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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Feb 08. 2021

[인터뷰] 이홍내 "저에게 준 따뜻한 관심이 경이로워"

이홍내.(제공=엘줄라이)


다음 내용은 2월 5일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모두가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게 하는 재미있는 배우로 기억 남고 싶어요.”


지난달 24일에 종영한 OCN 토일 오리지널 ‘경이로운 소문’은 시청률 10%를 넘으며 OCN에서 경이로운 기록을 넘어 신드롬을 만들었다.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의 통쾌하고 땀내나는 히어로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시청자들의 마음을 뻥 뚫어줬다. ‘카운터’의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뿐만 아니라 악귀로 나온 옥자연, 이홍내까지 모두가 빛난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지난 27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뉴스통신과 만난 이홍내는 선한 미소를 띠며 등장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후련했었는데 방송 자체가 끝나고 나니 아쉽고, 상실감이 생겼다”며 “‘경이로운 소문’을 봐주신 시청자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홍내는 ‘경이로운 소문’에 함께 하게 된 과정에 대해 “지청신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 현장에 많은 분이 있었고 저에 대한 반응이 크진 않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날 저녁에 연락이 바로 왔다”며 “나중에 감독님, 조병규, 저. 셋이 식사하고 있었는데, 그때 감독님께서 지청신이라는 역할에 누구를 할까 고민하던 중 조병규가 이런 배우들이 있다며 몇 명을 보여줬고, 그중 저를 보고 한번 보고 싶다 해서 캐스팅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비화를 전했다.


조병규가 이홍내를 추천한 데에는 웹드라마 ‘독고 리와인드’에서 인연이 있었다.

“웹드라마 '독고 리와인드'라는 작품을 함께 출연했지만 같이 하는 장면이 없었고, 대본 리딩 때 두 번 본 게 전부인데 그때의 저를 기억한 거였어요. 저라면 생색냈을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러지 않더라고요. 정말 고맙고, 지청신이라는 인물을 만날 수 있게 첫 시작점을 만들어준 조병규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홍내.(제공=엘줄라이)


‘경이로운 소문’의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은 이홍내에게 “네가 지청신을 연기하면 사람들이 너를 더 알아보게끔 할 수 있다”고 한 데에 있어 “저는 속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대답은 '알겠다,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무명에 가까운 저를 사람들이 알아보게끔 해준다는 말은 정말 감사한 말인데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속으론 감독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씀 이상으로 저를 많이 알아보시게끔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배우가 되어서 또 한 번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 는 소망을 내비쳤다.


촬영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늘 재미있었고, 제가 지청신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게 저를 믿어주시고,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어떻게든 찍어줄 수 있으니까'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너무 편안하고 좋았기에 한순간을 꼽을 수 없다”며 현장을 회상했다.


이홍내는 날카로운 눈빛의 악귀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가운데, 6회에서 지청신이 소문(조병규)과 도하나(김세정)를 섬뜩하게 응시하던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따로 준비한 게 있는지 묻는 말에 그는 “눈빛과 표정을 따로 준비하진 않았다”며 “‘카운터들에게 밀리지 않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어야겠다’ 생각하고 집중했는데, 얼굴이 그렇게 나오더라. 따로 준비하지 않았기에 정말 신기했다”며 촬영 감독님들께 감사를 표했다.


이홍내.(제공=엘줄라이)


그는 지청신이라는 악역을 연기하면서 신경을 쓴 부분으로는 “카운터들과 대결할 때 밀리지 않는 에너지”를 꼽았다.


“아버지와의 서사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지청신은 1회부터 카운터 3명과 맞서 싸울 정도로 강력한 빌런인데, 카운터들에게 밀리지 않는 악한 에너지가 표현된다면 아버지에 대한 서사는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에너지가 애매하고 시시하면 아버지와의 서사도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악해지고 기괴하고 사이코처럼 나올수록 아버지와의 관계는 더 반대적으로 보여지겠다 싶었죠.”


드라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역할을 맡은 만큼 부담감은 없었는지에 대해 그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주변에서 시청률 높은 작품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해서 행복 하지 않냐 물으시는데, 물론 너무 좋지만 저는 똑같다. 저의 필모그래피에 올라와 있는 작품의 대부분은 통편집이 되어 저를 발견하실 수 없는 것도 있고, 어깨만 나오거나 한 두 장면 나오는 것도 있는데 그전에 했던 작품들과 이 작품도 매 순간 똑같이 최선을 다했다”며 “오히려 ‘경이로운 소문’이란 작품을 하고 느낀 건 제가 그렇게 영화에 짧게라도 출연하던 그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청신이라는 인물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힘이 된 거 같다. 그러한 경험 없이 덜컥 이 역할을 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시간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많은 액션이 등장하는 만큼 극 중에서 함께 촬영한 배우들과의 합에 대한 질문에는 “소문 역의 조병규는 연기를 잘하고 상대 배우가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배우다. 조병규와 촬영하면서 ‘내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정도로 고맙고 좋은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연기를 잘 할 수 있지?’라는 질투도 났다” 고 웃으며 대답했다.


더불어 ‘지커(지청신+조커)와 향리퀸(백향희+할리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케미가 돋보였던 백향희 역의 옥자연 배우에 대해서는 “인물에 다가가는 깊이가 엄청났다. 백향희를 이해하는데 있어 깊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장면들을 미리 찍어서 감독님께 보내 상의하고 확인받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저랑은 지청신과 백향희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지’하고 생각을 가지기 전에 옥자연 배우가 먼저 물어봐 줘서 감사했다”며 “둘이 같이 나왔을 때 백향희는 유쾌하고 톡톡 튀는 사이코패스 느낌인 반면 지청신은 악귀 패거리 사이에서 무게감 있으면서 중심을 잡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백향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인 ‘애플망고쉬폰케이크’를 사는 장면에 대해 묻자 처음에 그런 케이크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케이크에 대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존재하는 케이크이고, 친아들이 받는 사랑과 제가 받는 사랑이 어쩌면 좀 다르다. ‘친아들보다 내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대사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고 밝히며 “심부름을 하긴 하지만 친아들보다 내가 이 케이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하고 질투를 하는 와중에 처음으로 또 다른 악귀를 발견하는 장면이다. 상대가 악귀인 걸 발견할 때의 명확한 느낌이 놀라움도 있지만 반가움과 신기함도 있는 느낌으로 백향희를 바라보고 싶어 ‘그것을 눈빛에 담아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그래도 한 번 표현해보자 해서 했던 장면이 그 장면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이홍내.(제공=엘줄라이)


그는 시청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지청신 패션 감각이 전혀 없네 역시. 빵모자 뭐임? 독립운동가네’를 꼽았다. “지청신이 돈이 생겨 양복집에서 양복을 맞추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의상팀에서 준비해준 옷들을 입고 빵모자를 쓰고 거울을 보면서 ‘너무 멋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분들에게서 독립운동가 얘기가 나오는 순간 ‘내 눈에 멋있다고 멋있는 게 아닐 수 있겠다 싶었죠’ (웃음) 제가 많은 반응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관심’이라는 게 사람을 들끓게 만들 수 있고, 저를 살아있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어요. 매 장면마다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많은 공부가 되고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되었죠.(웃음)”


이홍내는 고향 경남 양산에서 연기에 대한 꿈을 안고 2009년에 서울에 올라와 독립영화의 문을 두드렸다. 동아리 단편영화나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의 현장들이 그에게는 살아있는 연기 학원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힘들지 않았냐, 잘 버텼네’ 라고 하는데 사실 제가 다른 일을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보통 뭔가 하기 전에 대안을 마련해놓고 하는데 배우로서 실패하면 다시 뭘 해야지 하는 생각 자체를 안했어요. 저 나름의 속도로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 일을 어차피 평생 할 건데 언제 잘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미세하게 발전했어요. 처음엔 대사가 없었다면 다음 작품엔 한마디가 생기고 또 역할 이름이 생겼고 그러던 중 매니지먼트를 만났고 상업 영화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어요. 저는 이런 과정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이홍내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로 “오늘(인터뷰 당일) 딱 드는 생각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 선배님이 하신 앵커 역할이나 기자님들처럼 저널리스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저도 누군가를 관심 있게 보면서 파헤치고 질문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사실 매 순간 바뀐다”며 “그리고 악한 역할이 또 재미있으면 할 것 같다. 작품을 하는 기준이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이 될 것 같진 않고, 선이든 악이든 무생물이든 재미있으면 할 거다. 사람들이 이제는 착한 역할 해야 하지 않냐 하는데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면 악해도 상관없다”고 소신을 전했다.


‘경이로운 소문’이 시즌 2의 소식을 알렸지만, 지청신은 죽었기 때문에 시즌2에서 나오지 않아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아쉽지 않다. 시즌 2는 저보다 더 역량 있고 좋은 배우가 빌런으로 나와서 카운터들과 새로운 대립 구도를 가지면 좋을 거 같다. 감독님에게 농담 삼아 머리를 길러서 카운터 오디션을 볼 테니 공정하게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대답을 회피하셨다.(웃음) 시즌 2의 대립 구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분명 좋은 배우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 중 소문이는 동료 카운터들이 힘이 되어 주는 존재였는데, 이홍내는 인터뷰를 하러 간 기자들을 꼽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는 “오늘은 기자님들이 저에게 힘이 되어주고 계신다. 제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인터뷰 써주시는 것들이 제가 앞으로 배우 일을 할 때 든든하고 힘이 된다. 그리고 가족이다. 어머니의 문자가 며칠 잠을 안 자도 되게 기분이 좋고 많이 든든했다. 세 번째는 스태프들. 저랑 하면서 제가 뭘 해도 다 좋아해줬고, 눈만 깜빡여도 명연기라고 해줬다. (웃음) 저한테 큰 원동력이다. 소문이에게 카운터라는 팀에 대한 원동력이 있었다면 저에게는 모두가 제 팀이었다. 같이 촬영했던 백향희 역의 옥자연 배우, 장수 역할의 신동력 선배님도 그렇고 다 너무 좋고 든든했다. 사실 오늘 인터뷰하는 것도 인터뷰라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겁을 많이 먹었는데 다들 편하게 해주셔서 든든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홍내는 자신이 연기한 지청신에게 “청신아 고생했어, 네가 한 행동들이 내가 좋아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고 네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지만. 거친 세상을 살아왔으니까 고생했다”며 “제가 연기하다 보니 애증의 관계가 되어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잔인하고 괴롭힌 부분은 분명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만약에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홍내.(제공=엘줄라이)


그에게 ‘경이로운 소문’은 어떻게 기억될까. “이 작품이 사랑받을 거란 확신은 있었다. 따듯한 이야기고,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OCN 채널 최고 시청률 찍을 줄은 몰랐어요. 제가 극에서 작고 귀여운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니까 사람들이 싫어할 줄 알고 욕먹을 각오로 했는데 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셔서 기분이 좋고 경이롭습니다.”


민머리로 강력한 인상을 남긴 이홍내는 올해 계획으로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머리 기르자'인데 또 자르라고 하면 자르겠지만 이미 찍어둔 영화들이 있는데 다 기가 막힌다. 영화관에서 관객들도 만나고 싶고 드라마도 꼭 하고 싶다. 올해 드라마로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고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홍내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목표로 “제가 '재미있는'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저라는 사람을 재미있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제가 작품에 출연하면 '이홍내 출연한대~ 재밌겠다!' 혹은 '그 작품에서 이홍내 봤어? 어 그 재미있는 배우?' 하면서 말이다. 인터뷰들도 재미있는 인터뷰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게 하는 재미있는 배우로 기억 남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강렬했던 악귀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홍내는 인터뷰 내내 이미지와 달리 순수하고 선한 인상을 보여주며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전했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 시간 동안 배려가 묻어 나오는 그의 행동을 통해 그의 인품을 느끼며 그와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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