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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May 20. 2021

연말 브런치 모임



백설공주랑 밤톨이는 내가 호치민에서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백설공주는 회사가 같은 층에 있어서 우연히 만나게 됐고 밤톨이는 백설공주 집들이 파티 때 만났다. 우리는 종종 모임을 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작년 연말 브런치 모임이 제일 기억난다. 밤톨이가 브런치를 좋아해서 The Vintage Emporium 이라는 브런치 음식점에 갔다.



출처: The Vintage Emporium Facebook


호치민 날씨는 엄청 더웠는데 음식점 안은 시원했다. 백설공주는 그새 (하루 만에) 머리를 검은색으로 바꿨고 청순모드였다. 밤톨이는 지쳐 보이고 피곤해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배고팠던 거였다. (엄청 잘 먹었음) 우리는 파스타랑 프렌치토스트, 음료를 시켰다. 그리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등등 얘기를 했다. 내년에는 어떻게 살 건지..



백설공주: 나는 @#$ 공부를 할 거야. 업무랑 관련은 없지만 길게 보고 준비하려고. 그리고 요즘은 채식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채식하기로 결심했어. 운동도 열심히 할거고 !@##$$

밤톨이: 난 아직.. 바쁜 시즌 끝나면 생각해봐야지..



역시 백설공주는 하는 게 많다. 그리고 다가오는 내 생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 순간이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 생일파티인데 둘이 더 관심이 많은...?



백설공주: 레몬 생일파티 땐 누구 초대할 거야? 

나: 백설공주랑 밤톨이랑.. 그다음은 아직 못 정했어. 

백설공주: 누구랑 제일 친한데?

나: 00이랑... 99이....? 

밤톨이: 음.... 00이랑 99이...

백설공주: 다 초대해!! 초대해!! 

나:.......ㅇㅅㅇ....(아직 누구 초대할지 못 정함)....



내가 징징거리기도 했다. (나 혼자..) 호치민 정이 안 간다는 얘기도 하고.. 호치민에 편하고 친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하고.. (백설공주랑 밤톨이는...?) 돌아보니까 부끄럽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음식점을 나와서 밤톨이는 택시 타고 간다고 했다. 나는 밤톨이가 준 연말 선물을 들고(백설공주한테는 이미 받음ㅋ) 백설공주네 회사에 가서 놀다가 다시 일하러 갔다.. 어차피 연말이라 다들 휴가나 연차를 써서 일이 별로 없었다. 



브런치 음식점 이후로 백설공주의 채식 때문에 우리는 한동안 채식 음식점에서 만났는데.. 나는 채식을 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후 백설공주는 채식을 하루에 한 끼로 제한하기로 해서 치킨도 먹고 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 ^0^





호치민에 처음 왔을 때의 나는 (사실 아무도 몰랐겠지만..) 의기소침해 있었다. 처음 하는 업무에 낯선 도시에서의 적응까지.. 모르는 것들 투성이에 아는 사람도 회사 사람들밖에 없었고.. 마음 터 놓을 사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렇지만 두 분이 지금까지 나를 잘 다독여주고 이끌어 주었다. 나는 항상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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