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백수 #3
진작에 결심이 아닌 각오를 했어야 했다.
<구름이 있어야 일몰이 돋보인다>
삼락 공원을 걷는 시간들은 나를 반성하게 했다.
한걸음 걸음만큼 생각이 더 해졌다.
머리는 가벼워지고, 마음은 단단해졌다.
알뜰히 챙겨 먹는 약빨인듯도 했다.
플라세보 효과가
정말인 거 같다.
앞으로 머리가 아프면
변비약을 먹어도 될 거만 같다.
유쾌. 상쾌. 통쾌
부산역에서 삼랑진까지
1박 2일 동안 걸었었던
선배님은
그것을
관능의 미라고 했다.
사색이라고 했다.
사람은 바닥에서
꽃 피운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그때 나는
휴대폰에 입력된 연락처를 다 지웠었었다.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사람을 피했었다.
스스로 가두었었다.
벽을 쌓았다.
까만 봉지 안에 소주병처럼
누군가 꺼내 주기만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땐 술 밖에 없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건 오른손에 쥔 소주잔뿐이 었다.
저녁에 술을 멀리 하고
아침에 한술 뜨고
걷고 걸으면서 알았다.
술로 위로 받을수 있는것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것을 말이다.
스스로 쌓은 벽은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