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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작가 Jul 25. 2022

진정한 나를 알기 위한 첫걸음

진정한 나를 알기 위한 첫걸음


며칠 동안 울다 멍 때리다 또 울다 넋 놓기를 반복해서 그런지 오늘 아침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두 눈이 불어 터진 면 가락처럼 탱탱 부어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내 양쪽 눈이 마치 푹 삶아놓은 피조개 살 같아 보인다.

'흠... 이러다 눈 모양이 아예 이렇게 바뀔 수도 있겠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래 봤자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히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나는, 숲 속에 있다.

아침의 향기가 이렇게 싱그러웠던가...?  이 공기가 낯설다.

무척이나 낯설지만, 그 청명함을 깊이 들이 마실수록 맑아지는 순간.

풀내음과 새소리가 "안녕! 정말 좋은 아침이야."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이렇게 자연의 환대를 받으며 일어나는 아침이 얼마만인가.  그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흐릿하다.

발걸음은 절로 가벼워지고 눈앞에 보이는 나무 계단을 하나하나 따라 올라가면서 하늘도 보고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야생화와 풀들도 관심을 갖고 본다.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도원'이라는 곳에 와 있다.

난 초신자, 말 그대로 '초짜 신자'이다.

초보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자신의 동네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고속도로까지 운전의 경험치를 넓혀가듯

나 역시 신앙에서 그런 단계를 밟았어야 했는데, 41살에 개종한 늦깎이 초신자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교회생활을 얼마 못 하게 되었기에 아직 나의 종교 문화를 잘 모른다.

그래서인 걸까?

평소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접하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훨씬 큰 나인데, 이 '기도원'에 오는 것

만큼은 살짝 겁이 났다.

우리 목사님이 계신 곳도 아니고, 내가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곳은 기도만 하는 곳인지, 기도원에서의 기도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곳에서 꼭 지켜야 할 암묵적 예의는 무엇인지 모든 게 물음표 투성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뉴스나 영화에서 보여준 '기도원'이라는 곳의 모습은,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뻗어 올린 채 온몸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주님~주님! 아버지~~! " 하면서 오열하며 울부짖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직접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장면이 내게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꽤 강렬한 기억이었다.

'가면 나도 그렇게 기도를 해야 하는 건가...? 못할 것 같은데... 불편할 것 같은데... 싫을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기도 문화에 대해 불안하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은 가는 내내 충분히 시끌벅적했다.

  



갑자기 난생처음 기도원을 찾게 된 건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할 시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사건이 이 여행의 시발점이 되긴 했으나, 궁극적으로 나라는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앞으로의 나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타인과 단절된 채, 나를 돌아보며 생각할 공간이 간절했다.

왠지 그게 북적북적한 시내 안 모텔이나 여름휴가로 한껏 들뜬 사람들이 머무는 여행지의 숙박업소는 아닌 거 같았다.

멋모르는 초신자이기에 나의 목사님과 아들 친구의 부모이자 목사 부부인 동생에게 조언을 구했다.

추천받은 곳 중 겹친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결정 후 예약을 했다.


두려움과 '그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지?'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시 이 산속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가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바다가... 바다가 회색 잿빛이다, 내 마음빛처럼.

오는 길 내내 끊임없이 비도 내렸다.

원래 비 오는 날을 무지 싫어하는 나인데, 감사하게도 빗소리와 그 빗길을 뚫고 달리는 버스 소리 덕분에 타고 가는 1시간 동안 내가 우는 소리가 주변에 안 들리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어쩜... 이 놈에 눈물은 평생을 그렇게 울어대도 끊이지가 않는구나. 신기하다... 내 눈물샘은 화수분인 건가?' 속으로 사흘 동안 하염없이 터져 나오는 나의 눈물의 양에 놀랍기까지 했다.

'아마 난 마시는 물이 거의 다 눈물로 나오나 봐.' 이것도 '재주'구나 싶다.

이 생각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 오는 날 장장 4시간에 걸려서 어렵게 도착한 그곳.

막상 도착하니 고요하고 푸르고 내리는 비 때문인지 촉촉한 공기가 느껴져서 슬펐던 기분이 차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안내 설명을 듣고 숙소 키를 받았는데, 막상 기도원에 도착하니 어릴 적 TV 속 그런 열혈 기도원과 많이 달랐다. 이 배려있는 적막함이 좋다.

초록의 신록들에 둘러싸인 이곳이 마음에 쏙 든다.  

와서 짐을 풀고 바로 목사님과 음성 통화로 1시간 동안 성경 공부를 했다.


어제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엇으로 목사님께 마음을 보답하면 좋을까...?

절망과 혼돈에 빠져있을 때마다 곁에서 힘이 되어주신 분이기에 목사님께 꼭 이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강하게 꿈틀댄다.

목사님이 막상 와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갈 길을 잃은 나에게 미션을 제안해주셨다.

신약 5독, 구약 2독 하기. 

그러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할 거라고 하셨다.


나의 간절함이 이렇게 먼 곳까지 나를 이끌었으니... 지금부터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시간 여행을 해볼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고 따스한 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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