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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지금 너에겐 하루, 또 하루…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겠구나.
자잘한 것에서부터
너무 거대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문제들까지...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를 때도 있을거야.
내가 2070년에 와서 과거를 돌아보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단다.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나 네 곁에
‘보란듯이’ 널려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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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실마리라는 게
핵심의 가장 끄트머리에 달려있기 때문이야.
그걸 잡고 한 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결국 해결될 일인데
실마리만 보고서는
해결이 될 지 확신할 수가 없지.
모든 실마리들은
그렇게 다 미미하단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고?
미미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지 말거라.
모든 것이 네 인생의 재료다.
그걸 주워 모아라.
절대 허투루 보지 말거라.
힌트는 주변에 널려있다.
그야말로 ‘널려있다’.
우선, ‘너’로부터 시작해라.
너의 이름조차 낯설게 보아라.
태어나서부터 30년 넘게 불리다보니
너무 무신경해져서
그 근원이 뭐였는지도 잊어버린,
너의 이름 말이야.
뜻 지 담 원
네 이름은 진작에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 인생의 핵심은 바로 네 이름이다.
먼 곳에 있지 않단다.
아무리 높은 담을 쌓으려 해도
절대 꼭대기에서부터 쌓을 수는 없다.
담은 가장 밑바닥부터 쌓아야,
쌓이지.
그러니, 빨리 꼭대기층을 쌓고
하늘을 보려는 욕심은 버리렴.
그것은 무용한 바람이다.
다만, 네 주변의 것에서부터
차근 차근, 서두르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성스럽게 하거라.
***
젊은 지원아.
너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평범한 네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았지.
하지만 남녀 누구나 쓸 수 있고
어느 연령대에나 이질감 없어서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졌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보내는 지금 이 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참 좋은 이름을 가졌다.
네 이름에 무뎌지지 말거라.
이름이 불릴 때마다
꼭 그 의미를 생각하렴.
지금 여기 2070년에 와 보니
너는 너의 이름 그대로 되어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차근 차근, 차곡 차곡.
그렇게 해보자.
2070년 7월 22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