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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Feb 16. 2023

떡볶이 동호회 가입기

feat.  내 소확행, 떡볶이 동호회

남편이 유퀴즈에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로 즉석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차려 해외까지 진출시킨 OO 프랜차이즈 대표가 나왔다며 보여주었다.

세상에!

그 인터뷰 중에 떡볶이 동호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떡볶이 동호회' 소리에 내 눈이 휘둥그레지고, 귀가 쫑긋 섰다.


"떡볶이 동호회가 있다고?"



1년 365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나의 소울 푸드, 떡볶이.

섭섭지 않게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챙겨 먹는 떡볶이.



떡볶이가 소울 푸드인 내가 이 나이 먹도록 떡볶이를 향한 한마음 동호회가 있으리라 미처 생각 못했다.

음식에 대한 취향, 이 하나로 대동단결할 수 있을 줄이야.

'아, 이 역시 내 선입견이자 고정관념이었어...' 깊은 탄식을 내뿜으며 서둘러 검색엔진을 눌렀다.

초록색 창이 열리고, 검색란에 '떡볶이 동호회'라고 타자를 두드렸다.


안 나온다.

이상하다. 왜 안 나올까?  카페가 아닌 밴드에 있는 걸까?

혹시... 점조직인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다른 용어로 검색하려는데, 그 순간 연관검색어란에 '떡볶이의 모든 것'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연관검색어를 클릭했다.


꺄악! 유레카!!!


찾았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었다.




'세상에나!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인 카페가 있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란 말인가!'

두 눈에서는 하트 모양으로 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난 뭔가에 홀린 사람마냥 자연스레 회원 가입 버튼을 클릭했다.

그동안 난 좁아터진 떡볶이 세상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드넓은 떡볶이 세상으로 나갈 때가 된 것이다.

'괜찮아, 지금이라도 가입해서 소통하면 돼.'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입 절차를 밟았다.


별명을 적어야 한다.

이미 한국에 있는 수많은 떡볶이 러버가 가입해서 그런지 별명 정하는 게 영 쉽지는 않다.

이 동호회만큼은 실명이 아닌 떡볶이에 대한 내 사랑을 한껏 표현하는 별명으로 드나들고 싶었다.

'뭘로 하면 좋을까?'

이것저것 생각하고 시도한 별명이 다 기존에 있는 별명이라고 뜨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있을 것 같아서 안 썼던 별명을 마지막으로 시도했다.


'이것도 안되면 그냥 최리나로 들어가자.'




사용할 수 있는 별명입니다.
유레카!!!


당연히 쓰는 사람이 있겠지 싶었던 그 별명이 전체회원 사만 사천육십 명중에 단 한 사람도 없다니!

난 두 번째 유레카를 외쳤다.

내게 떡볶이는 소울푸드이기에 떡볶이에 대한 나의 사랑을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별명이었다.

아마도 기존에 있다가 탈퇴한 누군가의 빈자리를 운 좋게 꿰차게 된 게 아닐까?

나이스 타이밍!

흥분한 나는 손가락이 신들린 듯 춤을 췄고, 여러 추가적 질문에 네, 넵, 네에,  퍼레이드를 벌이며 회원가입 과정을 끝마쳤다.




우리 카페에 가입을 환영합니다.

예쓰! 드디어 가입했다.

나는 떡볶이 동호회에 사만 사천육십일 번째 회원으로 당당하게 발도장을 찍었다.

이 설렘과 흥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옆에 있는 남편에게 말했지만, 유튜브 바다에 퐁당 빠져있는 그는 '응,좋겠네'라는 영혼 없는 메아리를 들려주었다.

성에 안 찬다.

내가 떡볶이 동호회의 멤버가 되었다는 환희에 찬 소식을 나누고 싶었으나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내 주변에 나만큼 떡볶이에 환장한 사람을 아직 못 만나봤기에.


이 뉴스를 글로성장연구소 단톡방에 말을 하랴, 글쓰기 단톡방에 말을 하랴, 블로그 단톡방에 말을 하랴, 북튜버 단톡방 말을 하랴.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히 말할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떡볶이 카페를 발견하자마자 신이 나서 측근 한 사람에게 톡을 보냈던 사실이 기억났다.

'맞다! 필영작가에게 보냈었지.'

'이쯤 되면 답이 와 있겠지?'



 



오! 그녀가 읽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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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씹이다.


흠,그럴 수 있지.

나만큼 떡볶이를 미치도록 좋아하진 않나 봐.

딱히 관심이 없으면 이럴 수 있어.

게다가 독감에 걸렸잖아.

지금 얼마나 아프겠어.


합리적인 이유를 하나씩 덧붙여가며 밀려드는 고독을 툭툭 털어냈다.

결국 아쉽게도 떡볶이 동호회에 한 일원이 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이를 만나진 못했으나 그래도! 행복하다.

누군가와 통(通)한다는 거, 같은 걸 좋아한다는 사실에 감정을 주고받길 원하고, 그로 인해 친목까지 다지는 인간의 사회성을 여실히 체험한 하루였다.

'정모하면 꼭 나가야지!' 속으로 다짐해 본다.

정모 시, 하루에 인당 단돈 만 원으로 약 십 여곳의 지역별 떡볶이 맛집 투어를 한다고 한다. 

밀떡과 쌀떡의 장점을 논하며 1박 2일을 보내기도 한단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나도 이제 어엿한 떡볶이 동호회 회원이다!



소확행이 뭐 따로 있나?

이런 게 바로 소확행이다.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으나 최초로 '떡볶이'라는 음식을 개발하고 레피시를 널리 퍼뜨려주신 그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 The End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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