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Aug 29. 2024

하노이에서 관광지 안 가고 일주일 느리게 살기

하노이에만 일주일을 있어? 대화하는 모든 사람들이 말했다. 응 그냥 쉬려고! Be local!


하노이 근교에 사파, 하롱베이, 닌빈이나 마이차우 에코 투어리즘, 인센스 빌리지, 퍼퓸 파고다 같은 데이 투어 상품도 많지만 나는 그냥 올드 쿼터라는 빈티지한 건물로 가득한 시내에서만 7일을 보냈다. 하노이 그 자체는 무계획으로 가도 호텔들이나 어느 골목을 걸어도 투어 상품을 제공하는 여행사들이 즐비해서 심심하고 여행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다. 근교에 즐길 거리가 많은 다채로운 곳이다. 나도 한 곳을 들어가서 데이투어 할 만한 곳이 뭐가 있나 상담을 받아보는데 아줌마가 유창한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Mai chau(마이 차우인가 마이 카우라 읽어야 하나?)라는 버스로 세 시간을 달려 소수민족 마을을 자전거를 타고 방문하는 투어였는데 색달라 보여 끌렸는데 더위 먹을 것 같았다.


7일 동안 나는 결국 끌리는 대로 먹고, 요가도 하고, 그림 클래스도 가보고, 예쁜 카페에 가고, 낯선 여행자, 현지인 대학생 소녀와 대화하며 시간도 보내고, 쇼핑할 거리가 많은 올드타운 상점들을 들어가 보며 소소하게 티셔츠와 로컬 원피스 등을 사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 부근에 나가서 점심 먹고 2-3시간 시간 보내며 돌아다니다가 호텔 방에 들어와서 싹 씻고 땀에 젖은 옷과 속옷을 손빨래해서 널어 두고 에어컨을 틀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음악도 듣고 생각도 하며 쉬었다. 지난 여행으로 더위와 냉방병에 지치기도 해서 휴식이 필요했다.


1. 예쁜 카페 투어

@Little plan
@hidden gem cafe
@Nola cafe & Bar
@Bancong cafe & restaurant
@eggyolk

에그 커피는 부드럽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코코넛, 아보카도 스무디, 아보카도 코코넛 아이스크림(껨보), 오렌지 주스, 라임 주스, 오디 라임 목테일, 망고 주스를 마셨다. 이번엔 이상하게 망고 주스는 별로 안 마시고 다양한 음료를 땡기는 대로 시켜서 먹었다. 비싸봤자 6만 동, 3천 원 정도여서 하루에 3번 카페 가서 먹어도 만원도 안 한다. 마지막 날은 공항에 10시까지 가면 되니까 하루 종일 카페 투어를 했다. 더운데 찬 거 계속 먹어서 배불러서 울렁거렸지만.


하노이 건물들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물이어서 그런지 알록달록하고 길쭉길쭉하다. 창문도 길쭉길쭉 층고가 높아서 유럽 같은데 낡아서 동유럽 같다. 예쁜 카페들은 을지로 감성이어서 마음에 든다. 구글맵으로 찾아가는데 한 번에 못 찾는, 상점 문 틈 사이에 작고 낡은 골목을 따라 화살표를 따라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있는 카페들. 안에는 예쁜 그림과 인테리어, 꽃들이 있기도 하고 어두운 조명과 감성 있는 힙한 음악이 흐르기도 하며 어떤 곳은 20대 현지인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와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고 어디는 백인 관광객이 많기도 하다. 가만히 혼자 앉아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음악을 듣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면 금방 2시간이 지난다. 베트남의 어린 카페 직원들은 중국과 달리 영어가 잘 통한다.


2. 영어 제공해 주는 요가 교실에서 Yin yoga


발리 우붓에서 요가가 너무 분위기 있고 몸도 개운하고 좋았어서 하노이 여행에서도 요가를 검색했다. 구글하고 인스타로 검색하다 영어로도 수업을 하는 곳을 발견해서 예약했다. 금요일 밤에는 yin yoga & qi gong이라는 수업, 일요일 오전에는 yin & yang 클래스다.


인요가는 처음 해 봤는데 유연하지 않은 나에게 적합했다. 빈야사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는, 땀이 뻘뻘 나는 운동이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금요일 밤을 편안하게 몸을 이완시켜 주며 마무리할 수 있는 요가 같았다. 요가를 하는 동안 하얀 커튼 사이로 보이는 빈티지한 파스텔 톤 하노이 집들이 보이니 이국적이다. 5명이 참여했는데 나만 외국인이고 다 현지인이다. 제각각 취향의 요가복을 입고 나타난 현지인 젊은 베트남 여자들 무리에 있으니 신기하다. 저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요가 강사는 까무잡잡하고 눈코입이 뚜렷한 예쁜 현지인 여자였는데 영어를 유창하게 하며 베트남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했다. 처음 온 나를 굉장히 반겨주며 친절하게 대해줘서 좋다. 1시간에 가격은 28만 동, 14000원 정도.


일요일 아침 그랩을 불러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인 앤 양 요가 클래스는 다른 현지인 강사였는데 역시 영어를 유창하게 했다. 이 날은 나 말고도 외국인이 인도인처럼 생긴 여자 두 명도 있었다. 인 앤 양은 음양을 말하며 음은 차갑고 릴랙스 하고 이완시키는 정돈된 동작, 양은 따뜻하고 에너지를 내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양 요가로 땀을 낼 거라고 했다. 손과 어깨와 팔목과 다리를 천천히 가볍게 푸니 좋았다. 그리고선 가볍고 천천히 진행하는 빈야사를 얼마간 하다가 인 요가로 넘어갔는데 긴 쿠션을 가져다가 허리를 대고 눕고 이완을 하기도 하고 아빠다리로 양발을 대고 앉아 쿠션을 끼고 팔을 축 하고 늘어뜨려서 쉬는 동작들이었다. 몸이 쫙 풀리면서 이완되고 어깨가 풀린다. 한 시간 반에 30만 동.


베트남은 발리보다 마사지 비용이 2배 이상이어서 마사지 비용보다 요가 비용이 싸다. 발리는 대부분의 샵이 1시간에 9천 원-13,000원이면 했는데 베트남은 평균 2만 원 이상 줘야 한다. 한국보단 싸지만 발리 가격을 아니까 비싸서 못하겠다.


3. 미슐랭 투어

미슐랭 쌀국수 3500원
미슐랭은 아니지만 유명한 오바마 분짜 2500원
미슐랭 분짜 6천원

하노이엔 미슐랭 음식점이 많고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이다. 3천 원 대 쌀국수부터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미슐랭들도 꽤 있다. 고급 미슐랭 식당도 1인 1-2만원대면 먹는다. 오바마 분짜는 페인팅 클래스에서 만난 현지 대학생 소녀가 추천해 준 곳으로 어릴 때부터 가족하고 분짜는 여기서만 먹는다고 해서 굳이 찾아가기 귀찮아서 안 가려 했다가 시간도 많으니 가자, 하고 찾아가 보았다. 오바마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흥행한 듯 보인다. 관광객들이 벽에 걸린 오바마사진 하고 같이 사진을 찍는다. 사람이 많아 4층까지 올라가서 먹었는데 아예 오바마 세트 메뉴가 있다.


분짜닥킴이라는 분짜집도 미슐랭인데 간단하게 먹으려 했는데 아줌마가 적극적으로 영업하며 스프링롤까지 있는 세트 메뉴를 먹으라 해서 양이 분명히 많을 텐데도 6천 원 밖에 안 하니(그래도 에어컨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먹어도 6-7천 원인데 길에서 먹는 것치고 비싼 것이다) 그냥 시켰다. 정말 맛있게 먹은 3천 원짜리 넴루이 집도 그렇고 신선한 채소가 나오는 게 너무 좋다. 근데 채소를 너무 많이 줘서 이거 너무 많아요, 하고 말했는데 못 알아듣고 가서 많이 남겼다. 재사용할 것 같은데 내가 손으로 막 뜯고 남은 것, 이것도 재사용된 거겠지?


양이 너무 많다, 하고 열심히 먹고 있는데 옆에 같이 쭈그려 앉아 먹고 있던 아저씨가 “Ni shi Zhongguren ma?(중국인입니까)” 하고 물었다. “wo shi hanguoren(나는 한국인입니다). no no! I am from Korea.” 하고 웃으며 말했다. 중국 사람인가? 중국인이냐는 소리는 거의 못 들어 봤는데,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저씨는 곧바로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내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내가 중국인 친구가 선물해 준 중국어가 쓰여있는 에코백을 들고 있구나. 그제서야 의문이 풀려 웃었다. 아저씨는 깔끔하게 생긴 일본인 아저씨였고, 트럼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일본인 발음으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목소리도 작아 유심히 들어야 했는데 어쨌든 혼자 여행 중이고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사실 궁금하진 않았는데 아저씨가 호기심 있게 계속 쳐다봐서 질문을 던지고 밥을 입에 넣으며 대답을 들으려 노력했다.


4. 팝업 전시와 드로잉 워크샵


페인팅 클래스 소녀가 알려준 팝업 전시도 갔었다. 나에게 전시에도 관심이 있냐고 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요즘하고 있는 전시 동영상을 보여주더니 가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오바마 분짜에서 7분 정도라 주소를 찍고 걸어가는데 너무 예쁘고 알록달록한, 갑자기 모스크바의 테트리스 성당이 떠오른 건물이 나타났다. 예쁜 것을 보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철창으로 닫혀 있다. 자세히 보니 12-2시까지 문을 닫았다. 근처에 껨보 전문점이 있어서 가서 열 때까지 맛있는 껨보를 먹으며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2시 5분쯤 되어 도착하니 문이 열려있고 젊은 베트남 아가씨들이 구경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건물이 예뻐서 그 자체로도 좋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황금빛으로 된 작품들이 있었고, 층고가 높고 창문이 유럽스러운 건물이 분위기 있다. 동글동글 굽이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작품들이 더 있다. 불교스러운 작품들도 있고 사람의 얼굴, 호랑이를 그린 작품도 있는데 구경하니 재미있고 좋다. 그림 전시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하노이는 갈 만한 곳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행복했다.



UV페인팅 말고 주말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다가 페이스북에 하노이에서 열리는 이벤트를 알려주는 페이지를 찾았다. 그중에 드로잉 워크샵이라는 페이지가 있어서 예약했는데 이런 건지 몰랐다. 그랩을 타고 한 카페에 들어가니 나체인 베트남 여자가 무대에 앉아있고 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한다. 나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클래스를 상상하고 왔는데 나체인 여자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거였다. 아, 잘못 왔다. 역시나 지루했다. 잘 그리지도 못하는데 난 구도 잡고 디테일하게 그리는 거 못하니 시간은 보내야겠고, 얼굴만 그린다던가 옆에 나뭇잎이나 그리고.


그냥 내 맘대로 자유롭게 색칠하는 것만 좋아하고 드로잉의 기초가 전혀 없는 나는 그냥 종이와 연필로 보고 따라 그리고 끄적인다. 그래도 워크샵 운영자인 여자가 와서 좀 봐주고 이런 식으로 머리색이 어두우니 색을 칠해봐라, 하고 터치를 해주는데 역시 전문가라 다르다. 한 열 명정도 되는 수강생들은 나 말고 전부다 백인 남녀들이었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지, 전문적으로 재료를 가져와서 그리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완전 초보자인데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온 사람들도 있다.


베트남 여자는 5-10분마다 이러저러한 포즈를 바꿔가며 서거나 앉아있는데 쉬는 시간에도 부끄러워하거나 옷으로 몸을 덮지 않고 그냥 맨몸으로 걸터앉아 핸드폰을 한다. 본인이 아무렇지 않아 하고 다른 수강생들도 그냥 피사체로만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나는 왠지 힐끗 보게 되는 것 같다. 목욕탕에서 같은 여자끼리라 아무렇지 않은 것과는 달리 여기는 공공장소고 다수가 옷을 입고 한 명만 옷을 벗고 있으니 이상하긴 한 것이다. 2시간에 얼마를 받을까 궁금해지며 괜히 우리가 내는 돈 중 얼마가 지급될까? 장소비는? 하면서 계산을 하게 된다.


5. 예쁜 것 사기

잠옷바지 하려고 삼
??
민소매 안입지만 더워서 산 귀여운 원피스
한국에서도 입을만한 시원한 스커트와 바지


올드 쿼터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파는 기념품 상점에서부터, 실크 거리, 운동복 거리, 에스닉한 옷을 파는 거리, 진주 등 주얼리를 파는 거리, 고급 짝퉁 원피스등을 파는 상점 거리 등 구경할 곳이 많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어떤 여자 배우가 자기는 실크로 된 잠옷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런 데서 알록달록하고 툭 떨어지는 고급 실크 끈나시 잠옷을 사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신혼부부면 샀을 텐데! 그리고 진주 목걸이도 큰 알알로 이어진 게 십만 원이면 산다. 색도 하얀색, 약간 핑크, 약간 그레이 등 예쁜 게 많다. 일본 여자들은 그릇도 많이 사간다.


나는 make art not war이라는 감각적인 느낌의 티셔츠와 알록달록한 하노이 그림이 그려진 관광객 티셔츠를 샀고 둘 다 5천 원 정도. 운동할 때 막 입으려고 샀다. 얼굴에 잘 받기도 하고 노브라로 입기 좋아서 까만 티를 사는 편. 칠부 레깅스를 사고 싶었는데 반바지 긴바지 레깅스만 있어서 결국 안 샀다. 카키색, 라벤더, 핑크색 등 예쁜 색 레깅스들이 많아 살까 하다가 카키색 하나 사 올걸 하고 후회했다. 다음에 베트남 가서 또 사지 뭐!


6. 반미 투어


바게트 빵에 이것저것 넣어주는 반미는 집집마다 빵도 들어가는 재료도 소스도 달라서 집집마다 먹어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집은 빠니니처럼 꽉 바삭하게 눌러준데도 있고. 저녁을 먹고 싶지 않고 가볍게 먹고 싶을 때 근처에서 하나 사가지고 들어와서 먹은 날도 몇 번 있다. 유명하다는 반미집보다 그냥 우연히 길에서 만나서 먹은 반미가 더 맛있다. 가격은 1500원에서 2500원 정도로 싸고 맛있다. 수수료 없이 뽑는다고 vp bank를 찾아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반미 집이 제일 맛있었는데 편육 같은 게 들어있어서 식감이 쫄깃하고 소스와의 조화도 정말 좋았다. 반미 하나 달라고 하는데 핸드폰을 하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손도 안 씻고 장갑도 안 끼고 바로 손으로 바게트를 잡아 재료를 넣어준 게 찝찝하긴 했지만 동남아에 왔는데 싸게 먹는데 어쩔 수 있겠나, 하고 포기했다.


베트남 대학생이 추천해 준 반미 25는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사람이 엄청 많고 유명하다. 굳이 가볼 맛은 아니지만 호불호 없는 깔끔한 맛에 백인 여행객들이 가득해서 뭐랄까 좀 외국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도 같이 백패커가 된 느낌. 붐비는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있는 것도 재미있고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리에서 오토바이가 내 아이폰을 갖고 튀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