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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큐레이터 May 16. 2023

‘이대로, 너와나, 나누리’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홍소영,이유출판)를 읽고



안녕? 아기별에 살고 있는 세 친구들! 아이고! 시끄러워라. 그래그래, 알고 있어. 요즘 너희들이 얼마나 신났는지 말이야. 너희들의 엄마가 첫 책을 내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 킥킥 대며 웃다가, 또르르 눈물을 흘리다가,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뭔가를 다짐하게 된다는 지구별의 소문이 거기까지 닿았지? 그래서 너희가 신이 난거고! 어쩌면 너희들은 그 소문이 닿기도 전에 먼저 알아차렸을 거야. ‘눈은 없으나 눈 맞출 수 있고, 입 또한 없으나 목소리를 내는 존재, 쿠아’가 먼저 귀뜸을 해줬을 테니까. 이제  곧 지구에서 기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이야.      


나는 오늘에서야 너희 엄마가 쓴 첫 책,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홍소영,이유출판)를 완독했어. 책을 읽기 시작 한 건 며칠 전인데, 한 번에 촤르르 – 읽을 수가 없었단다. 왜냐면, 웃다가도 자꾸 목이 메여왔기 때문이야. 웃음소리였던 ‘큭큭’이, 순식간에 울음소리로 변환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해서 책을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너희 엄마가 다른 매체에 기고했거나, SNS에 올려줘서 미리 읽은 글도 있었는데, 마음이 녹아 눈물이 되는 걸 막지는 못했단다.      


그래, 나는 너희 엄마의 글을 읽은 적이 있어. 그건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내가 너희들의 엄마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야. 아는 선생님(책에는 너희 엄마와 칼국수를 먹었다고 나오는 분이야. 너희 엄마를 ‘떠돌이 행성’에서 ‘별로 만든 어벤저스’ 중에 한 분이지)을 통해서 너희 엄마와 SNS 친구가 되었어. 처음 친구가 되었을 때, 프로필에 써있는 ‘우주덕후’라는 말이 신기했어. 내게 ‘우주’라는 공간은 무섭고 두려운 곳인데, 너희 엄마에게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공간 같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너희 엄마가 쓰는 글에는 ‘우주의 신비’가 녹아 있었어. 글을 읽고 있으면 형형색색의 ‘오로라’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지. 글은 어느 날은 보라색이었다가, 또 어느 날은 초록색, 어느 날은 파랑색이 되었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오로라처럼 너희 엄마의 글에서도 빛이 났단다. 문장은 또 얼마나 좋은지, 뭐랄까. ‘쫀득쫀득한 문장’이라고 해야 할까? ‘문장’이 되려고 줄 서 있는 ‘단어’들이 빈틈없이 있어야 할 곳에 딱딱 있는 기분이었어. 쫀득쫀득하고 꽉찬 문장. 내가 그런 문장을 좋아하거든. (그때 이미 나는 알아봤어. 너희 엄마의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자주 말했지. “샘~ 우리 친하게 지내요!”라고. ㅋㅋ)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어. 벌레 포비아인 너희 엄마가 ‘바선생’을 처단하듯,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어려움을 처단해 왔다는 걸. 때로는 용기를 내어 에프킬라를 뿌리고 먼지처럼 집어서 변기 속에 넣고, 때로는 걸레받이에 테이프를 붙이듯 ‘거리두기’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건너왔다는 걸 말이야. 너희 엄마는 곁에 ‘커피밀 사장님’같은 분들이, ‘어벤저스’ 같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지만, 너희 엄마가 그들이 내민 손을 잡을 줄 알았던 건, 누군가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어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거야. 두 손을 맞잡으면 이 우주가 얼마나 아름다워지는지, 아는 사람이었던 거지. (너희 엄마가 ‘홍소’하는 사람과 별개로, 너희 엄마 맘속에는 따뜻함을 발산하는 별이 하나 있단다.)     


책을 읽으면서, 너희 엄마와 ‘커피밀’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셔야지! 다짐했어. 그런데! 엉엉. 그 곳은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더라고. 할 수 없지 뭐. 다른 곳으로 가야지. 그런데 왜 자꾸 너희 엄마랑 커피 한 잔 하려고 하냐고? 그건 말야, 나는 너희 엄마가 ‘작가계의 1급 기능사’가 될 거란 걸 믿기 때문이야. 그래서 미리 친해놓으려고 작업하는 거야. 쉿! 이건 비밀이다. 알았지?     


너희와 엄마에 대해, 재희와 쪼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제 ‘아기별’에 사는 아기들은 자야 할 시간이래. 쿠아가 자장자장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자자, 들뜨고 신나는 마음을 토닥이며 쿠쿠 – 편안하게 자렴. 굿나잇!     


2023. 5. 16. 쿠아에 사는 세 친구에게, 너희 엄마가 ‘편지요정’이라 부르는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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