~90분 정도 됩니다. 매트 위에서 몸을 풀 때부터 땀이 나기 시작해서 센터까지 마치고 나면 얼굴은 새빨간 고구마가 되죠. 속옷까지 젖을 정도록 땀이 나기도 합니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갑죠. 꼬르륵. 배가 고픕니다. 이렇게 기진맥진하며 운동을 하니 수업이 끝나면 배가 고파요. 아주 많이. '아메리카노는 살 안 쪄' 하면서 일단 그란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켭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고봉밥을 먹어요. 그래도 허기가져요. '운동도 열심히 했으니까'하며 달달한 디저트를 입에 넣고 나서야 정신이 차려집니다. 이러니 살이 빠질 수가 있나요. 안 찌는 게 다행입니다.
그래도 체형은 변합니다. 제대로만 했다면요. 먼저 골반을 바로 세우고 배에 힘을 주고 바르게 서니 키가 자랐어요. 숨어있던 키를 찾은 거죠. 2cm. 몸무게는 그대로지만 키가 커졌으니 살이 빠져 보여요. 상체도 변합니다. 저는 특히 목선이요. 발레에서 상체는 무조건 우아해야 합니다.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 길고 가는 목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제 발레 선생님은 열정이 넘치셨어요. 취미 발레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전공생처럼 지도해주셨죠. 그런 날은 뒤에서 제 머리채를 잡아 올리셨어요. "이렇게! 이렇게! 더! 더!" 하시면서. 그렇게 없는 목을 뽑아 올리다 보면 조금은 길어집니다. (수업이 끝나면 미안하다고 늘 사과하셨어요ㅋㅋ) 또 폴드 브라(발레에서 팔의 움직임)를 우아하게 쓰기 위해 등근육을 써야 합니다. 등근육 쓰는 법을 바르게 익히면 승모근 사용이 줄어요. 그리고 승모근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그럼 목은 더 길어 보이죠.
이제 왜 체중은 변하지 않아도 체형이 변하는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저는 6개월 차부터 주변에서 조금씩 알아보더라고요. 살이 빠진 것 같다고. 실제로 체중은 전혀 변화가 없었고요, 군살이 정리되면서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인 거죠. 발레에 제대로 빠지면 무섭습니다. 하다 보면 점점 더 완벽하고 예쁜 자세를 하고 싶어 져요. 근력이 부족해서, 체력이 달려서, 유연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좌절하신 분들이 자연스레 다른 운동을 병행하기 시작합니다. 헬스, 러닝, 필라테스 등등. 프로 무용수도 아닌데 오로지 발레를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더 하시죠. 그것이 발레의 매력입니다. 바디 프로필을 찍듯 발레 프로필을 찍는 분들도 계시고요.
발레만 해서는 살이 빠지지 않아요. 식단, 유산소 등을 함께해야 하죠. 오히려 체중이 늘기도 해요. 발레하고 힘들어서 많이 먹거나 근육량이 늘어 몸무게가 증가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꾸준히 하면 '눈바디'는 변합니다. 내 눈에는 물론이고 남들 눈에도 체형이 달리진게 보여요. 또 태도도 좀 변합니다. 우아한 여자가 되는 듯한 착각, 무언가 대단한 걸 하고 있는 듯한 착각. 신데렐라가 드레스를 입고 왕자님과 춤을 추며 공주가 된 듯 착각하는 것처럼요. 발레의 매력에 함께 빠져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