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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러스 May 17. 2022

품격 있는 백수 #3

진작에 결심이 아닌 각오를 했어야 했다.

<구름이 있어야 일몰이 돋보인다>


삼락 공원을 걷는 시간들은 나를 반성하게 했다.

 한걸음 걸음만큼 생각이 더 해졌다.

머리는 가벼워지고, 마음은 단단해졌다.

알뜰히 챙겨 먹는 약빨인듯도 했다.

플라세보 효과가

정말인 거 같다.

앞으로 머리가 아프면

변비약을 먹어도 될 거만 같다.

유쾌. 상쾌. 통쾌


부산역에서 삼랑진까지

1박 2일 동안 걸었었던

선배님은

그것을

관능의 미라고 했다.

사색이라고 했다.

사람은 바닥에서

꽃 피운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그때 나는

휴대폰에 입력된 연락처를 다 지웠었었다.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사람을 피했었다.

스스로 가두었었다.

벽을 쌓았다.

까만 봉지 안에 소주병처럼

누군가 꺼내 주기만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땐 술 밖에 없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건 오른손에 쥔 소주잔뿐이 었다.

저녁에 술을 멀리 하고

아침에 한술 뜨고

걷고 걸으면서 알았다.

술로 위로 받을수 있는것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것을 말이다.

스스로 쌓은 벽은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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