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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n 18. 2021

이제훈 "'무브 투 헤븐' 시즌 2하면 사무직 하고파"

이제훈.(제공=넷플릭스)

다음은 5월 25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이 입소문을 타고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 분)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매회 에피소드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유품정리사라는 다소 낯선 직업을 내세운 ‘무브 투 헤븐’은 고인의 유품이나 재산, 사망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누군가의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윤지련 작가가 유품정리업체를 운영하는 김새별 대표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작품을 쓰게 됐으며 실제 유품 정리 현장에 참여하며 느낀 감정을 대본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지난 24일 화상으로 진행된 ‘무브 투 헤븐’의 인터뷰에서 배우 이제훈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제훈은 극 중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의 후견인이자 삼촌인 상구 역으로 자유분방하고 거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제훈은 ‘무브 투 헤븐’이 촬영을 끝낸 지 1년 만에 공개된 소감으로 “작품이 런칭되고 한꺼번에 많은 에피소드가 나왔다.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기대되면서 떨린 작품 같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동요가 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 감정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될까 궁금했는데 제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 거 같아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고생스럽게 찍었는데 좋은 반응과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서 동시에 소중한 작품에 출연한 자체가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다음은 이제훈과 일문일답이다.


Q. 작품의 모티브가 된 김새별 작가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어봤나.


"이번에 김새별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인사드린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영광이었고 그분의 경험과 삶이 있어서 ‘무브 투 헤븐’이라는 작품이 나온 거 같다. 또 윤지련 작가님이 이 에세이를 읽고 만나셔서 함께 에피소드를 듣고 정리하셨다. 훌륭한 일을 함과 동시에 경험하기 힘들고 아픈 사연이 있었을 텐데, 떠나신 고인의 마음이나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낀 거 같다. 우리도 삶을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자세이지 않을까.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 잘 먹고 잘살기도 바쁜 사회인데도 누굴 먼저 생각하는 게 모두가 힘들다는 걸 느낌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세상이란 걸 느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해진다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살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Q. 주위에서 ‘무브 투 헤븐’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많은 분이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몰랐다고 전했다. 저도 다른 작품을 통해서 그런 직업군이 있다는 것만 알았는데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임하는지 보면서, 모든 직업에 대한 귀천이 없겠지만 특별함과 동시에 고결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고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주변 사람들이 공감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 내가 이 작품의 글을 잘 못 본 게 아니구나 생각돼서 그게 참 소중했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상구는 이제 막 출소해서 그루의 정식 후견인이 되기 위해서 3개월간 동거하면서 ‘무브 투 헤븐’의 직원으로 일을 한다. 깔끔하고 예의 바른 그루와 반대로 껄렁하고 어지르고 자유분방한 모습의 상구를 연기하기 위해서 중점으로 생각한 부분은.


"그루와 상구가 물과 기름처럼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스며든다. 상구는 부정적이고 안하무인에다가 남들을 생각하지 않아서 함부로 말하는데, 비호감으로 보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또 그렇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루라는 순수하고 정직한 인물을 통해서 상구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걸 보면서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캐릭터 라이징을 할 때도 더 과감하게 투영을 시킬 수 있었다. 그루라는 인물과 대척점에 있는 지저분하고 외적으로 멋있지 않은 인물로 보면서 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상구의 올드한 모습과 의상에 대한 의견을 많이 냈다."


Q. 어떤 점에서 상구의 올드한 모습과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냈는가. 또한 애드립을 넣은 부분이 있나.


"제가 어렸을 때 85년도에 나온 ‘맥가이버’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보행기 앞에서 즐겨보면서 좋아라 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제훈아”라고 부르는 거 싫어하고 “나 맥가이버야”라고 대답했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때 뒷머리를 기른 게 생각나면서 성인이 되어서 이런 모습을 작품에 남기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구는 과거에 묻혀서 올드패션으로 살아감과 동시에 사람들이 봤을 때 부담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의상도 컬러 배치나 프린트도 사람들이 ‘왜 저런 옷을 입지?’ 싶게 그의 취향을 보여주고 싶었다. 애드립은 주어진 대사들이 있지만 추임새나 표현하는 부분에서 정제되어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상구에게 주어진 대사 100중에 1~20은 제가 붙인 애드립이었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상구는 복싱과 종합격투기를 하지만 이제훈은 격한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몸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다.


"저는 격한 운동 전혀 하지 않는다. 상구가 스포츠 경기를 과격하게 하니까 몸으로 강하게 어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7일 중에 6일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2시간 반 정도 하고, 복싱과 이종격투기는 일주일에 3일 정도 꾸준히 하면서 폼을 유지했다. 그런데 제가 에너지가 너무 넘치니까 제가 가진 액션의 능력치보다 그림이 더 커서 더 과격해진 거 같다. 스스로 한계에 몰아붙여서 혼자 액션신을 하는데도 다쳐서 사람들에게 티를 내지 않았지만 잦은 부상이 있어서 부끄러웠다. 이런 작품에서 이런 비주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에는 더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을 얻었다. 시즌 2를 한다면 상구가 각성하고 스포츠는 안하고 사무직을 했으면 좋겠다. (웃음)"

탕준상,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상구의 조카인 그루 역의 탕준상 배우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스무 살 청년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오히려 탕준상 배우에게 배운 점이 있는지.


"저랑 19살 차이가 난다. 이 어린 친구와 제가 잘 소통할 수 있을지, 나를 어려워하지 않을지, 또 탕 배우와 제가 경험한 게 다른데 제 경험을 토대로 이끌어 가줄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는데 준상이가 저를 편하게 대해줬다. 선후배의 격식 있는 사이가 아니라 동네 형, 동생처럼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의지해서 이런 케미가 나오지 않았나. 오히려 상구를 연기할 때 많은 표현과 애드립을 하는데 있어서 저를 지켜봐주고 받아줘서 연기를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루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고 녹록지 않아서 부담됐을 텐데 잘 소화를 해줬다. 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상구라는 캐릭터는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되어도 되지만, 그루는 탕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상이가 주연 타이틀을 처음 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서 표현해줘서 이 작품이 더 공감되지 않았나 싶다."


Q. 인간 이제훈으로 ‘무브 투 헤븐’에서 가장 먹먹했던 에피소드는.


"2회 에피소드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연을 보면서 아들이 남겨진 유품을 전달받는데 눈물을 철철 흘리게 만들었다. 내가 분명히 경험한 건 아닌데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던 경험이 있지 않나. 그게 부모님이 될 수 있고 지인, 친구가 될 수 있을 텐데 다시 시간이 지나서 나에게 전달될 때 마음이지 않을까.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 거 같다. ‘난 어렸을 때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이후의 에피소드도 흠뻑 빠져들어서 보게 됐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이제훈이 유품으로 남기고 싶은 건 무엇인가.


"나는 노란 상자에 뭐를 남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손쉬운 것이자 그것이 전부인 건 작품인 거 같다. 제가 출연한 작품 DVD 모음집을 하나하나 꺼내보면서 ‘이런 삶을 살았구나’를 직간접적으로 보게 되는 거 같다. 이제훈은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서 작품이 남겨지고 보여져서 그게 1번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게 영광일 거 같다. 그리고 보여진 작품이 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거 너무 좋았지, 저런 작품이 있었지, 좋은 작품을 한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한편,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넷플릭스에서 절찬리 스트리밍 중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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