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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n 18. 2021

[인터뷰]천우희 "저의 20대는 완전 바보였죠"

천우희.(제공=(주)키다리이엔티)

다음은 5월 15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봄 극장가에 아날로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 주고 있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달리며 관객 수 30만 명을 넘겼다.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향수가 되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이하 ‘비와 당신’)은 멜로 감성의 여심을 녹이는 배우 강하늘과 영화 ‘써니’, ‘곡성’,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 독보적인 캐릭터로 매번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천우희가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와 소희를 연기한다.


극 중 ‘소희’는 부산에서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며 언니 ‘소연’에게 온 ‘영호’의 편지에 답장을 대신 보내며 편지를 이어나간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대에 편지라는 매개체로 아날로그 추억을 건드리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요즘 보기 드문 잔잔하고 느린 호흡의 상업 영화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천우희는 시나리오와 스크린에서 ‘비와 당신’을 본 소감으로 “작품의 결이 90% 비슷하게 나온 거 같아서 만족스럽고 읽었을 때 잔잔한 느낌과 나도 이런 연기를 하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처음 보고 느낌이 잘 산 거 같아서 만족스럽다”며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영호(강하늘 분)의 연기를 처음 보다 보니 영호의 감정과 소희의 감정이 스며 들어서 시나리오보다 더 뭉클하던 게 있다. 영화의 내용을 따라갈수록 심적으로 울림이 있다”고 전했다.

천우희.(제공=(주)키다리이엔티)

다음은 천우희가 일문일답이다.


Q. 촬영할 때 강하늘과 만나지 않지만 계속 감정의 교류가 있어야 하다 보니 감정선을 잡는데 어렵지 않았나.


"대면하지 않아서 어려운 게 있을 거 같다는 막연함도 있었고 설정이 편지라 본인이 가진 상상력에 더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좋기도 했고 오히려 막힌 부분이 없었다. 편지를 주고받는데 있어서 영호한테 어떤 감정적인 교류와 교감을 하는 것도 있지만 저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좀 더 털어놓고 해소하는 것도 있어서 그게 어렵지는 않았다. 내 얘기를 전달하는 거 같은 느낌이라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Q. 영화에서는 ‘곡성’, ‘해어화’, ‘써니’처럼 캐릭터가 강한 역을 하다가 순수한 모습을 연기하게 됐는데 스스로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와 다르니 낯설 수 있을 거 같다. 소희가 정말 평범한데 지금까지 연기의 선이 굵어서 대비가 크다 보니 더 그렇게 느끼실 거다. 그간 제가 충분히 표현하려고 세세하게 분석하고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가만히 있어도 대비가 되겠구나 싶었다. 원래 갖고 있던 모습들 많이 쓰려고 했고 제 모습이 어떻게 담기는지 정확히 모르니 감독님께서 강약 조절에 디렉션을 많이 주셨다."

천우희.(제공=(주)키다리이엔티)

Q. 소희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연기가 저로부터 시작하는 거 같다. 시작하게 된 계기로 제 모습이 아닌 모습을 표현해서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제 모습에 있던 모습을 확장시켜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되더라. 마찬가지로 포근함, 따뜻함, 일상적인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면 좋겠다고 느꼈다."


Q. 빠르게 흘러가고 자극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대중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는데 이 작품의 매력과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인물이 각자의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거다. 청춘 이야기로 사랑으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라 20대 청춘을 그리고 인간적인 연대를 그린다. 또 2003년 배경이 많은 사람에게 향수를 가져오지 않을까. 그래서 마지막 에필로그가 끝맺음을 잘해준 느낌이 든다. 마지막에 열린 결말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름의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그럼 20대의 천우희는 어땠나.


"바보였죠, 바보.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세상을 알긴 하는 걸까’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기도 하고 20대 때는 막연하고 의도나 목표가 없이 하루하루 즉각적인 반응으로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거 같다. 그렇다고 꿈을 찾아 쪼들려 가지 않고 막연함이 있었다."

천우희.(제공=(주)키다리이엔티)

Q. 소희의 편지는 일반적인 편지가 아닌 하늘에 비치면 읽히는 편지를 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약간의 트릭을 쓰는데 그게 재치일 수 있지만 가장 큰 거는 본인이 소연이 아닌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같았다. 영호가 편지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바람이지 않을까. 하나씩 하나씩 감추는 방법이고 자기 이야기를 툭툭 써내게 되는데 그런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Q. 소희가 영호를 찾으러 아버지 가죽 공방에 갔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엄청 큰마음을 갖고 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 행동과 비밀을 이야기하러 가는 거라 큰마음을 먹고 갔는데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이 사람은 내가 상상한 사람과 비슷한 면이 있나’ 알아보려고 더 다가가는 느낌을 가지려고 했다. ‘내가 상상한 사람과 부합한가’가 궁금했다. 거기서 영호가 가죽으로 만든 배와 강아지를 보며 지은 소희의 미소는 ‘내가 생각한 사람이 맞구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좋았다."

천우희.(제공=(주)키다리이엔티)

Q. 소희가 엄마와 운영하는 헌책방에 LP를 팔러 온 손님에게 장당 천 원씩 계산하다가 나중에 달려가서 돈을 더 쥐어 주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의 소희의 마음은.


"아주 짧지만 소희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장면 같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소희가 헌 물건을 책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역사, 감정이 담겨있는지를 이해하는 부분이다. LP를 장당 천 원으로 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에 “TOP10 5주 먹으면 더 쳐줘요” 라고 괜한 이유로 돈을 더 쥐어 준다."


Q. 우희 씨는 아날로그 감성이나 향수에 호감이 있나.


"옛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한다. ‘라떼는 말이야’는 아니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그런 호감이 굉장히 크고 촬영장에서 소품을 볼 때도 예전 물건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물건을 저만 알더라. ‘같은 세대인데 왜 나밖에 모를까?’라며 소외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웃음)"

천우희.(제공=(주)키다리이엔티)

Q. 소희가 영호에게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고 하고 그렇게 8년 만에 그날이 왔다. 우희 씨라면 8년을 기다릴까.


"저는 당장 찾아간다. “왜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냐. 무슨 일이냐. 왜 12월 31일이냐.” 의미에 대해서 물을 거 같다. 문물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데 발맞춰 가야 하기 때문에 8년 뒤에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주면 기다리겠지만 성격상 쉽지 않을 거 같다."


Q. 카메라 밖의 천우희는 어떤가.


"저는 평범하다. 특출하게 무언가를 잘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기존에 있는 개인적인 제 모습을 연기로 감추려고 한 게 많았다. 그래서 연기할 때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이라 해방감이 느껴지고, 해소의 도구이기도 하고 쾌락, 성장 등 도구였다. 카메라 밖에서 저는 심심한 사람인 거 같다. 지금은 이걸 분리할 수 없는 거 같고 예전에는 내 모습이 아닌 걸 연기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나구나’를 느끼며 일상적인 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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