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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Feb 16. 2020

[인터뷰] 구준모"'쓰릴 미'는 나를 성장시켜준 작품"

구준모./아시아뉴스통신DB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쓰릴 미’는 2007년 초연으로 여태까지 수많은 관객이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 작품 중의 하나로 2017년 10주년 공연으로 2년간의 휴식을 가진 후 2019-2020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더 새롭게 돌아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뮤지컬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음악과,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두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이 긴장감 높게 표현되는 만큼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여 재관람을 이끌며 꾸준히 뜨거운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리차드’역에는 구준모, 이해준, 노윤, ‘네이슨’역에는 김현진, 김우석이 연기하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은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쓰릴 미’에서 ‘리차드’역의 구준모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구준모./아시아뉴스통신DB

구준모가 연기하는 리차드는 이해준, 노윤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리차드는 스무 살이고 천재적인 똑똑한 두뇌를 가진 캐릭터이며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서 버릇이 없다. 이건 대본의 표면적인 인물 해석이면서도 이런 부분이 근간으로 깔려있고 니체의 사상에 잘못 빠져있는 친구다. 니체가 우월한 인간이 되기 위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하며 그때 이야기한 게 낙타, 사자,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중에서 내 안에서 무엇을 가져갈까 하다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함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집중했다. 니체의 사상에 잘못 쫓겨서 범죄를 저지르는 게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생각이 잘 못 발전한 리차드로 연기 중이다”며 자신이 중점을 두는 부분을 설명했다. 이거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해준, 노윤 배우는 리차드를 어린 아이로 초점을 잡지 않고 이건 나만의 해석 같다. 다 니체에 빠져있지만,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석한 게 다르니까 나는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잡았다”며 덧붙였다.


‘쓰릴 미’ 오디션 현장에서 리차드와 네이슨을 다 연기한 구준모는 오디션 당시 어떤 역할이 자신의 몸에 더 잘 맞는지 몰랐다고 했다. “내 안에 둘의 모습이 다 있는 거 같고, 내가 무얼 더 많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에게 리차드와 네이슨 중 어떤 모습이 더 있는 거 같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주위에서 나에게 남성적인 매력이 분명히 있고, 싸가지 없는 모습도 있다고 하더라.(웃음) 어떤 순간에는 냉철해지고, 냉정할 때는 또 정말 냉정한 편이다. 또 어떤 순간에는 칼같이 양보가 없다”며 오디션 후 점점 리차드의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점을 전했다.


리차드는 왜 니체에 빠졌을까.

“네이슨이 먼저 니체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리차드는 네이슨에 대한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니체를 나도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이었고, 잘못 빠져들어서 범죄에 악용을 한 것이다. 결국 네이슨의 영향이 커서 니체에 빠지게 된 거 같다”


“리차드는 내면에 분명 네이슨이 나보다 우월한 걸 알고 있어서 ‘난 너보다 우월하고, 너보다 니체를 더 연구했고 잘 알아’라는 걸 과시하려는 거 같다”고 언급한 구준모가 연기하는 리차드는 과연 네이슨을 사랑한 거 같냐는 질문에 구준모는 “팬들이 참 많이 물어보는데 항상 노코멘트라고 말을 했다. 사랑한다, 안한다로 이분화 될 수 있고 단편적으로 읽혀 질까봐 대답을 안 해준다”며 웃으며 또 한 번 노코멘트를 했다.

구준모./아시아뉴스통신DB

어떤 공연이든 원캐스팅이 아닌 이상 같은 캐릭터의 다른 배우와 붙었을 때 그날이 호흡이 달라질 텐데 구준모는 네이슨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해서 “양지원은 굉장히 욕망이 있고 너무 질척인다. 정말 살짝만 건드려도 확 넘어오는 네이슨이라 수채화같이 도화지 위에 붓을 대면 쫙 퍼지는 기분이다. 김현진은 엘리트한 네이슨이라서 이 친구를 갖고 놀려면 정말 많이 관찰하고 반응을 지켜봐야한다. 계산을 해야 해서 제일 어려운 네이슨이다. 캔버스 위의 유화 작품같다. 김우석은 백지 같은 느낌이 있다. 그려지는 대로 그려진다”고 미술에 빗대어 설명했다. (양지원 배우는 현재 개인 사정으로 ‘쓰릴 미’에서 하차한 상태이다.)


구준모는 ‘쓰릴 미’를 초연부터 세 번을 봤다고 한다. “그 당시에 2인극이 없어서 그런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 후 시즌 별로 볼 때는 변화되는 부분이 있으니 보는 재미가 있더라. 또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부분도 달라졌다. 그런 작품을 내가 한다고 했을 때 충격이었다. ‘내가 쓰릴 미를 한다니!’”라며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온 ‘쓰릴 미’에 합류했을 때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초연을 봤을 때가 고2~3이었다. 계원예고에서 다 같이 갔었는데 보고 나서 다음날 남자애들이 다 같이 ‘쓰릴 미’ 넘버를 불렀었 기억이 있는데 그런 작품을 한다니 느낌이 이상했고 무게감이 어마어마했다. 아무래도 초연 이후부터 여태까지 항상 이슈가 됐던 작품이니까”라며 고등학생 때 불렀던 ‘쓰릴 미’ 넘버를 현재 무대 위에서 관객들 앞에서 부르는 것의 떨림을 함께 전했다.


“‘쓰릴 미’의 첫 공연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나의 첫 공연이기도 했고 본 공연의 첫 날이기도 했다. 2인극은 처음이라 너무 많이 떨었다. 무대에 있으면 객석의 1~2열의 얼굴이 다 보이니까 손을 못 들 정도로 손을 떨었다. 리차드가 원래 처음에 손을 올리고 버티고 있어야하는데 손을 너무 떨어서 그냥 손을 내려버렸다.(웃음) 오히려 두 번째 공연 때는 첫 날 너무 떨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지고 괜찮았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불편할 정도의 긴장감은 많이 사라지고 지금은 손을 아주 잘 들고 있다.”

구준모./아시아뉴스통신DB

구준모는 배우가 된 계기로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경기도 안성 출신인데 부모님이 굉장히 깨어계셨던 거 같다. 그 당시에 서울과 안성을 계속 오가는 게 지금처럼 쉽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께서 나에게 어릴 때부터 뮤지컬을 많이 보여주셨다. 또 합창단도 하고 바이올린도 배웠는데 이건 턱이 아파서 못하겠더라.(웃음) 피아노는 10년 가까이 치기도 했고, 아버지가 미술 디자인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문화적인 걸 많이 접했다”며 “그때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부모님이 데려가셨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무대 위가 참 신기하고 궁금했다. 그래서 “엄마 나 저거 하고 싶은 거 같아”라고 하고 어머니가 흔쾌히 승낙하셔서 그때 계원예고에 있는 여름연극캠프가 있어서 중학교 1학년 때 연극을 접했다. 그러면서 예고를 들어가고 쭉 연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쓰릴 미’에서 리차드가 스무 살인데 구준모는 “나의 스무 살은 혈기왕성했다. 1학년 1학기 때 과대표를 해서 정말 바빴고 학교생활에 푹 빠져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후회스럽다. 1학년 때 학교 행사가 굉장히 많은데 그때는 지금처럼 카카오톡이 없어서 문자로 연락 돌리고, 무료 문자 주는 곳 다 가입해서 연락 돌리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니체에 빠진 리차드와 달리 학교에 빠진 구준모의 과거를 전했다.


구준모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으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꼽았다. “얼마 전에는 헤드윅을 얘기했었는데 요즘 들어서 ‘빈센트 반 고흐’를 한번 해보고 싶다. 이것도 2인극이네요? 그러면 또 첫 공 때 엄청 떨겠네요.(웃음) 고흐의 작품이 영상으로 나오는 게 아름다웠고 작품에 푹 빠질 수 있을 거 같으며 그 인물을 표현해보고 싶다”며 소망을 밝혔다.

구준모./아시아뉴스통신DB

뮤지컬 ‘쓰릴 미’에 대해서 구준모는 “배우 생활에 있어서 시기도 그렇고, 이 작품과 이대웅 연출님을 만난 것도 그렇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첫 2인극이고 그 안에서 견뎌야하는 중압감도 있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필요한 작품이다. 나는 앙상블로 시작해 대극장을 위주로 하다가 이번이 소극장으로 두 번째 작품인데, 소극장만의 표현을 많이 배우게 됐다. 나를 굉장히 성장시켜준 작품이다”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구준모는 2020년 계획으로 “쉬지 않고 관객들을 만나려고 한다. 쉬는 시간을 좀 더 줄이고 더 많은 작품과 다양한 역할로 만나게 하겠다. 그런데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여행을 많이 가고 싶다. 정말 어불성설이죠? (웃음) 쉬러 가기보다 많은 걸 경험하고 일상을 벗어나서 다른 문화권도 배우고 싶어서 여행에 가고 싶은 것이다”고 올 한 해는 관객들을 많이 만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한편, 구준모는 뮤지컬 ‘쓰릴 미’에서 매력 있는 리차드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쓰릴 미’는 3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5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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