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비가 많이 오는 시기
어른들 말씀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여러 시기들을 겪는데,
개중에 부모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사춘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마음을 단디 먹어야 한다고.'
내 아이는 고작 다섯 살.
최근 장맛비가 쏟아지는 걸 보며
'하늘이 내 마음을 대신해서 시원하게 울어주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적잖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다섯 살 아이는 여전히 기관지염이 자주 찾아온다.
돌 전부터 어린이집을 다녀서인지
반년은 늘 감기를 달고 다녔다.
아이의 육체적 괴로움은
부모로서 참으로 지켜보기 어렵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아이의 분리불안을 겪으면서
세 살, 네 살 그리고 다섯 살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아이의 불안과 괴로움은
나의 가슴을 후벼 판다는 것을.
어쩌면
부모가 두려워하는
사춘기 기간은
아이의 내외적인 부분들이 격변하는 시기
성장통이 지속되는 나날들
부모는 헤아릴 수 없어
답답하고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양육 서적에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책하지 마세요."
인데,
아이에게 전부인 엄마,
결국 나의 존재가
아이의 불안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여러 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내게는
분리불안이 있다.
안전 과민증이 있어
자주 조바심과 염려로 아이를 대한다는 사실도
아이 옆에서
‘이건 하지 마. 저건 위험해.’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이런 엄마를 둔 아이들은
엄마와 분리가 될 때에
'혹여나 엄마가 잘못되지 않을까'
라는 불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몇 주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답답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듯한
무기력증에 시달렸는데,
해답을 찾았다.
다시 원점으로
"의연하게"
"별거 아니게"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는 것
상상해보니 이 것이 더 무서웠다.
나는 선택하기로 했다.
나를 자책하는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 대해서 호들갑 떨지 않고
의연하게 내 마음밭부터 정비하기로
이 다짐이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길지 않지만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내가 눈을 감는 훗날까지
기쁜 순간도 고된 순간도
끊이지 않겠지.
하지만
아이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소중하고 귀한 딸,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