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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니?
젊을 때는
강한 정신력, 투지, 끈기
이런 덕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데 살아보니
‘의외의 것’이 꼭 필요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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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우울한 생각을 하다보면
그 속으로 침잠하게 돼.
그 속에 있다보면
밝은 곳으로 빠져나올 길이 없어.
내가 지난 50년 동안 일을 하며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울함에 빠지지 않고
결국 좋은 방향을 찾는 사람은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아니었고
투지가 불타올라보이지도 않았고
그다지 끈기가 있지도 않았어.
그보다는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었어.
웃어넘기며
사건을 가볍게 만드는 사람들.
걱정어린 시선들을
작은 농담으로 풀어주는 사람들.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상황도
자기비하적 개그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즉,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피어날 공간을
한 평쯤은 마련해두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결과적으론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번창하는 모양새를 보이더라.
그게 난 참 신기했어.
눈에 불을 켠 야망가가
시련을 잘 이겨낼 줄 알았거든.
너무 불타오르는 사람들은
늪에 빠졌을 때 나오기 힘들어했어.
유머가 1도 없고 심각해서
뭐 하나 웃어넘기질 못했거든.
생각이 점점 무거워지고
몸도 무거워졌지.
유머러스하게, 가볍게
무엇보다,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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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다들 너무 심각하게
살아가고 있지만은
‘잠깐 살다가는 거
이왕이면 좀 재밌게 살다가면 안되나?
뭐가 이렇게 심각해?’ 할 걸.
너무 힘들 때는 잠깐 멈추고
“뭣이 중헌디 내가 이러고 있나”
한번만 생각하렴.
그리고 자신을 한 번 웃겨주렴.
웃어야 상황도 좋아진다.
2020년 9월 10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