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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인생이란 참으로 신비롭다.
일생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너무 긴 것 같은데
마치 한 순간 같기도 하구나.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나의 가치관도 많이 변해 왔다.
아주 많이 변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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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책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인생책이 생기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습관이 생겼지.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는
잊지 않으려 다 적어두고.
그렇게 하는 사이에
너만의 취향과 너만의 철학과
인생 전체의 가치관이 생겼을거야.
너만의 독특한 생각을 가지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뒤집어질 수 없다’고 고집하는 순간부터
위험한 아집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 고집대로 밀고 나가서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
그러니 언제든
네 가치관의 반대로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라.
네 가치관의 반대로 생각해봤을 때
좋은 가능성이 있는지 탐색해라.
예를 들면 이런거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80 넘게 살면
하나를 보면 백을 알 것 같았어.
그런데 오히려
‘하나를 본다해서 열까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단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한 면에 실망했다 해서
그 사람의 다른 부분까지도
미리 실망하지는 않으려 해.
다른 면에서는
훌륭한 사람일 수 있거든.
‘잘한 결혼’? ‘못한 결혼’?
둘 중 하나에 너의 결혼을 넣지 말아라.
오늘 생각하면 못한 결혼이고,
내일 생각하면 잘한 결혼일 수 있다.
결혼은 결론이 아니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죽을 때 되니 알겠어.
사람이 불행한 이유는
‘행복하고 싶어서’라는 걸.
재미있는 것은….
내가 젊은 시절 썼던 책들의
많은 문장들에, 지금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만큼 50년간 많이 변해왔단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의 내 생각도
내일 되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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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뭐든 성급히 판단하기를
보류해라.
오늘 네가 뱉은 말이
오늘은 진실인 것 처럼 보여도
내일이 되면 부끄러운 말이 될 수 있다.
너의 가치관을
너무 단단하게 다지지 말으려무나.
갈대는 바람에 휘어지기에
부러지지 않는단다.
2020년 10월 30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