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당신의 꿈을 시각화하라. 시각화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 모지츠키 도시타카 / 보물지도
책장 속 보물지도 책.
나는 대체로 외부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었다. 굉장히 기쁜 일이 생겨도 그것을 기쁘다고 표현하지 않고 반대로 나쁜 일이 생겨도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편이었다. 늘 무던한 모습이었고 이래도 저래도 나는 괜찮아-라며 얼핏보기에 제법 단단해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었다. 사실 그것은 나의 진짜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눈물이 많고 소심하여 감정의 오르락 내리락을 감당하기 버거운 사람이었다. 겁이 많고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장벽이었다. 그런건 별거 아니야- 없어도 돼- 그렇게 처음부터 선을 긋고 방어벽을 치는 것이 내가 오래도록 고수해온 살아가는 태도였던 것 같다.
그거 꼭 이루지 않아도 나는 괜찮아
그거 없어도 나는 살만해
지금도 그럭저럭 괜찮아
내가 나에게 주문을 그렇게 걸고 지내오는 동안 나의 감정은 다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만큼 간절히 무엇을 바라지 않았고 간절히 바라지 않은 만큼 늘 비슷비슷한 삶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삶은 내 감정은 다치지 않지만 그만큼 그리 만족스러운 삶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안으로는 지금 내 모습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에 짜증이 수시로 솟구치는 그러한 삶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신없이 출근을 하고 늘 기한이 정해져 있는일을 쫓기듯이 마무리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살림을 하고 아이를 보았다. 맞벌이의 삶은 월급 한명분이 더해지는 딱 그만큼 고요한 일상의 시간을 더 내놓아야만 유지할 수 있었다. 멈춤이 없는 바쁜 하루 속에서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바라보며 찾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내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주 사치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늦은 나이에 둘째를 출산하고 복직을 한 지 벌써 일년반이다. 지금도 크게 다를바 없는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늦둥이 세살 둘째를 육아하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던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비공개 육아일기 대신 블로그와 브런치에 공개 글쓰기를 하고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함께 블로그 글쓰기를 같이 하는 분들과 12월의 특별 미션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보물지도 만들기이다. 2019년에도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복직 후에는 처음 하는 일이라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2021년에 내가 바라고 싶은 보물지도를 만들기 위해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해보기로 했다. 이미지를 찾으려면 키워드를 넣어야 했고 글자로 된 키워드를 입력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구체화될 필요가 있었다.
건강, 행복과 같은 애매하고 보편적인 단어로는 내 마음이 설레일 법한 꿈을 이룬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내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남들눈에 괜찮은 것 말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직장. 내 집. 차. 겉으로 그럭저럭 괜찮아보이는 4인 가족. 그럭저럭 남들 눈에 필요해보이는 것은 갖춘 지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삶이 아주 충만하고 행복할 수는 없었다. 늘 어딘지 모를 불안함이 있었고 때때로 불만족스럽기도 했다. 훨씬 더 좋은 집,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더 비싼 차를 가진 누군가와 비교가 될 때에는 괜한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그럴때면 과도한 절약으로 이어지거나 아주 반대로 즉흥적인 소비로 연결이 되기도 했다.
보물지도에 넣을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바라볼 때였다. 고심끝에 첫번째로 키워드를 넣어보았다.
필라테스 연예인
여자연예인 복근
40대 여자연예인
키워드가 애매한듯 찾아진 사진도 애매했다. 내가 늘 와-하고 감탄했던 이하늬의 사진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하늬, 이하늬 필라테스 검색어를 넣었다. 내가 바라는 영포티 이미지도 찾고 싶어 검색창을 헤매다 결국은 우아한 50대에 들어선 김희애 사진을 찾았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연예인의 비포애프터도 찾아서 저장했다. 살이 붙고 체중이 늘면 몸도 무거워지면서 거울 보는 것도 싫고 괜한 짜증이 올라오는 나였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여성 작가, 소설가 분들의 사진도 검색했다. 그분들은 직장인에서 새로운 자신의 업을 찾아 경력환승에 성공한 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프로필 사진부터 저자 사인을 하는 모습도 찾아서 하나하나 컴퓨터에 저장했다. 내 마음이 설레이는지, 거짓없이 내가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나를 알아가는 첫번째.
보물지도 만들기를 그렇게 다시 연휴동안 해보기로 했다.
아직도 고민인 것은 직장에서의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고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상반기에 조직 이동을 할 예정인 애매한 상태에 놓였다. 진급을 또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정말 괜찮은건지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냥 대처하기로 한 것인지를 아직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