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신창주 배우의 2019년은 바빴다. ‘풍월주’, ‘철가방추적작전’, ‘섬:1933~2019’, ‘전설의 리틀 농구단’을 이어 현재는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렉시 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최근 서울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아시아뉴스통신과 신창주 배우가 만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신창주는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에서 소위 말하는 ‘완전 쩌는 드래그퀸’으로 나오면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 중이다.
신창주 배우가 맡은 렉시는 어떤 캐릭터인가.
‘아노렉시아 널보사’가 신경과민성 위장증후군 이름이더라. 예민한 사람이고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예민한 캐릭터인데, 캐릭터 자체가 날카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송광일이 송곳 같은 느낌의 렉시인 거 같다. 처음에 이런 이미지를 해보고 싶었는데 신창주라는 옷에 잘 안 맞는 느낌이어서 대사에 나오듯 “반짝이 장갑을 낀 주먹 같은 거야”라는 주먹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 가발을 썼을 때 흑인 센 누나 같은 느낌이 나더라. 뒷골목에서 많이 맞아서 굳은살이 베긴 주먹 같은 사람으로 대사나 연기에서 날카로운 느낌으로 무서운 눈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눈 화장을 좀 더 다르게 했다. 우아하지 않고 무모한 드래그퀸을 해보려고 했다. 분장을 다 하니까 웃더라. “형이 하는 렉시는 무모해보여”라고 하더라. 대사에서 “나는 ‘개쩌는’ 드랙퀸”이라고 얘기하며 무모해 보이는 렉시가 나에게 맞는 거 같다. 송곳보다는 굳은살이 베긴 주먹 같은 느낌인데 주먹 같은 걸 하다 보니 송곳 같은 모습도 갈증이 나더라. 현재 진행형으로 공연 끝날 때까지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렉시에게 트레이시는 어떤 사람인가.
유일한 가족. 엄마이기도 하다. 나와 있지는 않지만 백석광 트레이시랑 얘기했을 때 렉시는 약에 취해있던 사람이었는데 트레이시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감싸준 사람이다. 가족 같은 사람 같다. 굳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신경 쓴 거에 비해서 이 사람이 덜 신경 쓰는 거 같으면 화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한다. 가족이자 친구이자 둘도 없는 존재이다.
렉시와 트레시이의 서사가 부족한데, 상상 속의 서사를 만들자면.
트레이시랑 하이파이브 할 때 쪼는 장면은 뒤에 내가 맞고 다녔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트레이시랑 렉시가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내가 특출한 드래그퀸으로 렉시가 공연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둘의 관계가 하루 이틀로 만들어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안 하겠다고 나갔다가 돌아온 것은 단지 돈과 공연보다는 트레이시와 렉시와의 끊어지지 않는 연결고리 때문에 둘 사이에 끈끈한 게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전에 이런 얘기도 했다. “둘이 잤을까? 사귀던 사이였을까?” 처음 리딩했을 때 대사에 “재워줄 수 있어요?”, “아니, 파트너가 있어”라고 하고 다음 장면이 트레이시가 렉시한테 전화하는 장면이라 석광이 형이랑 저는 렉시가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지만 연인은 아니고 가족, 절친, 짱친을 넘어선 유대감이 있지 않을까.
드래그퀸으로 한다고 했을 때 본인은 어떤 드래그를 하고 싶었나.
드래그로 멋져 보이고 싶었다. “창주가 하는 렉시 멋있다”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드랙퀸이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4년 전에 한 공연도 크로스드레서 역할이었고 여장남자들 얘기였는데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다. 내가 이 역할을 잘 하고, 웃겨보여야지 생각이었는데, 드래그랑 크로스드레서는 다르지만 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고민이 엄청 됐다. 멋진 배우가 아니라 멋진 여자, 멋진 드래그, 멋진 남자였으면 좋겠다. 남들이 봤을 때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스스로는 무모하지 않고, 내가 하는 렉시의 멋짐이라고 생각한다.
드래그 연기할 때 참고한 것은 어떤 게 있나.
이태원 드래그 바에도 가보고, 넷플릭스 ‘포즈’라는 드라마도 보고 ‘드랙레이스’라는 미국 버라이어티 쇼도 봤다. 우리나라 드래그퀸 중에 미국에서 유명한 ‘김치’라는 드래그퀸이 있다. SNS를 보면서 그 사람이 가장 무모한 사람처럼 보였다. 무모한데 보다보면 ‘정말 멋있다. 어디서 나오는 거지?’ 생각이 들며 이 사람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해 상상을 많이 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데 이름을 ‘김치’라고 하는데 사실 미국 사람들에게 김치는 편견이 있는 음식일 수 있는데 예쁘게 나와서 김치라고 하는 게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이태원 드래그바에 공연하는 팀이 학교 후배랑 친한 사이여서 얘기 나눴는데 자기 꿈은 낮에 남자랑 데이트 하는 게 거라며, 낮에 남자나 여자나 다 데이트하는데 본인이 데이트하면 다 쳐다본다더라.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작아보여서 그 사람으로서 보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의 원동력이 뭘까.
올 해 작품을 끊임없이 하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안 한다. 그냥 소진될 때까지 다 쓰고, 잠은 죽어서 자야지라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힘듦을 즐기는 사람 같다. 여태 체력적으로 힘든 공연만 했는데 사실 조지아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지만 체력이 누적이 돼서 힘들다. 갑자기 고민 상담이 되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예전이랑 하루하루가 다르더라. 하지만 안 다치려고 한다. 3주 전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나가다가 꼬리뼈를 다쳤다. 넘어진 순간 너무 후회했다. 체력관리보다 안 다쳐야 공연을 이어가는데. 그래서 요즘엔 무얼 하기 전에 혹시 다칠까봐 한 번 더 생각한다.
안양외고를 나와서 배우가 되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원래 꿈 배우가 아니라 촬영감독이었다. 영화과를 갔는데 그 때 108kg이었다. 선배들이 우리학교에는 뚱뚱한 배우가 없으니 연기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1학년때 했는데 관객이 박수를 쳐주고 재밌더라. 그때 연기하라고 했던 선배가 박한근, 안유진, 구원영 배우였다. 이제는 촬영감독에 대한 미련은 없다.
앞으로 새로 맡고 싶은 배역은 있나
렉시도 하고 싶은 캐릭터 중에 하나였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작품에서 악역이 타당성이 있었는데 완전 빌런 같은 역할 해보고 싶다. 왜 그럴까 이해가 안 가는 악 그 자체를 연기해보고 싶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올 초에 살도 뺐다. 반면,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작품을 했는데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
음악극 ‘섬:1933~2019(이하 '섬')’이다. 물론 조지아를 해서 더 잘했지만 ‘섬’을 했던 게 전부다 원캐스팅이었고 소재도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 이야기였다. 12명의 배우들이 전부 합창인 노래로 한 극장, 한 연습실에서 뼈를 갈아 넣어 만들었는데, 그 공연을 하면서 마음이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섬’ 이외에 또 꼽으라면 연극 ‘유도 소년’.
2019년 마지막으로 조지아 맥브라이드가 마지막 작품이다.
최근에 스페셜 커튼콜을 하다보니까 연극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정말 드래그쇼를 끝낸 느낌이더라. 배우들은 연말에 공연하느라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편인데 몸은 힘들지만 계속 축제 같은 연말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극장에 연기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 가는 느낌이고 텐션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연말, 연시에 잘 맞는 공연이다.
2019년은 나에게 어떤 해였다!
앞으로 몇 개의 스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 스텝을 정확하게 밟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바쁘고 싶었다. 바쁜 생활을 안 해본 배우였고, 공연계에 늦게 시작한 편이다. 여러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다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내 연기력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한 스텝을 정확히 밟은 거 같다. 조지아로 임팩트를 밟았다. 드래그퀸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기회이고, 이 작품을 고른 이유였다.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을 통해 얻고 있는 것은.
나는 굉장히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는 배우다. 나의 큰 단점인데, 조지아를 하면서 렉시 덕분에 내 자존감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아주 조금 찾은 거 같다. 조금의 단단함이 생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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