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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Jan 13. 2024

올해는 돈 쓰는 계획을 세워보았다.

근속연수 20년을 앞둔 직장인 부부 




"우리 올해는 각자 수입의 5%는 개인이 가져가서 쓰는 걸로 하는 거 어때?"


나는 작년, 재작년 개인적인 사이드프로젝트로 생긴 작은 부수입을 재투자 성격으로 별도의 통장에 분리해서 관리해오고 있다. 그 통장의 금액 한도 안에서 듣고 싶은 강의를 결제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 쓰곤 했다. 클래스 101의 강의에 결제할 때,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1박 2일 워크숍 비용을 지불할 때에도 그 사이드프로젝트 부수입 통장에서 가져와서 지불했다. 


"자기 수입 거기서 10%는 나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나 10% 줘."


부부가 받고 있는 월급에 비하자면 비교하기 어려울 치 만치 적은 금액인데.. 남편은 거기서 10%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고 그나마도 적은 용돈의 대부분을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투자에 쓴다. 그러니 정말로 그 돈이 필요해서 요구한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뭐? 10% 왜? 싫은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건 안 보이는 곳에서 남편이 집안일과 두 아이를 살뜰히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과 노고, 고마움을 알지만... 10%를 계산하면 워낙 적은 금액이기에 그 요청을 거절했다. 대신 다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작년 수입의 5%를 당당하게 가져가서 맘껏 쓰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었다. 물론 남편과 함께 나도. 


"그 5%는 무조건 쓰는 거야. 사고 싶은 것 사도 되고, 배우고 싶은 게 생기거나 사람 만날 때 써도 되고. 그 돈은 나한테 투자한다 생각하고 쓰는 거지."




아이디어의 기반은 아주 오래전에 읽은 김미경 강사님의 책 속 구절이었다. "꿈투자비용을 책정하라"는 내용으로 김미경 님은 직장인이라면 연수입의 10%를 스스로에게 투자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라고 했다. 기억이 흐릿하여 다시 찾아보니 올해 신문 타이틀 기사에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김미경 “40대라면 월급의 10%는 내게 투자하자” 


김미경 강사님의 가이드인 10%가 아니라 5%로 제안한 건, 남편도 나도 이미 5%의 금액은 월 용돈으로 받고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통비식비휴대폰비 제외한 순수용돈) 남편은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월급 외에 별도 수당을 지급받고 있는데, 아주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그 수당은 모두 남편에게 주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그 수당에서도 세금이 나가는데, 남편에게는 세금을 떼지 않고 세전으로 이체를 해주니 오히려 급여가 더 줄은 셈이랄까. 무튼 그런 배경이 있어 5%도 충분한 것 같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용돈이나 수당은 투자하는데 쓰지만, 

이번에 가져가는 5%는 절대 투자를 하지 않고 쓰는 거야."


돈이 생기는 족족 주식을 사거나 코인을 사면서 홀라당 투자를 해버리는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 돈에서 남편이 2024년에 첫 지출을 한 건 휴대폰이었다. 비록 그마저도 중고 휴대폰이었지만.. 중고로 사서 4년 이상 사용한 탓에 툭하면 폰이 이상하다고, wifi가 잘 안 잡히거나, 뭐가 실행이 안된다거나, 느리다고 말하던 참에 내가 계속 폰을 바꾸라고 말해도 바꾸지 않더니.... 세제 하나 살 때도 나에게 확인을 받던 남편이 이번엔 웬일로 내게 묻지 않고 폰을 사서 가져왔다. 원하는 소비를, 지출을 더 많이 찾아가면 좋겠다. 



나는... 23년에 원하는 것을 많이 구입했다. 오래된 냉장고도 바꾸었고 사려고 찜해두었던 맥북도 구입했다. 읽고 싶은 책도 많이 구입했다. (지금 맥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올해는 물건이 아닌, 꿈을 찾고 이루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출을 해야겠다. 뭐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찾아가야겠다. 1월이니까, 시작하는 마음으로 돈 쓸 계획을 세워봐야지. 





다이어리도 노트도 이미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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