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수정 기자 May 28. 2021

[인터뷰]김환희 "모든 경험에 나를 가두지않길"

김환희.(제공=정동극장)

다음은 5월 4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의 공연은 지난 주 막을 내렸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재능이 타고난 사람이 노력까지 하면 무적이래요."


뮤지컬 ‘포미니츠’는 감옥 안의 두 여성이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나가는 이야기로 지난 4월 한국 초연을 올렸다.


'포미니츠'는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서 원작의 저작권을 획득해 뮤지컬로 제작했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루카우 교도소를 배경으로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를 중심으로 극을 끌어간다.


열린뉴스통신은 최근 정동극장 위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제니’ 역의 김환희 배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김환희는 ‘제니’ 역에 3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합격한 가운데 초반 연습 때는 발걸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연습 때는 계속 물음표와 싸움을 했다. 제 성격과 완전히 다른 인물을 맡으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도 몰라 스스로 괴롭히면서 행복하게 고민을 했던 거 같다”고 전했다.


“제니가 성격적으로 거칠다, 폭력적이다는 게 있지만 그 안에서 ‘얘는 왜 그럴까’를 느끼도록 하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제니가 이런 상처로 거칠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크뤼거가 제니한테 ‘얘 너무 거친데?’라고 느끼며 점점 다가가는 거처럼 보일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외형적으로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모습이 있지만 제니의 내면의 것을 중점적으로 고민했어요.”

제공=정동극장

다음은 김환희와 일문일답이다.


Q. 피아노는 원래 칠 줄 알았는지 아님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습을 했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 체르니 30까지 하고 그만뒀는데 덕분에 엄마한테 감사드리고 있다. 피아노, 태권도 등 조금씩 발을 담갔던 게 기억나더라. 엘리제를 위하여를 기억하듯이 기본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확실히 도움 됐던 거 같다."


Q. 제니가 피아노를 대하는 자세가 과거와 현재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어릴 때 집에 피아노 선생님을 불러서 피아노를 할 때는 너무 재미있었겠죠. 충분히 호기심을 갖고 치다가 아빠의 욕심과 아빠의 삶 속에만 존재하는 나 같다는 걸 얘도 느낀다. 이 아이도 생명이고 인간이고 감정이 있는데 거기서부터 삐뚤어지지 않았나. 강압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호소함을 말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어린이에서 성장한 제니는 ‘내 스타일대로 연주할 수 있어요’도 있지만 ‘나는 나를 이야기할 거야’ 그런 마음으로 4분을 연주하는 거 같다."


Q. 초반에 그랜드 피아노 아래 숨어있는 제니를 보면서 자신만의 공간 같기도 하며 마치 엄마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태아 같은 느낌도 들었다. 피아노 아래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


"그 공간 자체를 독방, 제니의 공간으로 설정을 했다. 저도 그 안에 있으면서 신마다 드는 감정이 다르다. 가끔은 정말 나를 보호해주는 공간, 어떨 때는 자유롭게 해주는 곳, 또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공간이다. 그 이유가 결국에는 피아노 때문이다. 그 안에 있으면 외롭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제니가 선택한 공간이자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공=정동극장

Q. 크뤼거의 첫인상은 어땠나.


"처음부터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다. 피아노를 하겠다고 마음을 결정하고 간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와중에 “몰라, 가보자” 끝까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로 간 거다. 그런데 어쩌면 나의 인생을 크뤼거에게 처음부터 맡기지 않았을까. 크뤼거가 제 인생을 첫 만남부터 기회를 주고 살린 거 같다. 아마 제니는 크뤼거의 진심도 느끼지 않았을까. 크뤼거도 피아노 레슨의 4명 정원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제니가 재능이 있기 때문에 이름은 뭔지 물어봤고 체육관 창고에서 만나자고 먼저 다가왔고 테스트해보자고 호기심을 보인다. 거친 반항기 있는 행동에서도 제니를 하찮고 다른 교도관들처럼 더럽게 보는 게 아닌 나에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느낀 거 같다."


Q. 크뤼거 역에 김선경, 김선영 배우가 함께하는데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선경 선배는 츤데레같은 면이 있다. 되게 거침없고 날 것 안에 아기같이 정말 여리다. 실제 성격도 겉으로는 여장부 같지만 정말 여리여리하시다. 선영 선배는 정말 섬세하시고 하나하나 다 제 감정을 꿰뚫고 있는 거 같은데 두 분의 성격이 그 안에 다 나온다. 선경 선배는 무심한척하지만 뒤 돌아서 제니를 신경 쓰고, 선영 선배는 앞에서 대놓고 내 말에 귀를 다 기울여주신다."


제공=정동극장

Q. 공연을 봤을 때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4분간 연주를 하고 크뤼거를 향해 몸의 반 이상을 접으며 인사하고 객석을 볼 때 김환희 배우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 모습에 눈물이 너무 많이 났는데 이때는 제니로서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저도 마지막에는 주체를 못 할 때도 있고 눈물이 안 나고 다른 감정으로 표현할 때도 있다. 진짜인 표현이 나왔으면 좋겠어서 그때그때 표현을 가두지 않고 그날의 감정을 보여준다. 크뤼거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할 때는 속 시원하다. 저보다 크뤼거가 더 자랑스럽고 크뤼거밖에 안 보이는 거 같다. 원래 눈치를 안 보는 애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진심을 다해서 어쩌면 제니답지 않게 예의를 갖추고 뇌에서부터 발끝까지 크뤼거에게만 전달될 수 있는 인사인 거 같다."


Q. 그럼 지난 공연 중에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감정이 튀어나와서 기억에 남은 날이 있나.


"매번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에 정말 날 것이었던 날이 있었다. 평소에는 연습한 게 체화돼서 긴장한 상태로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했다면 그날은 마음은 제니로서 무겁지만 몸이 가볍고 걸음 자체도 너무 가볍더라. 그날은 개인적으로 노래도 잘 되고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되고 제가 원하는 노선이 잘 나온 거 같다. 그날 공연을 본 분께서 “오늘 뭐가 달랐냐”고 직접 물어보더라. 뭔가를 경험한 거처럼 기분이 이상했다. 그걸 찾아낸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왔다."

제공=정동극장

Q. ‘포미니츠’를 보면 재능이 있는 제니와 재능이 없는 뮈체가 비교가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남달랐던 게 있나.


"노래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 어릴 때 사진 보면 마이크 잡는 사진도 많고 중, 고등학교 때도 쇼핑몰 앞 무대에 많이 섰다. 다른 사람 무대 보고 있으면 저도 서고 싶다는 생각에 손을 들고 올라가기도 했다. 그런데 미적인 감각이 없다. 노동의 손은 빠른데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잘 쓰는 미적 감각의 손은 저와는 먼 거 같다. 그런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멋있는 거 같아서 제 눈에도 많이 넣으려고 하고 관찰한다."


Q. 또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재능만 있으면 안 된다고, 운칠기삼처럼 운도 따라줘야 하고, 노력도 있어야 하는 거 같다.


"맞다. 재능만 가지고는 안 되는 거 같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건데 노력을 절대 배신하지 않고, 타고난 건 재능이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못 따라간다고 하셨다. 재능이 타고난 사람이 노력까지 하면 무적이라더라. 그때 제가 많이 느낀 거 같다. 지금도 오디션을 보고, 공연 전에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도 그 생각을 많이 한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노력해야한다. 그럼 저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오더라. 지금 제 무대에 만족하는 게 아니더라도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연습하는 거 같다. 그런데 환경적으로 그렇지 못한 분도 있어서 그거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다. 재능 많고 열정 있고 노력도 하지만 환경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극복하는 거도 건강하게 극복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 또한 나의 자산이니까. 저도 힘든 걸 견디고 극복했기 때문에 말이다."

제공=정동극장

Q. ‘포미니츠’를 본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은.


"제니도 천재적인 재능이 있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감독에 가서 힘들어졌지만,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 내가 나에게 냉정할 줄도 알고 나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할 줄 알고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 말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나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극에서도 슈만 피아노곡을 혼자 치는 게 아니고 협업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가끔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줄 알고 또 내어줄 줄 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저에게도 하는 말이다. 극을 보고 크뤼거, 뮈체, 제니에게 드는 감정도 중요하지만 보고난 후에 인생에 대해서 생각이 드시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제니와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하지만 한편으로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 아파할 사람이 있을까봐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는 김환희를 보며 세심함에 또 한 번 감명을 받는 순간이었다.


한편, 뮤지컬 ‘포미니츠’는 2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0879


매거진의 이전글 송중기에게 또 반했다…'솔직 + 털털+ 겸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