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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작 Nov 02. 2020

구멍난 문장가

20201102

여기서 나는 잘못 만들어진 인형 같다

반나절만에 사라질지도 모를 말들을

보이지 않는 사각보에 싼다

단어들은 더러 흘리기도 한다

문장들은 바스락대며 깨진다

가시돋친 작대기가 비져나온 말들을 채근한다

보자기를 와르르 풀러, 처음부터 다시 싼다

마음 안에 꾹꾹 갈무리한 말들이 버리고 싶은 말들과 뒤바뀐다

나는 매듭 짓는 사람이 아니다

매듭 짓는 걸 포기할 때도 있다

누더기처럼 구멍난 조각보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바라만 본다

저기, 누가 대신 좀 묶어줄래요?

하루가 저문다 밤이 깊는다

머리 속이 온통 새카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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