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나는 무거워진 나의 머리를 베개에 맡긴 채 핸드폰으로 '폴 바셋 아이스크림'을 검색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맛을 도무지 잊을 수 없다며 연신 감탄하고 있는 나에게
맛집 도사인 그가 폴 바셋 아이스크림도 우리가 먹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맛이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 오~ 정말로 폴 바셋 아이스크림도 오늘 먹은 그 아이스크림 같은 스타일이구나.
그: 네. 맞아요. 그것도 오늘 먹은 거랑 같은 그런 류의 아이스크림이에요. 아주 맛있어요.
이 말을 한 장본인은 두 눈을 평안히 감은 채, '난 기필코 자고야 말겠어'라는 듯 입술을 다부지게 다물고 일자로 누워 있었다.
흡사 낮동안 관 속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검은 망토의 드라큘라 백작을 연상케 했다.
그는 방금 그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듯 손에 깍지를 낀 채, 조용히 부동의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니 순간 내가 방금 어디서 헛소리를 들은 건가 싶었다.
폴 바셋 아이스크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건네주었던 그분은
"좀만 더 있으면 나는 꼬박 하루를 못 자는 거라고요~. 제발 날 건드리지 말아 줘요."
라며 5분 전에 내게 얄밉게 하소연을 하던, 바로 나의 남편이다.
그랬던 그가 나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혼잣말에 이렇게 뜬금없이, 불쑥 끼어든다고?!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나는 상황에, 난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 잔다면서요? 나보고 귀찮게 하지 말라며~. 잔다는 사람이 먹는 얘기에는 왜 대꾸해요?
나 이거 혼잣말한 건데... (큭큭)
그는 겸연쩍었는지 여전히 눈을 꼬옥 감은 채 그의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하고 웃었다.
난 그의 몸을 쿡쿡 찔러대며 그를 간지럽혔고 결국 그는 같이 따라 웃었다.
잠을 자려다가도 먹는 이야기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참견하게 되는 그.
먹고 자는 것보다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더 좋아하는 나.
남자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남자들만의 집단 속에서 자란 태생이 남. 자. 인 사람이다.
그는 음식을 사랑하고, 요리 유튜버들의 요리를 따라 할 정도로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먹는 것에 웃고,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 다발은커녕, 짧은 격차로도 진행하는 것을 버거워한다.
오직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대신 그 순간만큼은 누가 말을 걸어도 듣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몰입력이 좋아서,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내 말을 못 듣는 거라고 난... 난 그렇게 믿으며 살고 있다.
그에게 자기 관리는 '씻는 것과 정기적인 이발'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그는 변화보다는 익숙함과 안정을 선호하고, 인간관계 속 갈등도 기피해서 먼저 양보하고 타인에게 딱히 뭐라 여러 말 덧붙이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32년을 살아왔다.
그에 반해 나는 어려서 숫기가 없어 남한테 말 한마디 먼저 못 건네던 성격을 여중, 여고 생활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바꿨다.
한번 나의 성격을 바꿔봐서 그런지 머릿속에 '세상 못 할 게 뭐가 있어~ 만사 자기 의지 문제야.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거지 뭐.'를 되뇌며 살아온 사람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도전과 변화를 즐기고, 그 안에서 얻는 성취감을 사랑한다.
음식이야 까짓 거 몇 끼 스킵해도 개의치 않다.
맛있는 걸 먹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나의 행복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 있지는 않다.
나라는 사람은 평소 자기 관리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씻는 건 기본이다.
'갈등?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면 갈등도 기꺼이 감내해야지.'라며 회사나 인간관계 등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의를 못 보고, 잔다르크처럼 선두에 서서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 온 커리어우먼이었다.
나는 그렇게 43년을 살아왔고, 44세부터는 유연함을 중요시 여기며 또 한 번 생의 중턱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는 몹시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끔은 이렇게 다른 우리가 '부부'로서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질의 남녀가 연인 혹은 부부로 함께 있는 걸 주변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상대가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없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없는 이면을 갖고 있는 그 또는 그녀가 나의 평생 동반자로서 나와 함께 한다면 앞으로 상생하며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비스무리한 것이 생기면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그런 마음에 대부분 기질이 다른 사람끼리 부부로서의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처음에 끌렸던 그 '다름'을 잊는 순간, 호감이었던 그 모습이 살다가 짜증으로 다가오게 된다.
어휴~~ 정말 왜 그러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라며 말이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은 뼛속까지(born to be) 나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똑똑한 당신은 이미, 아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새 그 사실을 망각하게 되기에 상대에게서 장점으로 느껴졌던 나와의 차이점이, 이젠 내 삶의 불편함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마음속 자그마한 옛 기억으로 거슬러가 이 관계를 바라보자. (물론 연애 초, 콩깍지가 씌었던 그때의 그 느낌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상대를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자칫 뻔하고 지루할 수 있었던 당신의 인생에 그가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시선이야말로 서로 다른 부부의 슬기로운 결혼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