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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Apr 29. 2021

사실 더 잘하고 싶어서



지난 며칠 동안 반차를 썼는데, 그 이유는 계속 눈물이 나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눈물이 났다. 일하는 게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럴 때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딴짓을 하거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하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울면서 일할 수는 없어서, 집에 가면 우느라 일을 못할 것 같아서, 반차를 쓰고 1층에 있는 카페에 가서 울면서 일했다. 울면서 메일 답장을 보내고 울면서 파일들을 리뷰하고..



회사 메신저로 세라핀이,


세라핀: 레몬아, 너 PM(오후) Leave 잖아? 오늘은 일하지 말고 내일 해.

나: 이것만 하고..



이것만 하고, 저것만 하고, 하면서 울면서 하다 보니까 이미 퇴근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다. (반차를 쓴 의미가 있을까..?)




지금 당장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데, 그냥 멍 때리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일하고 싶을 때 열심히 하고 싶은데- 눈앞에 있는 일들이, 나만 쳐다보면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집에서 울다가, 또 하루를 이렇게 보내기 싫어서- 저녁에 아파트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하니까 좋았다. 수영장 벤치에 앉아서 남들이 수영하는 걸 구경하다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처음 수영을 배웠을 때,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항상 고민했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이 일을 하고 싶어서, 2주 동안 사람들도 안 만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연락도 안 하고 새벽까지 일하면서 제안서를 만들었었다. 심지어 상사가, 


상사: 그렇게까지 해야 돼? 그냥 제안서잖아. 


라고 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두근거림이 생각났다. 

사실 나는, 도망가고 싶은 게 아니다. 더 잘하고 싶은 거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은데, 아직 내 능력이 그 정도가 되지 않아서 힘든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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