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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25. 2021

김종관 감독,'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야기하는 '경계'

김종관.(제공=(주)엣나인필름)


다음은 4월 18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그림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양면성이 있죠"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을 잇는 ‘김종관 유니버스’의 결정체로 한 명의 인물이 여러 사연을 통과해 나간다. 어느 이름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 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을 마음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무도 없는 곳’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으며, 김종관 감독만의 구도, 소재, 캐릭터, 스토리로 호평을 얻었다.


현실인지 소설인지 모를 작가 ‘창석’의 이야기는 시간을 잃은 여자 ‘미영’(이지은 분), 추억을 태우는 편집자 ‘유진’(윤혜리 분), 희망을 구하는 사진가 ‘성하’(김상호 분),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이주영 분)과 만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며 쌓아진다.


김종관 감독은 ‘더 테이블’에서 운철 역으로 연기한 연우진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창석’으로 다시 불렀다. 김종관 감독은 “‘더 테이블’에서 혜경 역의 임수정이 공격하고 침범하면 연우진이 방어하고 리액션을 하는데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대화 형식의 영화는 누가 공격하고 누가 방어할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연우진이 작고 섬세한 방어로 디테일한 걸 잘 만들어나가더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창석은 거의 리액션으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인데 본인의 장점이 잘 드러날 거 같았다. 배우 자체가 가진 부드러움과 온화함이 있어서 상대 배우들에게 편안함을 주지 않을까. 영화를 찍는 게 짧은 여행 같았는데 동료로서 기대도 있었고, 그의 장점들이 극대화가 된 거 같다. 연우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전하며 연우진을 칭찬했다.

제공=(주)엣나인필름

작년 말에 영화 ‘조제’로 나온 후 3개월 만에 장편으로 또 관객을 만나는 김종관 감독은 “‘조제’와 ‘아무도 없는 곳’을 같은 해에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에 장편 2개를 찍어서 바쁜 해였고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 코로나 시대에 영화 2편을 내고 ‘조제’는 코로나가 더 심한 단계에 개봉해서 안타깝긴 했다. 그런데 한 번 경험하니까 충격에 강해지더라. 좀 더 마음 편하게 ‘어떻게 흘러가나 보자, 영화의 운명이 따로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다음은 김종관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Q.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에 이어서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어떤 실험을 했나.


"‘더 테이블’도 마찬가지이고 제가 그전에 찍은 단편영화도 그렇고 대부분 공간 하나에 두 사람이 나오는 거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런 형식에서 무궁무진하게 확장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는 형식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는데 ‘최악의 하루’는 걷다가 대화를 한다. 대화라는 형식을 가지고 극단적으로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게 ‘더 테이블’인데 찍으면서도 재미있더라. 테이블 하나 두고 7일간 찍었는데 배우들이 계속 바뀌지 않나. 어느 날은 한예리, 어느 날은 정유미 배우가 온다. 형식적인 시도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는 곳’은 대화의 형식이지만 창석이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그들의 사연을 듣는다. 대화의 형식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연우진과 같이 모험하는 기분이었다. 각기 다른 에너지를 가진 배우를 만나며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김종관.(제공=(주)엣나인필름)

Q. 영화를 보다가 배우들 뒤의 배경으로 수어(수화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 부분을 캐치해서 넣은 이유가 있나.


"제가 사는 동네에 농아학교가 있다. 그들을 일상적으로 많이 보고, 이 영화 안에는 마음이든 육체든 어느 면에서 상실을 겪었다고 볼 수 있지만 상실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많은 사람이 지나가지만 의미가 있는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모습 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거리에 비장애인만 있는 게 이상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면 좋고 일상 속 하나의 모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미영’이 나오는 시티 커피에도 나이 드신 분들이 쉬는 곳이 지금도 어디에 있다. 많은 것들을 구성을 하고 있는 게 도시인데 일부만 도시의 특징으로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다른 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Q. ‘미영’과 ‘창석’이 이야기하는 지하 보도에 있는 시티카페 역시 인상적이었다. 저 또한 바쁘게 지나가면서 그런 카페와 상점을 많이 봤지만 한 번도 들어가 있던 기억은 없다. 다음에는 미영처럼 그 안에서 밖에서 바삐 걸어가던 저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봐야겠다.


"골목도 그렇지 않나. 하나만 옆으로 가면 다른 세상이다. 여행을 가도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큰 거리가 아니라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이 있더라."

제공=(주)엣나인필름

Q.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의 이야기 장면을 위해서 이주영, 연우진 배우와 함께 하루에 세 군데씩 바를 다녀왔다고 하던데.


"바텐더 기술을 알아야 하고 바텐더가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바쁘게 산다. 이런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같이 돌아다니며 이주영 배우는 술을 못 마셔서 논알콜 칵테일을 마셨다. 그리고 아는 바텐더에게 부탁해서 스킬을 배우고 다녔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을 거에요. 얼음을 돌리는 것도 다 스킬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편안해 보여야 바텐더로 보일 테니 노력을 많이 했을 거다.


저는 기본적으로 위스키를 좋아한다. 여행 다니면서 싸게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게 1유로에 위스키 한 잔씩 주는 거였는데 마시다 보면 취향이 생긴다. 또 취향이 생기면 그 안에서 사연이 생긴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종류들도 많아지고, 위스키를 좋아하니 바도 알게 되고 이런 이야기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 거 같다."


Q. 김종관 감독이 바텐더 ‘주은’을 만난다면 어떤 기억을 팔고 위스키를 받겠는가.


"시나리오 쓰면서 고민했다. 방금 생긴 우정과 따라준 위스키에 줄 기억이 뭘까. 너무 중요하거나 나쁜 기억은 선뜻 팔기에 좀 그렇지 않나. 어떤 기억이 있지 생각하다가 이야기할 거 같은데 말하다 보면 이게 의미 있는 기억이었다고 되새김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사소한 거 같지만 사소하지 않은 기억이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다. 밑이 깨진 위스키 잔도 상황이 다르게 쓰이지만 저의 좋은 추억이 어느 한 부분이 작용해서 이야기에 녹아드는 게 창작의 재미인 거 같다."


Q. 감독님의 영화의 장소는 종로, 서촌처럼 심적으로 편한 장소가 많이 나온다. 높은 빌딩이나 핫플레이스가 있는 강남, 가로수길 이런 곳이 아니다.


"제가 잘 알고 걸어 다니는 공간들이다. 저의 감정의 기억들이 있는 공간을 영화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공중전화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도심 가운데 있는 고궁도 재미있고, 돌담 안에는 과거이고 밖은 큰 도시이지 않나. 부분 부분들을 영화로 담아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는 거 같다."

김종관.(제공=(주)엣나인필름)

Q. ‘아무도 없는 곳’으로 시간, 상실, 죽음 등의 테마에 집중한 이유는.


"현대의 감정 중에 고독감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잘 들여다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영화도 필요하지 않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빛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양면이 있기 때문이다."


Q. 이번 작품에 감독님으로 가장 마음이 끌린 장면은.


"영화 엔딩을 마지막에 찍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내 눈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창석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중요하지 않을까. 워낙 중요한 장면이 많지만, 새벽이나 해 질 녘 촬영이 많아서 빛이 소멸하거나 다시 들어오는 시간을 찍는 게 중요했다. 어둠을 어떻게 표현 하냐에 따라 주제적으로 맥락이 맞닿아있다."


Q. 마지막 에필로그에 창석이 “난 텅 빈 골목들을 걸었고 그날 밤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창석은 어떤 꿈을 꿨을까.


"경계와 층위를 가지고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제가 명확하게 “이건 이거다”라고 이야기하면 관객의 즐거움을 뺏는 거 아닐까."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절찬리 상영 중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8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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