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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31. 2021

'마우스피스' 전성우, 꽉 쥔 주먹 속 드러나는 상처

[리뷰] '마우스피스' 전성우, 꽉 쥔 주먹 속 드러나는 상처

전성우©연극열전

다음은 12월 13일에 나간 연극 '마우스피스' 리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연극의 매력 중 배우 사이에 숨소리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음악 없이, 그저 배우의 호흡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이때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관객의 고민까지 더해지는 그 순간이 참 재미있다.


연극 ‘마우스피스’은 2021 연극열전 두 번째 작품으로 한때 주목받는 예술가였지만 긴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작가 ‘리비’ 와 예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이를 펼치지 못한 소년 ‘데클란’의 만남을 그린다


영국 솔즈베리 언덕에서 처음 만난 ‘리비’와 ‘데클란’. ‘리비’는 ‘데클란’이 그린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다시 만난다. ‘데클란’에게 예술적 재능과 이야기를 발견한 ‘리비’는 그의 이야기를 작품에 쓰고 싶어 하고, ‘데클란’은 자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데클란’의 목소리로 시작하여 ‘리비’의 글로 완성된 작품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간다.

'마우스피스' 공연사진_김여진,전성우©연극열전

이번 시즌 ‘마우스피스’는 초연보다 더욱 짙어진 메타적 연출이 눈길을 끈다. 관객은 메타씨어터 형식을 통해 ‘리비’의 글 속에서 다뤄지는 ‘데클란’의 삶과, 글 밖으로 경계를 허물고 나아가는 ‘데클란’의 모습을 동시에 마주하며 장면의 일부에 속해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경험한다.


부새롬 연출은 “연극은 모두 ‘가짜’이지만 그 완결성과 진정성의 측면에서는 ‘진짜’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여러 가지 사유를 하게 한다. 관객들과 이 사유를, 그리고 메타연극이 갖는 연극적 재미를 나누고 싶다”라고 연극열전을 통해 밝혔다.


김여진의 ‘리비’는 초연에 이어 온화해 보이지만 끊어낼 땐 확실히 끊어내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데클란’이 그의 따뜻한 목소리와 눈빛에 마음을 열다가 차갑게 대할 때 온도 차가 극명하게 느껴져 더 아프지 않았을까 싶다.

'마우스피스' 연습사진_전성우©연극열전

전성우의 ‘데클란’은 이번 시즌 새로운 캐스팅으로 합류했지만, 무대에서 쌓아온 연기 내공답게 전성우만의 ‘데클란’을 만들어냈다. ‘데클란’은 가정 학대를 부모를 뒀으나 자신의 동생 만큼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해 살갑게 놀아준다. 또한 ‘리비’를 처음 만났을 때는 고슴도치 같은 경계심을 드러내지만 ‘결국 이 아이도 18살 소년이었구나’ 싶게 곳곳에 해맑은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에 ‘리비’를 만나러 가기 위해 공연장으로 달려가 관객과의 대화에 손을 번쩍 들지만 꽉 쥔 주먹 사이로 상처받은 그의 여린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다.


‘마우스피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극은 아니지만, 그만큼 공연장을 나갔을 때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제목의 의미부터, ‘리비’, ‘데클란’까지. 공연은 1월 30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


https://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02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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