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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n 18. 2021

'나빌레라' 강상준-강인수, 무대에서 날아오르는 순간

강상준, 강인수.(제공=서울예술단)

다음은 5월 14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로 해당 공연은 종연했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나빌레라’가 금일 개막한다.


‘나빌레라’는 HUN·지민 작가의 동명 웹툰으로 시작해 2019년 서울예술단의 색을 더해 원작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최근 동명의 tvN 드라마로도 방영해 안방극장에 다시 한번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일생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게 꿈을 좇는 일흔여섯 할아버지 덕출이 방황하는 스물셋 발레리노 채록을 만나 ‘발레’라는 하나의 꿈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과정을 담는다.


서울예술단(이사장 유희성)은 2021년 첫 정기공연 ‘나빌레라’의 부상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방황하지만 발레만큼은 놓지 못하는 스물셋 청춘 ‘채록’ 역에는 서울예술단의 강상준이 초연보다 깊어진 해석을 더해 다시 한번 연기한다. 또한 세종대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한 이력을 지닌 그룹 ‘마이네임’의 리드보컬 강인수가 새로운 채록으로 이름을 올려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의 한 카페에서 배우 강상준과 강인수를 만나 ‘나빌레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채록을 다시 만난 강상준은 “‘나빌레라’를 다시 하게 되어 반갑고 저번에 못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강하는 기회가 온 거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이어 강인수는 한국에서 첫 뮤지컬 데뷔를 앞둔 소감으로 “우선 너무 기뻤다. 지금은 기쁜 마음은 없어졌고 채록이에게 얼마나 스며들 수 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상준.(제공=서울예술단)

다음은 강상준, 강인수와 일문일답이다.


Q. 상준 씨는 2년 만에 ‘나빌레라’를 다시 만나는데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나, 인수 씨는 채록이를 만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키워드는 무엇이냐.


상준 – 솔직히 말하면 저번에 느끼지 못한 것 중에 크게 새롭다고 느낀 것은 없다. 보는 사람이 보기에는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원작이 있다 보니 되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발레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우리는 잘해야만 뽐내지 않나. 외국에선 잘 못 해도 일상생활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익숙한데 이번에 덕출이 가족들 앞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보면서 배우로서도 그렇고, 인간 강상준, 캐릭터 채록이로도 자신의 것을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게 중요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넌 날아오를 거야”라고도 하지만 텍스트로 그런 게 느껴질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우리가 생각하는 발레나 춤 동작에서 팔, 다리를 잘 뻗고 동작을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에서 느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인수 - 연출님의 디렉션 중의 하나가 채록이로 보여줄 수 있는 현 2, 30대 시선과 아픔, 어려움들 많지 않나. 그런 게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에 중점을 두고 할아버지를 보면서 꿈을 다시 찾아가는 점을 생각하고 있다. 덕출 역에 조형균, 최인형 형이 몸을 정말 잘 쓰신다. 오히려 몸을 못 쓰는 연기를 해야 하니 더 힘드신 거 아닐까. 덕출이 365일 발레 연습을 하는 거를 보면서 할아버지라서 못할 거라고 생각한 채록이의 마음이 점점 변해가는 걸 보여드리려고 한다.

강인수.(제공=서울예술단)

Q. 일흔 여섯의 할아버지 덕출이 발레를 가르쳐 달라고 찾아오면 과연 나라면 가르칠까 고민해볼 수 있는데, 채록은 어떤 이유로 덕출을 가르치게 되나.


인수 – 솔직히 돈이 먼저였다. 채록이 돈 때문에 어려워하다가 문경국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할아버지를 연결해준다. 이 대답이 가장 솔직한 거 같다.


상준 – 같은 이유인데 원작과 초연과 가장 다른 지점이 여기다. 원작이나 초연에서는 채록이 가르치지 않으면 단장님이 때려 치라고 내쫓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면 이번에는 채록이가 먼저 때려 치겠다고 한다. 연출님이 말씀하신 청년들의 문제들과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레슨을 시작한 거 같다.


Q.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고령의 할아버지라 힘들 수도 있는데 게다가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걸 안 순간 채록의 마음은.


인수 – 할아버지에게 위로를 받는 순간에 그 사실을 알게 돼서 억장이 무너지는 거 같다. ‘이걸 내가 책임져야하는 게 맞나?’ 싶으면서 나도 힘든데 그동안 함께 해온 거와 덕출의 눈빛과 마음을 읽은 채록은 고민도 많을 거다. 이때 채록이가 불쌍하기도 하다. 가족도 채록이에게 의지하려고 하는데 제자인 할아버지까지 이러니 안타까운 순간이다.


상준 – ‘망했다, 큰일 났다, 어쩌지?’가 1차원적으로 들 거 같고, 제가 채록이는 아니니까 대본과 공연 속에서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의미라는 게 시간이 지나서 부여가 되는 거 같다. 우리가 의미를 두고 어떤 일을 하기도 하지만 하다 보면 생기는 의미도 있지 않나. 할아버지에게서 채록이가 그런 걸 생각하지 않나.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 해야만 했던 스물세 살의 애가 가족이 뭔지, 삶이 뭔지, 목숨 걸고 발레를 왜 하는지, 그렇게 노력해서 행복해서 남는 게 뭔지 등등 느끼다가 어쩌면 유명한 해외 발레단에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무용수가 될 수 있었던 거는 재능만 있는 게 중요한 건 아니고 할아버지를 통해서 밀도 있게 경험하고 폭풍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강상준.(제공=서울예술단)

Q. 채록이 덕출에게 발레 스승이지만 오히려 덕출이 채록에게 스승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인수 - ‘꿈이라서 그런 것’ 넘버가 있는데 채록이도 힘든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포기를 하지 않는다. 절벽에 서 있으면서 하고 있는데 덕출이 채록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아이가 춤을 추고 자기를 가르치고 있구나’라며 보고 있는 장면이다. 이때가 어른으로서 채록이를 위로해주는 신이다. 그나마 채록이를 ‘선생님으로 봤을 때는 처절하게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느끼게 된다.


상준 – 거의 매 순간 느끼지 않을까. 어른 중에도 성격 좋고 너스레를 떨지 않아도 불편한 상황이 있을 때 편하게 다가오시는 분이 있지 않나. 한마디를 해도 어른이다 느끼고, 처음에는 거리감을 훅 밀고 들어와서 이상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믿고 의지하는 이유가 신뢰가 생기게 된 거 같다.


Q. 마지막에 덕출이 무대 위에서 발레 공연을 해내는 거 보면서 덕출은 감정은.


인수 – 말도 안 되죠. 공연을 해낸 거뿐만 아니라 그 순간 기억이 돌아오는 게 운으로 돌아온 거는 아닌 거 같다. 같이 함께 춤을 추고 있지만 감동 그 자체다.


상준 – 배우로서 저는 ‘이 맛이지’라고 느끼는 걸 채록은 그게 첫 경험일 거 같다. 누군가와 함께 정말 지독하고 힘들지만 버티고 버텨서 해냈다는 거. 남의 평가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고 우리만 중요한 게 채록이는 첫 경험이었을 거 같다. 초라한 무대일 수 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고 마지막 시점에서 이 모든 의미가 완성되고, 자기는 여태 실력이 애매하고 잘하지 못한다고 느꼈다가 뭔가를 해낸 성취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강인수.(제공=서울예술단)

Q. 채록이와 가장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나는 순간은.


상준 - 서울예술단 정단원 됐을 때다. 무대는 매번 서니까 비슷한 느낌인데 ‘와~’ 했던 건 대학교 합격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인수 – 아이돌그룹 ‘마이네임’으로 데뷔하고 3, 4년 차 됐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데뷔보다 더 힘들었고 국내에서 1위를 해보고 싶은 갈증도 있고, 멤버들도 더 생각난다.


Q. 그럼 만약 두 분이 연습실에서 연습을 한창 하다가 한 할아버지가 와서 무대에 나갈 정도로 노래나 춤, 무용을 알려 달라고 한다면.


상준 - 소정의 레슨비를 받으면 가르쳐드릴 수 있다. 재밌을 거 같다. 힘들어도 친구한테 전화해서 한풀이하겠죠. 그런데 발레는 정말 나이가 중요하다 보니 다를 거 같다.


인수 – 못 할 거 같다. 좋은 선생님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그냥 온 게 아니라 어디에 나가고 싶어 하시는 거면 과연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상준 – 그럼 저에게 소개를 해주세요. (웃음)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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