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 이야기 - 맛>
찾아가는 영화관은 전국의 영화관이 없거나,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취지에 더 좋은 건 국가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찾가영 2년. 13만km가 넘게 전국을 돌며 먹고, 보고, 느낀 여러 가지 점을 공유하려 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아, 제 이름이 ‘이용감’이라 Brave Yi입니다.
나는 냉면이 좋다. 사람들은 함흥식(비빔)이 최고다, 평양식(물)이 최고다를 두고 다투지만, 사실 난 둘 다 좋다.
랭랭한(일부러 냉냉이 아니라 랭랭이다) 육수에 메밀이 꽉 채워진 면발을 자랑하는 평양냉면도 좋고, 명태 고명이 가득 올라간 면 위로 시뻘건 고추장 양념을 뒤덮은 함흥냉면까지 모두 다.
이번에는 평양냉면 이외의 특별한 냉면에 대한 글을 쓸 까 한다. 한 편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다. 그래서 두 편으로 나눴고, 하필이면 1탄에서 소개 할 두 개의 냉면 가게가 강원도에 있어, 강원도 특집이다.
1. 평창_오대산 월정사 앞 유명식당_도토리냉면
고민했다. 첫 타자를 누구로 할 것 인가... 냉면 특집 1탄과 2탄을 합쳐 총 5곳의 냉면을 소개 할 예정인데... 처음 나오는 냉면이 가장 임팩트가 있으니. 결국 새벽 3시, 씻고 나서 침대에 누웠을 때 떠오른 냉면, 유명식당 도토리 냉면을 선택했다.
본론에 앞서 평창올림픽도 열렸겠다, 평창에 가신 분들이 많을 텐데... 평창은 ‘황태해장국’ 지옥이다. 평창군은 땅 덩어리가 너무 크니 특정하자면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던 대관령면. 지옥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음식점 특화거리가 아님에도 거리 전체가 한 가지 매뉴로 통일된 곳을 지옥이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나중에 따로 ‘음식점 지옥’(춘천 닭갈비, 횡성 한우) 특집을 적을 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오잉? 할 수 있다. 무슨 평창에 가서 냉면을 먹는 단 말인가. 그런데 아니다. 처음에 나도 검색을 통해서 찾아냈을 때, 뭐, 막국수와 비슷하지 않겠냐... 그딴 생각을 했다.
심지어 가게 구조도 이상하다. 테이블이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왠지 180cm가 넘으면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초가집 좌식 테이블과 지방 제조 공장 형태와 비슷한 입식 테이블. 사람도 많고 테이블은 나뉘어 있는 데, 종업원은 별로 없다 보니 주문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주문을 하면서도 분명 주문 사고가 생길 거라 예상했는데, 다행히도 음식이 늦게 나온 것 말고는 사고가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도토리 냉면을 영접하는 시간은 지루했다. 20분, 30분이 지나서야 음식이 나왔다. 먹기 전 분명 나는 일행에게 그런 말을 했다. “진짜, 뒈박, 맛있지 않으면 다시는 이 식당에 안 온다”. 그리고 영접한 도토리 냉면. 나는 젓가락에 면을 말아 입 안으로 가져갔다.
울릉도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 울릉도에 내가 다시 가면 그건 ‘독도 새우’ 때문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그 때와 비슷하다. 평창에 다시 온다면, 그건 ‘도토리 냉면’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매끈하고, 부드러운 데 면 자체의 식감과 맛이 기가 막히다. 면 생김새를 봐도 조금 독특하다. ‘훌러덩’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면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육수는 어떤가. 사골 육수 베이스 인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콩가루가 함께 나온다. 사골 육수의 가장 큰 문제는 냄새인데, 내가 알고 있는 냄새를 완벽히 잡은 냉면집 두 곳 중 한 곳이다(다른 한 곳은 2탄에 소개 할 예정이다). 찹쌀가루의 달짝지근함이 훌러덩 잘근잘근 넘어가는 메밀면과 만나니... 이건 감탄을 넘어 설 지경이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명이 ‘막국수’를 시켰는데, 아니다. 이 집은 막국수를 먹어야 하는 집이 아니다.
정말 이 가게, 유명식당은 평창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집이다. 강추다.
아쉬운 점은 냉면은 여름 음식인데, 나처럼 일을 하러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명식당은 겨울에 가기 좋다. 알펜시아 스키장이 대관령에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냉면을 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팁을 하나 주자면... 여름휴가를 강릉으로 간다면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를 리조트를 숙소로 잡으라는 거다. 이건 단순히 유명 식당 때문은 아니다. 여름 성수기에 강릉 시내에 있는 숙소들은 보통 20만원을 넘는다. 방 한 개짜리 모텔만 해도 평일에 10만원을 달라고 할 정도. 그런데 비수기 대관령에 있는 알펜시아 혹은 홀리데이리조트 가격이 싸다. 대관령 국제음악제 때문에 8월 초, 극 성수기에 이곳을 찾았을 때 방 2개에 화장실 2개, 큰 거실이 딸린 리조트 숙소가 20만원이라고 했으니까.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강릉 시내까지는 차로 30분.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간다면 북적이고 바가지가 출렁대는 강릉 숙소보다 평창 리조트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ps. 요건 사족이지만... 2017년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인면수가 날뛰던 장소는 이제 없다. 평창올림픽이니 평창에서 개막식을 해야 했겠지만, 올림픽이 끝나면서 스타디움도 사라졌다. 이건 좀 세금이 아깝다.
2. 속초 중앙동 함흥면옥_명태회냉면
두 번째는 속초 함흥면옥이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집이고, 휴가철이나 주말에 가면 대기만 30분 이상 타야 할 정도로 유명세가 있는 집.
이 집은 함흥냉면 전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가게 함흥냉면의 가장 큰 장점은 고명의 양이다. 품질 좋은 명태가 한 가득. 면 자체는 그냥저냥 괜찮다. 명태 고명이 너무 맛있다 보니 냉면을 시킬 때 고명을 따로 추가해서 시키는 걸 추천.
양념 자체는 살짝 매콤하다. 매콤한 고추장 양념과 명태가 어우러지는 게 이 집의 풍미다. 명태는 질기지만 눅눅하지는 않다. 명태 고명 두 점과 면을 함께 젓가락으로 떠서 한 입에 넣는다. 이거... 술이 함께 들어가면 참 좋으련만... 속초로 놀러간 적은 없고, 항상 일을 하러 가다보니... 쩝, 슬프게도 입맛만 다실 뿐...
함께 출장을 간 동료(환갑이 넘은 남성)분은 고명이 너무 맛있다며 집에 사가려고 했다. 당시 8월이고 출장 일정이 3일 이상 남았기에 명태가 쉴 거라고 만류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함흥면옥 앞에 00집이라는 가게가 있다. 거기도 00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가게인데... 거기는 비추. 고명의 양과 명태의 품질, 면과 가격. 모든 면에서 함흥면옥에 비해 떨어진다.
함흥냉면 곱빼기(9,000원. 2017년 8월 기준)를 추천. 거기다 2인으로 갈 경우 고명(5,000원) 추가를 권함.
개인적으로 냉면 특집에 순위를 매겼을 때 도토리 냉면은 1위다. 그러나 속초 함흥면옥은 2위가 아니다. 2위로 줄 법한 집은 대전에 있다. 대전 말고도 2탄에서 진주, 인천의 냉면을 소개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