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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2020년은 내 기억에
매우 어려운 한 해였다.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공포에 떨었지.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
그것은 겨우 시작이었더구나.
얘야, 앞으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거다.
왜냐하면
‘공짜는 절대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거든.
인간이 당연히 훼손해도 되는 자연은
애초에 없었다.
자연이 그동안
너그럽게 품을 내어준 것 같겠지만
사실 인류는 심각한 경고를 여러 번 받았다.
자연의 무서운 복수가 이제 겨우
시작된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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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코앞밖에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이 우주에서 작은 존재인지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
우주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불꽃 한 번에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을만큼
미미한 존재인데 말이야.
겨우 이 작은 지구에서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똑똑하다고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지.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예전에 자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하루종일 마스크를 껴야하는 상황이
예전에 자신이 생각없이 낭비한
에너지 때문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
이 비극이 자기 때문이 아닌 것 마냥.
타인을 탓하기에 바쁘지.
젊은 지원아,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조금도 감형받을 수 없는 형벌을
인류는 치르게 된다.
자연은 더도 말고 덜도말고
그대로,
그대-로
인간에게 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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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너 하나라도 자연을 지켜나간다면
조금은 벌을 면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으마.
너 역시 피할 수 없다.
다만,
절대로
모든 것을
쉬이 여기지 말거라.
모든 하루가
경이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인간은 너무 오래 잊고 살았구나...
2070년까지 산 인류는
죗값을 호되게 치뤄 겸손해졌고,
이제 아무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스운 단어는 쓰지 않는다.
2070년 8월 27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