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그해 여름 ep.3
아버지 곁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다음날 찜질방을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이 전화를 하셨다. "네, 아저씨?" 하고, 잔 듯 만 듯한 불쾌감에 전화를 받았다. 너 어디냐고 하신 아저씨는 지금 네가 늦잠 잘 때냐고 하시면서 다그치셨다. 어젯밤 '교통사고', '과속', '10대 과실', 그리고 '합의'를 주요 키워드로 밤새 인터넷을 뒤지다가, 기절하듯 잠들었던 차라 날이 밝은 걸 놓치고 잠들어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스쿠터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관에게 물으니, 아버지는 이미 현장조사 장소로 갔다고 했다. 나는 사고 장소를 모르는 채, 56번 국도를 따라 다시 스쿠터를 몰았다. 한 10분쯤 달렸을까... 경찰차가 보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곳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양손을 앞으로 하여 수갑이 채워진 채로 포승줄에 포박되어 계셨다. 그리고, 경찰관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계셨다. 동네 사람들은 우리 아버지가 술을 먹었다느니, 한 100킬로는 달렸다느니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 술 안 드시고, 안 드셨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리고 100킬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무서웠다.
현장조사의 초중반을 동네 사람들의 한편에서 아버지를 다만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마치 우리 아버지 아들이 아닌 것처럼...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잘못해도, 당신께서 잘 못 가르쳐서 그런 거라고... 온전히 당신 잘못이라고 하시면서 껴안아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죄송하다.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려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내가 너무 못났고, 죄송했던 지난날의 순간이었다.
현장조사가 끝나갈 무렵, 나는 아버지 곁으로 다가섰다. 그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외롭게 혼자 계셨던 아버지 옆으로 그제야 다가갔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이제 왔냐고 나를 원망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아까 왔었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이제 다시 경찰서 유치장으로 돌아가니, 면회 오라고 하셨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아버지는 막둥이 아들이 힘들어할까 봐 애써 태연하신 척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래도 내가 있으니 괜찮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내가 잘 해결할 거라는 무언의 눈빛으로 아버지를 안심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 서로의 위치에서 불안감을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누군가 하나가 무너지면, 둘 다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그때 아버지와 내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