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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13. 2021

[리뷰] '하데스타운' 박강현-김수하, 화음의 황홀경

'하데스 타운' 공연사진©에스앤코

다음은 11월 24일에 나간 공연 리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토니 어워즈에서 뮤지컬이 수상할 수 있는 15개 부문 중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남자조연상, 무대 디자인/조명/음향상까지 총 8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 있다? 그 공연이 현재 한국에서 공연 중이라면?


201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선을 보인 후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을 하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브로드웨이가 문을 닫기 직전까지 제일 핫했던 공연으로 뮤지컬 ‘하데스 타운’이 한국에 왔다.


아메리칸 포크와 블루스, 재즈가 뒤섞인 독특한 음악 스타일과 획기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은 뮤지컬 ‘하데스 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신화는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 생존하려는 강인한 모습의 ‘에우리디케’와 봄을 불러올 노래를 쓰고 있는 언제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오르페우스’의 만남으로 재탄생했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 이야기의 구조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페르세포네’, 많은 이들이 만들어 낸 가치를 독식하는 자본가 ‘하데스’ 등 신화 속 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끈다. 지상과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가운데 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전령 ‘헤르메스’가 내레이터 역할로 등장해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어릴 적 한 번쯤 읽어본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데스 타운' 공연사진©에스앤코

극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헤르메스’이자 극의 내레이터는 최재림이 맡았다. 뮤지컬 ‘시카고’에서 복화술 연기로 프레스콜 영상이 이례적으로 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가진 그는 섹시한 매력으로 관객을 ‘하데스 타운’으로 입장시킨다.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을 내래이터의 설명으로 잡아준다.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해 ‘인 더 하이츠’, ‘광화문연가’, ‘킹키부츠’, ‘웃는 남자’, ‘모차르트!’, ‘그레이트 코멧’ 등 굵직한 작품으로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박강현이 ‘오르페우스’ 역을 맡았다.


박강현의 ‘오르페우스’는 절대적인 음악적 재능으로 봄을 불러오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일반 사람과 같이 유약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가고 싶으면 ‘하데스 타운’을 벗어나기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의 두려움은 관객이 더욱 이입하게 만든다. 클라이맥스를 향하는 이 장면에서 관객 역시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자신이라면 나의 연인이 뒤를 잘 따라오는지 궁금해서 돌아보고 싶지 않을까 돌이켜보게 만든다. 결말은 이미 그리스 신화에 나와 있듯이 ‘오르페우스’는 막바지에 결국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의 탄식은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해진다. 반면, 보통의 인간이 가진 연약함을 표현한 박강현의 ‘오르페우스’가 가장 단단해 보이는 지점으로, ‘하데스 타운’의 대표 넘버 ‘Wait For Me(기다려줘)’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가는 그 순간만큼 탄탄한 목소리로 “기다려 줘, 내가 갈게”라고 하는데 누가 안 기다릴까 싶다.

'하데스 타운' 공연사진©에스앤코

‘에우리디케’ 역을 맡은 김수하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렌트’, ‘포미니츠’로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신인상과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실력파 배우다. 그의 ‘에우리디케’는 때론 현실과 사랑 사이에 갈등하지만 두 발을 땅에 굳건하게 딛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Wait For Me’에서 ‘오르페우스’의 말에 응답하듯 ‘에우리디케’가 “I’m coming”를 외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하데스 타운’의 또 하나의 재미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 이야기로 차가운 얼음 같은 사랑이 어떻게 봄을 맞이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함께 한다. 또한 앙상블 배우들이 한 음 한음 화음을 쌓아 올리는 넘버들에서는 한 송이의 꽃이 겹겹이 펼쳐지는 것 같은 황홀경을 선사한다.


올 연말 어떤 공연을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하데스 타운’을 놓치지 말라고 추천한다. ‘하데스 타운’은 2022년 2월 27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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