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류하정

에필로그- 나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으로 존재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참 오래도 참았다.
침묵했고, 희생했고, 버텼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엄마니까, 언니니까,

그런 말들 앞에서 내 감정은 늘 마지막 순서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삶이 나를 삼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숨을 쉬어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고, 누군가의 감정에 휘둘리느라 나는 나를 돌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게 격동의 시기를 통과했다.

울고, 무너지고, 결심하고, 다시 다짐하고, 다시 일어섰다.


누구의 인정을 바라지 않고,
누구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로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 하나만 붙잡고.

그리고 마침내,
나는 내 두 발로 새로운 삶의 문을 열었다.


작지만 따뜻한 집에서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며 웃을 수 있는 지금,
나는 분명히 안다.

이곳이 내가 살아야 할 삶의 자리고, 지금 이 방식이 내가 지키고 싶은 나의 리듬이라는 것을.


더는 견디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해 쓴 글이 아니다.
끝내 나를 살아내기로 한 한 사람의 기록이다.

누구의 그림자도 아닌 나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
더는 누구의 희생으로 존재하지 않기 위해,
나는 이 모든 문장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이 글이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작은 숨이 되기를,
조용한 희망이 되기를.


오늘도 나는 아주 작고 단단하게
나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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