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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n 18. 2021

[인터뷰] '시카고' 윤공주 "왜 아직 안 오셨어요?"

윤공주(제공=신시컴퍼니)

다음은 5월 25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시카고’가 21주년을 화려하게 맞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는 공연을 보지 않는 사람도 안다는 바로 그 넘버, ‘All that jazz’로 초반부터 관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 돋게 만든다. 올해 21주년을 맞은 ‘시카고’는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섹시한 무대로 전 세계 36개국 500개 이상 도시에서 3,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월드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지난해 여름 뮤지컬 ‘시카고’의 공개 오디션이 열려 ‘벨마’, ‘록시’, ‘빌리’ 역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몰린 가운데 9년 전 ‘록시’ 역을 맡았던 배우 윤공주가 이번에는 ‘벨마’로 돌아왔다.


최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윤공주는 요즘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며 인터뷰의 서막을 열었다. 그는 “9년 전에 ‘록시 하트’ 역을 했을 때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제가 살인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굴 짓밟고 올라가 본 적이 없어서 극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있었는데 ‘시카고’가 다시 올라오면 너무 멋있는 작품이니까 함께 하고 싶었다.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도전을 하게 됐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벨마’가 더 재미있고 저랑 잘 맞는 거 같다. 제가 워낙 열정이 가득하다 보니 ‘벨마’로 열정을 뿜어내어도 오바하는 거처럼 보이지 않는 역할이라 정말 좋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들뜬 목소리로 전했다.

제공=신시컴퍼니

다음은 윤공주와 일문일답이다.


Q. 9년 만에 ‘록시’에서 ‘벨마’로 다시 만난 ‘시카고’는 어떤 느낌인가.


"이제야 이 작품의 매력을 알고 있는 거 같고 9년 전에는 너무 힘들었다. 나이대도 어려서 그런지 한 번씩 울더라. 저도 엄청 울었던 거 같고 연기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제야 ‘록시가 매력 있구나’ 느꼈다. 이 작품을 하면서 9년 전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때 록시를 해봤기 때문에 지금 더 재미있게 하는 거 같다. 최정원 배우와 벨마를 더블로 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지난번은 벨마를 위한 연습을 했었다고 생각한다."


Q. ‘시카고’에서 ‘벨마’가 등장하자 부르는 ‘All that jazz’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곡 아닌가. 공연을 볼 때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전율이 울리는 게 직접 하는 배우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벨마가 조명을 받고 올라와서 시그니처 포즈를 하는데 사실 드레스 리허설이 제일 긴장됐다. 드디어 20년 넘게 듣던 노래를 행사가 아닌 무대 위에서 하니까 너무 좋고 다음 시즌쯤 되어야 더 즐길 수 있을 거 같은데 ‘All tha jazz’를 할 수 있는 게 더 좋다. ‘시카고’ 안에서 벨마 켈리가 저희의 쇼 안으로 오라고 초대하는 노래인데 그걸 직접 부르니까 좋고 멋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경선, 윤공주(제공=신시컴퍼니)

Q. 9년 전에 ‘록시’를 해봤으니까 이번에 새로운 록시로 합류한 민경아, 티파니에게 해준 말이 있나. 티파니가 힘들어할 때 “너 완전 록시야!”라고 해줬다고 하던데.


"다들 너무 잘하지만 저도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민경아 배우와 티파니 배우가 힘들어하는 걸 봤다. 잘하는 거 같지만 본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누구나 그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이 있어야 무대에서 해결이 된다. 힘든 거 또한 지나갈 거고 무대에서 잘할 거 다 안다고 말해줬었다."


Q. 이번에 ‘벨마’를 만나 인간 윤공주와 맞닿은 장면이 있나.


"1막 엔딩에서 록시랑 같이 노래를 부르는데 “이제 네가 의지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벨마”가 공감이 엄청나게 됐다. 누구한테 의지할 수 없고 내가 해내야 하는 내 자신과의 싸움이고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치거나 쓰러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게 이 넘버를 부를 때 공감이 많이 된다. 2막 마지막에도 록시와 공연을 할 때 벨마로서 공연을 하지만 윤공주로 공연할 수 있게 되는 장면 같다."

윤공주, 민경아.(제공=신시컴퍼니)

Q. ‘시카고’를 보면 더 어린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면 자리를 비켜주는 거 같은 게 배우로서 공감이 될 거 같은데 어떤가.


"저는 아직 밀려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웃음) “저 나이대에 저 정도 하면 대단한 거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잘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최정원 배우는 그냥 뮤지컬 같다. 언니는 공연을 안 하면 아픈 사람이던데 저는 지난 1년간 쉴 때 사실 너무 좋았다. 저보다 열정과 사랑이 가득해서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다."


Q. 데뷔 20년 차가 넘어가면서 예전과 달라진 생각이 있나.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으면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 그런 마음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작년에 생각보다 더 많이 쉬게 됐다. 예전에는 1년 쉰다 그러면 ‘나 공연 못 하는 거 아니야?’ 싶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조급함이 없어진 제 자신이 너무 좋았다. 삶에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멈추고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그전에 열심히 살아온 게 쌓여서 ‘뮤지컬 배우 못해도 어떻게 살겠지’라는 막연한 마음이 생기며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거 같다. 지금도 40대 언니들이 여주인공을 잘하고 있다. 저는 그런 걱정 별로 없고 나이가 달라지면서 할 역할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윤공주(제공=신시컴퍼니)

Q.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노트르담 드 파리’, ‘아이다’ 등 굵직한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시카고’다. 이건 진짜에요! 정말 파면 팔수록 재미있는 작품이다. 할 때마다 새롭고 너무 좋고 저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눈빛도 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좋게 나이를 먹어가는 거 같다."


Q. 꿈은 꿔도 계속 꾸게 되지 않나. 배우 윤공주의 앞으로의 꿈은.


"한강 뷰 아파트? (웃음) 그냥 건강하게 오래도록 무대 위에 설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아직 신체적으로 아프지 않지만 이 상태를 좀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제가 좋아하는 일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한강 뷰 집에 살 수 있을 거 같다. (웃음)"

민경아, 윤공주(제공=신시컴퍼니)

Q. ‘시카고’가 연일 매진이라 티켓을 구하기도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카고’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왜 아직 안 오셨어요? 티켓 값이 비싼 만큼 값어치가 있고 그 이상의 행복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힘든 현실 속에서 2시간 반을 벗어나서 ‘시카고’라는 세계에 빠져있으면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지금 브로드웨이도 공연을 안 하고 있는데 뮤지컬 ‘시카고’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하고 있고 어느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매회 퀄리티있게 하고 있으니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Q. 윤공주가 ‘벨마’에게 한마디 한다면.


"넌 정말 멋지구나, 나만큼. 내가 너를 표현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한편, 뮤지컬 ‘시카고’는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최재림, 박건형, 김영주, 김경선, 차정현 등 매력적인 앙상블 배우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7월 18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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