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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n 18. 2021

[인터뷰]박혜나 "엘사 수식어, 깨고 싶었다"

박혜나.(제공=알앤디웍스)

다음은 5월 28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연극 ‘안녕, 여름’이 따뜻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이야기로 5년 만에 돌아왔다.


2016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 연극 ‘안녕 여름’은 2002년 일본에서 ‘이번에는 애처가’란 제목으로 희곡, 소설, 만화, 영화 등으로 재창작되며 오랜 기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극은 결혼 6년 차 부부 ‘태민’과 ‘여름’을 중심으로 ‘조지’, ‘동욱’, ‘란’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사랑의 감사함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열린뉴스통신은 최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혜나를 만나 ‘안녕,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박혜나는 “초연때 오훈식 대표님이 제안을 해주셨다. 그때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제안이 와서 ‘또 나에게 왔네?’ 싶었다. 저에게 뮤지컬은 존재 이유지만 배우로서 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여러 장르를 해보는 게 좋을 거 같고 마침 연극을 해보고 싶었던 차여서 출연을 결정했다. 예전에는 한 우물만 파고 싶었지만 지금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싶다. ‘박혜나=엘사, 노래’의 수식어도 깨고 싶었다”고 작품에 함께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박혜나.(제공=알앤디웍스)

박혜나가 맡은 ‘여름’은 덤벙대는 모습은 있지만 남편에게만큼은 한없이 사랑하고 귀여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그는 ‘여름’을 “포용력이 강하고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여름’이의 상황에 제 감정을 섞지 말자고 생각했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이 섞이는데 이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박혜나로서 무대에 설까 봐 대본에 있는 여름의 대사로 함께하자고 마음먹고 처음부터 끝까지 ‘여름’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그가 연기하는 ‘여름’에 대해서 전했다.


유명한 사진작가였지만 지금은 카메라와 멀어지고, 츤데레 같은 매력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태민’과 ‘여름’은 어떤 부부였을까. “이 지구에 다양한 나라, 인종, 사람이 있듯이 이 부부도 부부로 묶여있지만 다른 사람에요. ‘태민’은 자상하지는 않고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죠. 또 여자를 도와주거나 사랑을 표현하는 걸 지양하는데, ‘여름’은 그런 ‘태민’을 끝까지 사랑하고 보살피며 ‘태민’이가 사진작가로 사진을 찍는데 도와주고 든든한 지원자인 거 같아요.”


박혜나가 공연마다 만나고 있고 남편 ‘태민’ 역에는 정원조, 송용진, 장지후가 함께하고 있다. 각기 남편마다 성격으로 “지후랑 있으면 장난기 넘치고 웃긴다. 연상연하 같은 느낌으로 ‘내가 누나로서 봐줘야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덩치가 큰 아이 같다. 용진 오빠는 칭얼거려서 돌봐줘야 하는 남자로 혼자 두기에는 아직 마음이 안 놓이는 사람이다. 원조 오빠는 어딘가 쓸쓸해 보이고 외로워 보여서 옆에 있어 줘야 하는 남자 같다”고 비교했다.

박혜나.(제공=알앤디웍스)

다음은 극의 스포일러가 되는 이야기로, 사실 ‘여름’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이미 떠났지만, ‘태민’이 곁에서만큼은 떠나지 못하고 그의 눈에 보인다. 때로는 ‘여름’이가 떠나지 못하고, 때로는 ‘태민’이 ‘여름’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여름’이 ‘태민’의 눈에 계속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혜나는 “대본을 보고 떠올랐던 건 관객들이 ‘여름’이를 귀신으로 보지 않고 ‘태민’의 상상 속 인물로 봤으면 좋겠다고 스치듯이 생각했었다. ‘여름’이의 잔상이 남는 건 ‘태민’이가 ‘있을 때 잘하자’처럼 자기가 생각해도 잘못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여름’이를 못 보내고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여름’이 아빠이자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은 ‘조지’에 대해서는 “‘여름’이가 "내가 아빠를 선택한 거야, 다 이해해줬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 봐서 편견을 갖지 않고 포용력이 넓고 사랑이 가득하다. 아빠의 선택도 안아줬을 거 같다”며 “‘안녕, 여름’의 이야기가 캐릭터가 독특하지만 우리 세상에서 없지 않는 인물이 아니다. 점점 다양성이 극대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우연치 않게 운명적으로 만나서 나이와 성별은 다르지만 서로 부딪히고 소통하며 치유하는 이야기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혜나.(제공=알앤디웍스)

‘안녕, 여름’의 ‘태민’과 ‘여름’이 6년 차 부부인 거처럼 실제로 박혜나, 김찬호 부부도 올해 6년 차 부부를 맞았다. 6년 차 현실 부부의 모습은 어떨지 묻자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든든한 친구 같다. 찬호 씨는 아침에 "아침이다!"이러면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작품 속 부부의 결과 다르게 매일 재미있고 신나게 지내고 있다. 또 찬호 씨에게는 모든 걸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에게 말 못 할 속마음을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사이다. 저는 걱정을 취미처럼 하는 편인데 찬호 씨 덕분에 좋은 쪽으로 긍정적인 발전을 하는 거 같다. 우리 부부가 6년의 세월이 났는지 몰랐을 정도로 행복하게 지낸다. 그리고 모든 부부가 공감할 거 같은데 부부는 큰일로 삐치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한 일로 다툼을 하는데 언제 다퉜냐는 듯 스르륵 풀리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행복함을 전했다.


앞서 박혜나는 ‘박혜나=엘사, 노래’인 거에 대한 부담이 다소 있었다고 밝힌바, 이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한정적인 게 싫다”고 입을 뗐다. 그는 “‘겨울왕국’의 엘사가 너무 강하다 보니 부담이 있었다. 박혜나는 박혜나인데 엘사로 설명되는 건 싫었다가, ‘겨울왕국2’의 OST를 부르러 갔는데 너무 감동적이고 벅찬 거다. 이제는 이 타이틀이 너무 벅차고 감사해서 꼭 잡아야겠더라. 나이를 먹으니까 감사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박혜나.(제공=알앤디웍스)

‘안녕, 여름’은 크리스마스와 얽힌 이야기로 박혜나는 작년 크리스마스를 일본에서 맞았다고 한다. 그는 “작년에 일본에서 뮤지컬 ‘데스노트’를 했는데 일본인 동료들이 배려심이 넘쳐서 자신의 가족을 버리고 저와 함께 보내겠다고 찾아왔었다.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를 먹는다고 한다. 예약까지 하고 줄 서서 사야 하는 음식이라며 KFC 치킨을 사 와서 함께 먹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고 회상했다.


박혜나는 관객들이 ‘안녕 여름’을 보고 힐링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고 사회생활에 치여서 힘드신 분들이 보면 ‘내 곁에 이런 사람이 있고,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떠올리며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따뜻한 마음을 보였다.


한편, 연극 ‘안녕, 여름’은 6월 2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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