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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11. 2024

내가 왕이 될, 아니 주식을 해도 될 상인가

팔아야된다고? 나 지금 마이너스 나오고 있는데?

주식하는 사람들에게 구전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1억을 만들고 싶으면 3억으로 주식을 하면 된다." 얼핏 듣기에 웬 미친 소리냐 싶겠지만 주식판에 들어온 순간 체감하게 된다. 아,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니구나?


언제부터 주식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떻게 친해진지 모르게 매일 붙어 다니는 친구처럼 주식은 항상 내 주위에 있었다. 가끔 지인들 사이에서 재테크나 투자 얘기가 나오면 주식한다는 사람들이 삐져나오곤 했고, 나 역시 엄마의 제안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다는 '그 주식'을 매수하기도 했다.(평단가는 묻지 마세요, 다쳐요.. 제 맘이)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추천으로 매수한 주식들이 마이너스를 보이자 차라리 없는 게 나았을 근거 없는 용기가 솟구치기 시작한 거다. 이거 내가 해봐도 될 것 같은데?


여기서 잠깐.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주식할 때 절대 가져선 안될 마음가짐을 설명한 콘텐츠가 정말 많다. 그 많은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꼽는 몇 가지. 첫째, 성격이 급하면 안 된다. 둘째, 공부 안 하고 무작정 하면 안 된다. 셋째, 남들이 돈 버는 거 보고 초조해하면 안 된다. 이 중 내가 해당되는 사항은?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 심리테스트도, MBTI 결과서도 이것보단 정확하지 않겠다. 그냥 나란 인간은 주식이나 투자를 하면 안 될 성격인 거다. 매수해 놓고 1초마다 힐끔거리기, 양봉/음봉 그런 거 모르겠고 상승률 상위에 랭크된 종목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기,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른 사람 수익률 보면서 왜 나는 안 샀냐고 한탄하다 어중간한 가격대에 물리기(대체 허리에 샀다가 머리에 파는 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이건 뭐 워런 버핏이 아닌 일반인이 봐도 '어휴, 쟤는 진짜 안 되겠다'하며 고개를 내저을 환장의 콜라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보통 중요한 내용은 이다음에 나온다) 내 주식 투자는 신이 구제했는지 그 정도로 엉망이 되진 않았다. 제일 중요한 점은 내가 가진 돈, 특히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돈'만 투자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나 또한 몇 번 데인 적 있지만 사람이 당장 써야 하는 돈이 없는데 투자를 하면 급한 마음에 되던 것도 안된다. 공부해서도 될까 말까 한 주식이 불나방, 그것도 활활 타오른 채 달려든 불나방에게 기회를 줄 확률은 매우 낮다. 또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하면 설령 단기간에 수익을 보지 않아도 눅진하게 기다릴 수 있다는 이점을 준다. 이건 주식시장에서 정말 중요한 강점인데 사람들이 괜히 장기투자, 장기투자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장래성 있는 주식을 사면 기다릴수록 수익이 높단 의미였겠지만, 고점에 물린 사람들에게는 빠져나갈 기회를 의미한다. 테마주를 들어갔건 뭘 들어갔건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한번 기회는 온다. 내가 그나마 '괜찮다'고 판단할 만큼 수익을 본 종목들도 하나같이 최소 반년 이상은 묵힌 것들이었다. 묵은지라면 김치 명인이라도 됐지, 아직도 세상에 풀지 못한 퍼랭이들이 그득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적인 원칙은 절대 남의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 이건 뭐 말 안 해도 다들 아실 테니.


주식 시장이 장기 침체화에 들어가면서 코인 투자에 달려드는 분들도 많던데, 코인 판을 잠시 들여다보니 이건 정말 사람 정신줄 놓기 딱인 환경이다. 자칭 '미래 가치 투자자'라는 명목하에 소액을 넣고 들여다보고 있자니 옛날 마카오에서 방문했던 카지노의 슬롯머신을 보는 느낌도 들고. 2025년엔 더 오를 거다, 그땐 몇백억 수준이 된다 하는 얘길 듣고 있으니 친구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그게 뭔데"하고 말았던 자신을 셀프 혼쭐 내고 싶은 마음이다. 누구처럼 압구정 현대아파트까진 바라지 않지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돈 정도는 벌고 싶은 마음. 하지만 코인의 미래 가치나 사용 범위에 대한 설명은 호로록 스킵하고 그래서 어떤 걸, 언제 사면되는 데에 스크롤을 멈추는 걸 보면, 되겠냐 이거.


코로나 등 경기 침체 시절에 주식이나 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고 투자가 아닌 투기로 번 돈이다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실제 주식판에 들어와 보니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소위 '거인의 어깨'에 서기 위해 일반인은 해독도 어려운 전문지식을 들고 파가며 수익을 낸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눈치껏 대중이 선호하는 종목에 붙어 재미를 본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남의 말만 듣고 투자했다 얼결에 수익을 얻은 사람도 있고. 또 노동력으로는 일정 수준의 부 이상을 얻기 힘들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투자에 대한 시선이 보다 온화로워지기도 했다. 나 역시 당장 노동으로 만든 수입이 없을 때 투자를 활용한 것이니 별반 다를 거 없겠지.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 법. 미래를 위해서라면 좀 더 현명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고, 무작정 시드머니를 불리려는 생각보단 일정 수입을 만들어 그 일부로 공부하듯 투자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불장에서 타버리는 불나방이 아닌 진화하는 파이리가 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아 근데 지금 뭐가 올랐다고요? 잠깐만요, 저도 좀 타게!!!!


이게 남의 얘기 같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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